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선율로… 장애인·비장애인 벽을 허물었다

유경진 2024. 4. 1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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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기념 ‘해피콘서트’ 마련한 구인수 목사
비장애인 기타리스트 이강호 이선용 권구유(왼쪽부터)씨가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열린 ‘해피콘서트’에서 연주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 탄현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기타 고치는 목사’로 알려진 구인수(일산 섬김의교회·사진) 목사가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기념해 준비한 행사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을 비롯해 시각·발달·청각 장애인과 활동 보조사, 비장애인들까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빈 좌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90분 남짓 이어진 콘서트는 장애인·비장애인 기타리스트 8명이 음악으로 편견의 벽을 허무는 시간이었다. 연주자들이 각자 준비한 무대를 선보일 때마다 청중은 공연장이 떠나갈 만큼 박수와 환호성을 아낌없이 보냈다. 유명 케이팝 노래부터 1980~1990년대 인기 가요까지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별히 무대 앞 왼쪽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노래 가사와 진행 멘트를 통역했다. 관람객들은 연주에 매료된 듯 보였다. 연주 중간 몇몇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듯 소리를 내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다른 두 존재가 만드는 하모니

2004년 불의의 사고로 지체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구 목사가 ‘해피콘서트’를 준비한 이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였다. 비장애인을 위한 공연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지만 장애인이 누릴 수 있는 문화의 장은 극히 드문 현실이다.

오랜 고민 끝에 고안해낸 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무대였다. 준비 과정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그럼에도 장애인을 위한 무대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구 목사는 평소 장애인 목회에 도움을 줬던 지인들과 힘을 합쳐 콘서트를 마련한 것이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무대 마련 필요성은 예전부터 느꼈지만 실현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정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가 이뤄지는 기회가 되길 바랐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소 느꼈던 심리·물리적 장벽을 해소하고 기타로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시발점이 되길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실제로 콘서트 개최를 위해 많은 이들이 시간을 쏟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동참했다. 자신의 만족을 넘어 이웃을 위한 사랑과 헌신이었다. 구 목사는 “기타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기뻤다”고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콘서트를 관람하는 모습.


콘서트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박영호 콜텍 회장도 이날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음악이 가진 힘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이 무너지는 광경을 실제로 마주하니 감격스럽다”며 “앞으로도 음악이 우리 삶에 빛과 의미를 더해주고 기타가 행복을 더해주는 도구가 되길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그는 이날 공연한 장애인 기타리스트 5명에게 콜텍에서 제작한 기타를 선물했다.

숨겨진 복음에 담긴 의미

이번 콘서트에는 복음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구 목사는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예수 믿으세요’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며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와는 다른 교회 밖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콘서트를 통해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기회가 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교회 사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 사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구 목사의 바람이기도 하다. 변하는 시대에 따라 교회도 변모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콘서트와 목회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매년 해피콘서트를 이어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신학생을 위한 찬양제도 열고 싶다고 했다. 현역 목회자들이 미래를 책임질 신학생을 온전히 대접하고 섬기는 기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구 목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국의 신학교를 찾아가 기타 수리 재능 기부는 물론 기타 강의도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장로회신학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 협성대학교를 방문해 ‘기타 섬김’을 실천했다. 그는 매 순간 섬김의 통로를 개척하기 위해 고민한다. 장애인 사역은 물론이요 후배 목회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등 말 그대로 ‘더불어 함께’ 사는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교회가 전형적인 모습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역 방향이 한가지 길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하나님께서 여러 모양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듯이 교회 또한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 여러 모습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후배들에게도 이런 사역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도와주고 싶습니다.”

고양=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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