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W 2024] 유럽 빌트인의 벽... 삼성, 밀라노 감성 녹인 'AI 가전'으로 돌파
제품 집중한 타 업체들과 달리 '연결 생태계'로 진입
"어디에 놔도 조리가 가능한 '애니플레이스 인덕션'에 장착된 디스플레이 홈 화면 속 레시피를 확인하던 셰프가 중간에 전화를 받는다. 오븐 속 카메라가 달려 있어 열지 않아도 내부 확인이 가능한 '비스포크 AI 오븐' 속 대구 요리 과정을 SNS에 공유한다. "
주방 가전 경험의 혁신을 예고한 삼성전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삼성이 유럽 빌트인 시장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한손에는 AI(인공지능), 다른 한손에는 초연결을 쥐고 주방 가전이 주가 되는 빌트인에 제대로 발을 들인다는 심산이다. 그간 북미 위주 시장을 주로 공략해오던 삼성의 발길을 돌린 것은 바로 유럽 빌트인 시장의 거대한 규모다. 약 33조원으로 추산되는 이 시장의 성장성을 본 삼성은 AI와 초연결로 제대로 출사표를 던졌다.
빌트인 가전의 경우 디자인 프리미엄이 붙어 스탠딩 가전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다만 가전업체들이 가구 회사와 협력해야한다는 특성이 있어 보쉬, 지멘스, 밀레 등 유럽을 장악한 현지 업체들에 비해 후발주자 진입이 쉽진 않다. 삼성은 초고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접근성을 낮추되 AI 기능으로 집안 가전 모두를 연결해 사용자 편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16일부터 21일까지(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로쿠치나(EuroCucina) 2024'에 참가한 삼성전자는 밀라노 로 피에라(Rho Fiera)에 위치한 유로쿠치나 전시장에 참가 기업 중 두 번째로 큰 964㎡(약 292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16일(현지시간) 직접 찾은 전시장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AI' 제품의 전면 등장이다.
1974년에 처음 개최된 유로쿠치나는 2년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일환으로 열리는 주방 가전·가구 전시회로, 주방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빌트인의 경우 가구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인 만큼 유로쿠치나에는 유럽에 특화된 빌트인 가전을 자랑하는 유럽 가전업체와 하이얼, TCL 등 중국 기업을 비롯해 삼성, LG전자 등 2300여개 기업이 부스를 꾸린다.
삼성이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부분은 AI 기술이 접목된 주방 혁신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32인치 대화면 터치 스크린이 탑재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보며 조리할 수 있고 인덕션 어느 장소에 놓아도 조리가 가능한 '애니플레이스 인덕션', 다양한 가구 재질과 콜라보한 빌트인 냉장고 등을 선보였다.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최근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대표적인 AI 가전이다. 내부 카메라가 식재료가 들어가고 나가는 순간을 인식해 식재료 리스트를 만들고, 보관기한 임박 시 알림을 전달해주는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도 유용하다. 삼성푸드 또한 AI 기술이 더해졌다. 양파, 감자 등 식재료를 즉석에서 촬영하면 해당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찾아줄 뿐만 아니라, 재료를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전시가 경쟁사들과 달랐던 점은 주방 빌트인 뿐만 아니라 청소기 등 일반 가전제품도 함께 전시했다는 점이다. 바로 'AI로 인한 초연결'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유럽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부스에 체험존을 구성하고 AI홈과 빅스비를 통해 연결 기기들을 이용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스마트싱스에서 주거 공간의 가상 도면을 보면서 연결 기기를 관리할 수 있는 '맵뷰'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애니플레이스 인덕션과 비스포크 AI 콤보에 탑재된 AI홈과 스마트 TV 화면에도 띄워서 볼 수 있다. 실제 집 구조를 토대로 생성한 3차원 맵에서 공간별 기기의 위치와 상태, 에너지 사용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스크린에서 다른 기기의 전원을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에선 사용자가 직접 제어하지 않아도 집안 제품들이 상황에 맞춰 스스로 작동이 가능하다. 주변 기기 제어의 편의성을 더하기 위해 휴대전화가 리모컨 역할을 하는 '퀵 컨트롤' 기능도 지원한다. 스마트폰과 주변 기기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리모컨이 팝업돼, 전원 제어와 모드 선택, 온도 설정까지 할 수 있다. 덕분에 리모컨을 찾을 필요 없이 팝업 화면에서 바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종희 삼성 부회장은 "이제 요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고, 수도가 동파하면 사람이 와서 눌렀어야 했는데, 이젠 세탁기와 휴대폰이 연결되니 날씨정보도 알 수 있다"며 "냉장고도 하루에 몇번 문 열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등 하나의 제품이 아닌 연결이 가능해질때 베네핏이 많다. 삼성 제품으로 먼저 다 연결해놓고 스마트싱스라는 플랫폼으로 확산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빅스비를 이용해 사용자가 음성 명령을 말하면, 다양한 주변 기기가 이를 인식하고 다른 기기에 전달한다. 연내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가 빅스비에 도입되면,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 제어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빅스비, TV 꺼줘. 조명도" 등의 기존에 학습되지 않은 다소 복잡한 명령어를 알아듣고, 이전 대화를 기억하며 연속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유럽 빌트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프리미엄 빌트인 신제품도 전시했다. 이달 유럽에서 출시한 '빌트인 와이드(Wide) 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는 삼성전자의 빌트인 냉장고 라인업 중 최초의 와이드 모델이다. 내부 용량은 기존 모델 대비 91리터 더 커진 389리터로, 와이드 빌트인 시장 수요가 높아지는 이탈리아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스마트싱스 에너지의 'AI 절약 모드'를 사용하면 동일한 에너지 등급 모델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1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출시를 앞둔 빌트인 식기세척기 신제품은 '키친핏 슬라이딩 도어(Kitchen Fit™ Sliding Door)'를 탑재해, 하단의 걸레받이를 절단하지 않고 주방 가구에 꼭 맞게 설치하면서도 도어를 손쉽게 열 수 있다.
이 제품의 경우 에너지 효율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들을 겨냥해, 에너지효율 A, B 등급을 획득했다. 또 특정 사이클에서 43dB의 저소음으로 조용한 도서관 수준의 소음을 구현하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이밖에 고급스런 소재의 빌트인 오븐, 아일랜드 식탁과 일체화되는 빌트인 인덕션도 공개하며 프리미엄 소재와 톤이 돋보이는 빌트인 키친 패키지를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제품·서비스와 파트너사 협업 등의 노력들도 선보였다. 미리 설정해둔 월간 목표 사용량이나 요금을 초과하지 않도록 AI가 알아서 제어해주는 스마트싱스 에너지의 'AI 절약 모드', 전기 사용료가 높은 시간대를 피해서 제품을 작동시키는 '옵티멀 스케줄링', 소비자들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리워즈를 적립해주는 '삼성 리워즈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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