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그곳엔 지금, 라일락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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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비는 많이도 적게도 아닌 오랜 시간 내렸다.
우산을 쓰고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걸었다.
장정구 님은 오랜만에 찾은 세월천의 라일락을 마주하며 많은 이야기를 전해줬다.
"한국지엠 내에 세월천 따라 심어진 라일락은 수령이 60∼70년은 족히 넘는 것을 추정됩니다. 다른 아파트 화단에 심어진 라일락과 비교해서 두께를 보세요. 라일락은 수령이 오래될수록 줄기가 이렇게 비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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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헌 기자]
" 이른 봄 서쪽 마당에 심은 키 작은 미스김라일락. 하필 세월호가 진도앞바다에 침몰했을 즈음 자잘자잘 꽃을 피운다. 출근할 때마다 퇴근할 때마다 속죄하듯. 심해 깊숙이 얼굴을 묻고 녀석들의 향기를 흠흠 맡는다.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구조 좀, 깔깔깔, 얘들아 살아서 만나자, 깔깔깔, 엄마 아빠 사랑해, 깔깔깔. 슬프거나 말거나 세상일 다위 아랑곳없이. 수면 위로 진하게 분내를 조잘조잘 밀어 올리는 목소리. 천지가 꽃철인데 울컥울컥 앞마당까지 만조다. 제자리에 있으라 제 · 자 · 리. 찾은 고통과 못 찾은 고통에 갇혀 나도 제자리, 한 발 나아가지 못하겠다."
- 나혜경 시인의 '미스김라일락'
▲ 라일락 꽃이 피었습니다. |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
4월 15일, 비는 많이도 적게도 아닌 오랜 시간 내렸다. 10년 전 그날을 기억하듯 눈물처럼 내렸다. 우산을 쓰고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걸었다. 따뜻한 봄날이면 향기 날리는 라일락 꽃향기에 이끌렸다. 공장 내 세월천 따라 심어진 18그루. 사시사철 노동자의 곁에 있었으나, 자세히 보지 못했다. 아니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맞을게다.
▲ 라일락 장정구 녹색연합 전)정책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모르는 라일락의 진실을 알고 싶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전)정책위원장과 동행했다. 그는 인천지역의 하천과 생태를 연구 조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시민활동가이다. 장정구 님은 오랜만에 찾은 세월천의 라일락을 마주하며 많은 이야기를 전해줬다.
"인천역사 부근 관광안내소 뒤에 심어진 수령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라일락(서양수수꽃다리)이 2015년 고사했어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라일락이었을 거예요."
"한국지엠 내에 세월천 따라 심어진 라일락은 수령이 60∼70년은 족히 넘는 것을 추정됩니다. 다른 아파트 화단에 심어진 라일락과 비교해서 두께를 보세요. 라일락은 수령이 오래될수록 줄기가 이렇게 비틀어집니다."
▲ 라일락 수피가 세월을 보여주고 있다. |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
그는 세월천을 따라 함께 걸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보호수 지정을 위해 한국지엠과 지역사회 노력해야
"제가 여러 자료를 검색해봐도 우리나라에서 수령 60∼70년 되는 라일락 군락지를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외국에서 들어 온 도입종이라고 하더라도 보호 가치가 있는 고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사와 보호수 지정 등 보호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 인천시청, 부평구청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라일락 고사 직전의 라일락 |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
세월천 심은 라일락은 어떻게 여기서 자라게 됐을까? 그는 나무의 수령과 유추 가능한 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했다.
한국지엠의 역사와 함께 한 라일락 군락지
▲ 라일락 군락을 이루고 있는 라일락 |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
그는 한국지엠에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바람과 당부의 말도 있지 않았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전)정책위원장 라일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
그의 말을 듣고 이곳에 남북의 꽃과 나무로 노동자 통일광장을 조성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겹벚꽃나무 세월천에 핀 겹벚꽃 |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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