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수주호황 과실 수확' 본격화
2020년 이전 저가 수주물량 지난해까지 다 소진
올해부터는 2021년 호황기 수주한 고가 물량 인도 본격화
3년 전 장기 불황에서 벗어난 조선업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호황의 ‘과실’을 수확할 전망이다. 불황기 저가 수주물량을 지난해까지 대부분 털어내고 호황기 높아진 선가로 수주한 물량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하면서 수익성 개선 여지도 커졌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흑자 규모는 분기별로 계속해서 늘어나 연간 영업이익은 수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3조821억원, 영업이익 5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2023년 4분기) 1387억원의 영업이익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 415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한 실적이다.
2분기 이후에는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해 연간으로는 4672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1786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흑자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사들을 거느린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영업이익은 1413억원으로 추정된다. 연간 영업이익은 915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전환에 실패했던 한화오션도 올해는 흑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일단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2조2298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화오션은 전분기와 전년동기 모두 적자를 냈었다.
한화오션은 연간 실적으로도 247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흑자달성을 이룰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측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빅3 중 ‘내실’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2조3121억원의 매출과 8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며, 연간 영업이익은 429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조선 3사 중 가장 높은 23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중공업은 올해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에서는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조선업계의 호실적 전망은 2021년부터 시작된 조선 호황기 수주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에 근거한다.
선박 건조에는 통상 2년 가량 소요되지만, 호황기에는 도크 슬롯을 감안해 수주계약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을 3년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조선업체들이 수주 호황에도 불구, 2022년까지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불황기 저가에 수주한 물량이 당시 실적에 반영됐던 탓이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2021년 초까지만 해도 130 이하에 머물렀지만, 이후 맞이한 호황에 힘입어 상승을 거듭하며 2022년 초에는 154.2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초 162.67을 기록한 선가지수는 지난해 말 178.36, 올해 2월 181.45로 우상향을 지속하고 있다.
2020년 이전 수주한 저가 물량은 2023년 인도분까지 상당부분 반영되면서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했다. 불황기 수주잔량이 가장 많았던 한화오션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는 저가 물량을 대부분 인도한 상태에서 선가 상승기인 2021년부터 수주한 물량이 인도되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수익을 챙길 여건이 마련됐다는 게 조선업계의 예상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020년 이전, 당시로서는 적정선가였지만 현 시점으로 보면 한참 낮은 선가에 수주한 물량들이 지난해까지 실적에 반영됐었다”면서 “당시 물량은 다 소진됐고, 올해는 높은 선가에 수주한 물량 위주로 인도가 이뤄지면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주잔고가 채워지며 조선사들이 선주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선 것도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부가가치선 위주의 선별 수주나 과도한 헤비테일(인도 시점 대금 지급비중이 큰 계약방식) 관행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선가가 높아진 데다, 가스선 등 고부가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가 이뤄지며 올해 이후 인도분은 수익성이 높은 물량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계약조건의 경우 극심한 불황기 때는 인도 시점에 지급하는 대금 비중이 80~90%에 달해 사실상 조선사가 건조비용을 대부분 부담하는 방식이었으나, 업황이 호전되며 이 부분도 개선됐다. 일부 계약에서는 인도대금을 선가의 50%까지 낮추고 나머지 절반은 계약 체결과 용골 거치, 진수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10%씩 나눠 지급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선주사들은 헤비테일 방식 계약을 선호하는데, 과거엔 조선사들이 일방적으로 맞춰 줘야 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도 헤비테일 관행은 여전하지만, 조선사들이 다들 수주 잔고가 충분한 상태라 인도 시점을 앞당기는 조건으로 계약 내용을 유리하게 협상하는 등의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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