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그는 SK바이오팜 ‘빅바이오텍’ 꿈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4.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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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억 넘는 결손금에도…증권가선 엄지 ‘척’

8615억원.

지난해 말 기준 SK바이오팜의 결손금 규모다. 수년째 지속된 영업손실이 만든 결과물이다. 수치만 보면 적자 늪에 허덕이는 ‘힘겨운 기업’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말부터 다수 증권사가 연달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고, 올해 4월에도 한국투자증권 등이 추가 상향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올해는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해 본격적인 ‘이익 창출’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흑자전환을 가능케 하는 아이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다. 올해는 특히 미국 시장 성과가 주목된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미국에 세노바메이트를 내놓은 뒤 시장 안착에 주력했다. 최근 처방 건수가 급증하면서 손익분기점(BEP)도 넘어섰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을 기록,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 상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이익 성장을 논할 때다.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 성장으로 흑자전환 가시권에 진입했다”며 목표가를 10만원에서 1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그룹 의지 담긴 세노바메이트

원가율 10% 안팎…중국 시장도 진출

SK바이오팜은 SK그룹의 ‘바이오 로드맵’을 엿볼 수 있는 핵심 계열사다. SK그룹은 1993년 신약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통해 바이오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기존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들여와 파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SK그룹은 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게 1993년부터 시작한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이다. 연구개발 범위와 업무를 넓혀가던 SK는 2011년 신약 개발 사업 조직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을 물적분할해 SK바이오팜을 설립했다. SK그룹의 첫 바이오 기업 분사 사례다.

세노바메이트를 SK그룹 30년 바이오 R&D의 결실로 부르는 이유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이다. 부분 발작 증상을 보이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되는데,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효능이 강점이다. 뇌전증 치료제의 경우 완전 발작 소실률(발작 증상 억제 비율)이 중요하다. 세노바메이트 활용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완전 발작 소실률은 21%에 달한다. 경쟁 약물의 완전 발작 소실률(2~5%) 대비 효능이 확실하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초기 연구개발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 수행했다.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초부터 미국 내 처방 건수(TRx)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경쟁사와 비교하면 성장폭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기준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월간 처방 건수는 2만6059건. 경쟁 신약 출시 44개월 차 평균 처방 수의 2.2배에 달한다. 매출 추이도 상승 곡선이다. 출시 첫해인 2020년 약 127억원의 미국 매출을 달성한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2708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 대비 60.1%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4000억원대 매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SK바이오팜은 미국 내 세노바메이트 매출로만 2032년까지 4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쉽진 않지만 세노바메이트 원가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세노바메이트의 원가는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SK바이오팜 제품 매출 대부분은 세노바메이트로 발생하는데, 지난해 SK바이오팜의 제품 매출 원가율이 6.6% 수준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판매 구조상 마케팅, 현지 인력 관리 등 비용이 상당하지만 향후 시장에서 공고한 자리를 잡게 되면 효율적 운영도 불가능하지 않다. 증권가도 이 부분을 주목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너리스트는 “매출 원가율이 8~10%에 불과하기 때문에 판매관리비만 억제한다면 매출 성장에 따라 이익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국 외 지역으로의 시장 확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중국 시장에 공들이고 있다. 중국 시장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미국과 함께 빅2로 꼽힌다. 특히 뇌질환 치료제 영역은 블루오션으로 볼 법하다. 아직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지만, 환자 자체가 수백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의 중국 공략 선봉에는 2021년 설립된 합작사 이그니스테라퓨틱스가 있다. SK바이오팜은 이그니스 지분 41%를 갖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 SKL13865, SKL20540, SKL24741 등 신약 후보물질을 이그니스에 이전했다. 기술을 이전받은 이그니스가 중국 내 상업화를 추진, 수익은 보유 지분율만큼 SK바이오팜에 돌아오는 구조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이 올해 본격적인 이익 창출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 제공)
‘빅바이오텍’ 위한 해결 과제

영역 확장과 ‘매출 의존도’ 탈피

이익 창출 구간에 진입한 SK바이오팜의 다음 목표는 ‘빅바이오텍’이다. 자체 개발 신약 판매 기술 수출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의사 결정을 내려 또 다른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의사 결정 속도가 느린 ‘빅파마’와 자본력이 부족한 ‘바이오텍’의 약점을 보완한 모델이다.

빅바이오텍 도약을 위한 과제도 놓여 있다. 일단 한 가지 제품의 과도한 매출 의존도가 문제다. 세노바메이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3242억원. SK바이오팜 연간 매출액의 91.3%를 차지한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내 특허가 만료되는 2032년까지 대체 품목을 마련하지 않으면 급격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에 SK바이오팜은 TPD(표적 단백질 분해)와 RPT(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3가지 신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전달하는 방식) 개발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중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는 아이템은 TPD다. TPD는 표적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기존 저분자 물질 저해제는 ‘억제’ 수준에 그치는 반면 TPD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원천 제거한다. 2001년 처음 개념이 등장한 이후 수많은 빅파마가 뛰어들었지만, 확실한 시장 지배자는 없는 상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미국 프로테오반트사이언시스 지분 60%를 4750만달러(약 650억원)에 인수, TPD 개발에 힘 쏟고 있다. 해당 업체는 TPD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하태기 애널리스트는 “장기 성장 비전이 크다”면서 “TPD를 비롯해 RPT와 CGT 등 3대 모달리티를 공개하고 신규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장기 관점에서 기업가치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영역 확장도 풀어야 할 과제다. 세노바메이트는 합성의약품이다. 2025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역시 합성의약품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트렌드가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전환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바이오 소부장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세계 매출 100대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 매출 비중은 지난 2012년 38%에서 2020년 52%로 높아졌다. 2026년에는 5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도 이를 알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지난해 빅바이오텍 도약을 외치면서 “기존 에셋(자산) 기반에서 기술 플랫폼으로,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항암으로 영역을 확장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균형 잡힌 빅바이오텍으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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