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돈바람 타고…‘20만닉스’ 보인다 [STOCK & BOND]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4.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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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매출 2분기가 진짜

8만9100원. 1년 전 SK하이닉스의 주가다. 현재 주가는 4월 11일 기준 18만8400원. 상승률로 따지면 111.4% 올랐다. 시기를 올해로 잡아도 상승세는 여전하다. 올해 들어서만 33% 오르면서 4월 장중 한때 ‘19만닉스’를 터치했다. 미국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가 꺾였음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최대 수혜주로 훨훨 날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낸드 역시 가격이 오르면서 낸드 흑자전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증권가는 목표가를 속속 상향하는 등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4월 들어 하이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KB증권, 흥국증권 등이 목표가를 올렸다. 특히 KB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21만원에서 24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 리포트를 작성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탄력적 실적 개선이 이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을 기대해볼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 목표가를 높여 잡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M16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HBM 50%대 점유율 이어간다

유일한 약점 캐파…미 공장 설립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세를 이끄는 건 단연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반도체 패러다임이 AI로 바뀌면서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을 활용한 AI 반도체가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HBM의 역할이 부각됐다. AI 시대로 접어들며 GPU가 수행해야 할 연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GPU에 일감을 제공하는 메모리를 GPU 옆에 딱 붙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GPU 옆에 붙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인 탓에 메모리 용량이 부족해진 것. 이 과정에서 메모리 여러 개를 쌓는 적층 방식 HBM이 주목받았다. 엔비디아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요 고객사도 HBM만을 찾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부문 선발 주자인 동시에 선두 주자다. 일찌감치 엔비디아와 협력해 기술 개발과 양산 준비를 이어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53%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들이 추격을 외친 상황이지만, 당분간은 현 수준 점유율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가 향후 수년간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윤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HBM 매출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최소 2024년까지는 SK하이닉스의 HBM 리더십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 HBM3(4세대)는 물론 HBM3E(5세대)도 가장 먼저 양산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고, HBM3E도 3월부터 공급에 나선 상태다.

잘나가는 SK하이닉스에도 고민거리는 있다. 부족하게 느껴지는 생산능력(CAPA)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과 HBM3E 모두 2024년 캐파가 이미 솔드아웃됐고, 고객 추가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이 좋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것. 하지만 일각에선 “생산능력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것 아니냐”며 캐파 경쟁력을 우려했다. 향후 경쟁사 간 HBM 기술력이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면 ‘캐파 경쟁’에서 밀려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실제 삼성전자의 HBM 역전승을 점치는 이들은 캐파를 핵심 키워드로 꼽는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최근 HBM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투자 규모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 수준이다. 2028년 하반기부터 HBM 등을 생산해 미국 빅테크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D램 등은 한국 공장에서 조달하고, 각종 후공정을 거쳐 HBM을 만드는 방식이다. 미국에 새 공장을 짓는 것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현지 기업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번 투자로 고도화된 고객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 메모리 제품을 공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애물단지’ 낸드도 겨울 끝

증권가선 2분기 흑자 전망

SK하이닉스는 2021년 12월 솔리다임을 품으면서 낸드플래시 분야에 힘을 줬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간 낸드 분야 5위권 밖으로 평가받던 SK하이닉스가 단숨에 선두권에 진입, 또 다른 성장 모멘텀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미중 분쟁으로 중국 내 공장 운영이 쉽지 않았고, 2022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까지 얼어붙었다. 낸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감산 외에는 이렇다 할 해법이 없었고, 결국 적자만 누적됐다. 당장 솔리다임은 지난해 연간 4조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곽노정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낸드 사업을 점유율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최근 분위기만 놓고 보면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 낸드 분야 업황 회복이 감지되기 때문.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이도 상당수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낸드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13~1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경우 20~25%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기업용 SSD 가격이 큰 폭으로 회복되는 건 AI와 관련 있다. IT업계를 중심으로 AI 관련 서버 확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업용 SSD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AI 개발에 속도가 붙자 ① 대규모 저장 용량 수요가 늘었고 ② 데이터센터 설립이 줄을 잇는 상태다. 빌 바스 아마존웹서비스(AWS) 부사장은 최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면 3일에 하나씩 지구 어디에선가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기업용 SSD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이에 증권가도 낸드 분야 관련 긍정적 전망들을 내놓는다. 신석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낸드 재고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보이지만, 가격 상승폭이 이를 웃돌기 때문에 낸드사업부 적자폭은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오랜 기간 전사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던 낸드의 흑자전환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엔터프라이즈(기업용) SSD 시장용 컨트롤러 라인업이 확대돼 판매 가능한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올해 낸드 분야를 향한 희망 섞인 메시지들이 나온다. 오해순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1월 사내 홈페이지를 통해 “D램은 이미 지난해 상승 국면으로 전환했고 올해는 낸드 차례”라며 “솔루션사업부와 소통하고 협력해 시너지를 만들고 올해를 낸드 사업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 부사장은 SK하이닉스가 낸드와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신설한 ‘N-S 커미티(Committee)’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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