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에듀 서치] 의대증원 재조정 데드라인 남았다지만… 피해는 수험생몫

이도경 2024. 4. 1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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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서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학평은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적응과 진로·진학 지도를 돕기 위한 모의 수능으로 3월 학평에는 전국 고등학생 125만명이 응시했다. 연합뉴스

① 1차 시한 5월말
‘대학 구조조정 정원조정’ 적용
시한준수하려면 기적 필요할 듯

② 2차 시한 7월8일
‘천재지변 부득이한 사유’ 적용
의정 대타협·의료 정상화땐 가능

③ 3차 시한 9월9일
올 수시 원서접수 시작되는 시점
예측 가능성 훼손… 입시 쑥대밭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입학 정원 2000명 강행’ ‘1년 유예 및 협의체 구성’ ‘증원 규모 재조정’ 등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해볼 수 있습니다. 앞의 두 시나리오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강행 혹은 후퇴죠. 마지막인 증원 규모 재조정은 다소 복잡해 보입니다.

기존 2000명 증원 입장에서 물러나 1500명, 1000명, 500명 등으로 줄여 의사들과 타협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의대 증원은 당장 올해 대입에 적용됩니다. ‘대입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고 수험생들은 뛰고 있습니다. 2000명을 재조정한다면 시한이 존재하는 겁니다. 남은 시간을 따져보면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1차 시한은 ‘5월 말’입니다. 대입 제도는 수험생들이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어놨습니다. 교육부가 발표하는 대입 제도의 밑그림은 4년 전 발표해야 합니다. 수능 과목이나 시험 범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의 경우 2021년 3월이 확정 시한이었습니다. 중3을 시작하는 시점이었죠.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년 6개월 전에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이하 기본사항)을 발표해야 합니다. 올해 고3이 고1 1학기를 마치고 2학기를 앞둔 8월 말 나왔습니다. 기본사항을 토대로 각 대학은 1년 10개월 전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하 시행계획)을 발표해야 합니다. 올해 고3의 경우 고2 4월 말이었습니다.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규칙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되겠죠. 수험생들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법으로 못 박은 시간표입니다.


법은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예외 ①은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가 있는 경우’입니다. 국회와 정부가 법령으로 아예 규칙 자체를 바꾸는 거죠. ②는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입니다. 포항 지진이나 코로나19 때 적용됐습니다. ③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등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세 가지 경우라면 일정 변경은 가능합니다.

의대 입학 정원을 손대는 것이니 ③에 해당합니다. 그간 입학 정원 감축이나 학과 개편 등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용됐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대교협의 기본사항에선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 시한’을 2024년 5월 말로 못 박았습니다. 대학 구조개혁을 이유로 정원을 조정하더라도 5월 말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5월 말까지는 학과별로 입학 정원을 확정한 모집 요강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5월 말 시한을 맞출 수 있을까요? 현재 4월 중순이므로 물리적 시간은 1개월 반 남았습니다. 모집정원 변동은 대학별로 학칙 개정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학칙을 개정하려면 학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통상 1개월이 걸립니다. 압축적으로 진행한다면 2주 정도라고 합니다. 학칙 개정 뒤에는 대교협의 대입전형위원회의 심의·조정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정부는 입학 정원 2000명 재조정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의사들에게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의사들이 중지를 모아 과학적·객관적 증원 규모를 내라는 겁니다. 그러면 정부가 검토해보겠다는 겁니다. ‘의사 단체들이 중지를 모아 대표성 있는 협의기구를 구성한다’ ‘의사 단체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원 안을 도출한다’ ‘정부가 의사 단체 방안의 타당성을 판단한다’ 흐름일 겁니다.

의료 현장을 뛰쳐나간 의사들, 강의실에 복귀하지 않는 예비 의사들은 증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입장 변화는 아직 없습니다. 의사 단체 목소리는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학칙 개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당장 합의가 이뤄져도 빠듯하지만 정부와 의사 양측은 합의 테이블에 앉지도 못했습니다. 5월 말 시한을 준수하려면 ‘기적’이 필요해 보입니다.

5월 말을 넘기더라도 재조정이 완전히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예외 ③이 아니라 ②‘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를 적용한다면 가능합니다. 법령과 대교협 기본사항을 뜯어보면 5월 말이란 시한은 ③에만 해당합니다. 대학구조조정으로 정원을 늘리거나 줄이더라도 5월 말 이후에는 하지 말라는 취지입니다. 법령 개정과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①,②는 정해진 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②를 적용한다면 ‘천재지변 등’이라고 했으니,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안이란 점을 정부가 인정하면 됩니다. 의대 2000명 증원이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안이라니, 옹색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들이 대타협을 이루고 의료 현장이 정상화된다면 적용 못 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②를 적용한다면 재조정 시한은 올해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9월 9일로 연장됩니다. 학칙 개정 절차 등을 고려해야 하니 늦어도 8월 중순에는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9월 9일 시한을 지키더라도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되므로 입시 현장은 쑥대밭이 될 겁니다. 이를 각오한다면 두 달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짚어야 할 부분은 또 있습니다. 올해 ‘재외국민과 외국인 특별전형’ 수시 원서접수가 7월 8일 시작됩니다. 대교협 기본사항은 ‘국외 주재 한국학교들의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7~8월 전형 진행을 권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외국과 학사 일정이 다르니 전형을 빨리 시작하란 겁니다. 소수여도 이 전형을 바라보는 수험생들에겐 7월 8일이 시한입니다. 6월 중순에는 합의안이 나와야 하죠.

총선 패배로 정부가 힘이 빠졌습니다. 의대 증원 정책도 불확실해 보입니다. 확실한 건 ‘5월 말’ ‘7월 8일’ ‘9월 9일’ 뒤로 갈수록 수험생 피해 규모가 커진다는 점입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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