로봇 이용해 완벽하게 인공관절 삽입… 오차 0% 가까워 통증 없이 오래 쓴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4. 4. 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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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특진실_이춘택병원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정확도는 생명
로봇, 수술 전 계획해 관절 깎고 인공관절 삽입
국산 로봇 '닥터 엘씨티' 수술 시간 크게 줄여
심한 관절염, 젊은 환자에게 로봇 수술 추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정확도 면에서 수기 수술보다 우위에 있다. 국내 처음으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시작한 이춘택병원은 2021년 ‘닥터 엘씨티’라는 로봇을 직접 개발해 수술 시간까지 줄였다. 사진은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오른쪽)이 이수현 진료팀장과 수술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닳고 닳은 무릎 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에서 '정확도'는 생명이다. 다리 정렬이 정확하게 맞도록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인공관절을 오래 쓰고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확도가 중요한 만큼 다른 어떤 외과 수술보다 '로봇'이 먼저 사용됐다.

경기 수원 이춘택병원에서는 2002년 국내 처음으로 인공관절 로봇 '로보닥(ROBODOC)'을 도입해 수술에 성공했다. 도입 당시만 해도 수술 과정이 복잡하고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 때문에 주목 받지 못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체 인공관절 수술의 20%가 로봇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춘택병원은 로봇 수술에만 그치지 않고 이춘택의료연구소와 함께 2021년 국산 인공관절 로봇 '닥터 엘씨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가장 먼저 했고, 지금까지 1만 8000건 이상의 수술 경험이 있다"며 "가장 많은 경험과 시행 착오를 바탕으로 닥터 엘씨티가 탄생했다"고 했다.

수술 전 계획, 모의 수술 통해 오차 최소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장점은 '정확성'과 '일관성'이다. 수술 과정에서 뼈를 깎을 때 의사의 손이 아닌 로봇 팔이 뼈를 정밀하게 깎은 후 인공관절을 정확하게 삽입한다. 뼈를 깎기 전에는 미리 CT(컴퓨터단층촬영) 촬영을 통해 환자의 뼈 모양, 위치, 병의 진행 정도를 확인한 후 이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 수술 전 3D 가상 공간에서 최적의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가상 공간에서 미리 수술 계획을 잡은 뒤 로봇이 계획대로 뼈를 깎기 때문에 손으로 깎는 것에 비해 오차가 극히 적고, 안정적으로 일관된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다. 윤성환 병원장은 "아무리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도 컴퓨터에 설계된 대로 움직이는 로봇을 따라갈 수는 없다"며 "이런 정밀함은 물론, 수술 의사의 컨디션과 상관 없이 동일한 결과를 낸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1만 8000건 로봇 수술 경험 축적된 '닥터 엘씨티'

닥터 엘씨티에는 20년 넘는 세월동안 축적한 약 1만 8000건의 로봇 수술 임상 데이터가 녹아있다. 윤성환 병원장은 "의사와 연구진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닥터 엘씨티 개발 방향을 설정했다"며 "수술 중 의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환자에 유리한 수술 과정은 무엇인지를 첫째로 생각해 로봇으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기존 수술용 로봇인 로보닥은 로봇 팔이 5축인데 반해 닥터 엘씨티는 7축으로 되어 있어 수술 과정에서 보다 자유롭고 세밀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이는 기존 5축으로는 접근하지 못했던 수술 부위까지 절삭이 가능하게 된 것. 또 각 축에 대한 센서와 안전 회로를 가지고 있어 안전성도 높아졌다. 수술용 커터는 작아져 최소침습수술(MIS)이 가능해졌으며, 절삭하는 힘은 강해져 절삭 능력이 높아졌다. 윤성환 병원장은 "수술 오차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며 "장비 크기도 작아져 마치 카트를 몰고 다니듯 수술장 내에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수술 시간 50분, 수기 수술과 비슷

이춘택병원은 올해 국제인공관절학회에 닥터 엘씨티와 기존 로봇인 로보닥으로 수술한 환자의 수술 결과를 비교할 예정이다. 윤성환 병원장은 "닥터 엘씨티는 마지막 개량형 로보닥과는 비슷한 임상 결과를 보인다"며 "다리 정렬은 두 그룹 모두 수술 전에 비해 개선됐고, 수술 후 인공관절 각도는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으며, 통증 점수·기능 점수 또한 두 그룹 모두에서 개선됐다"고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수술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점인데, 뼈에 위치를 입력해 정확하게 뼈를 깎을 수 있도록 하는 정합 과정과(총25포인트-대퇴부 13포인트, 정강이 12포인트) 실제 뼈를 깎는 시간이 기존 로보닥에 비해 크게 줄어 실제 수술 시간이 50분 정도가 됐다. 이는 손으로 하는 수술 시간과 비슷한 수준이며 다른 인공관절 수술 로봇보다 훨씬 빠르다.

젊거나 심한 관절염 환자에게 추천

로봇 인공관절은 모든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하지만 비교적 젊은데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리 정렬을 완전하게 맞출 수 있어 인공관절을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로봇은 커터가 작아서 정상 조직을 덜 해쳐가면서 수술할 수 있다. 조기 재활은 물론 통증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관절염이 심해 내반 변형(O다리)이 아주 심하면 수기로 수술 했을 때 인공관절을 정확하게 위치시킬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 로봇으로 정확하게 축을 잡고 수술을 해야 한다.

반면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로봇 수술을 위해 잠깐 고정 핀을 박아야 하는데 골절이 생길 수 있어 권하지는 않는다.

윤성환 병원장은 "로봇으로 수술하다 보면 모든 환자에게 로봇 수술을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장점이 확실하다"며 "정확도 면에서는 비교 우위에 있으므로 손으로 하는 수술보다 좀 더 완벽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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