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오식 (12) 골프대회 3등 입상하며 발주처 회장과 골프 친구 돼

신은정 2024. 4.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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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지사장으로 부임해 처음 찾아간 사람은 현대건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공사국장이었다.

쉘의 앤디 브라운 카타르 사업회장이 천연가스액화(GTL) 공사의 결정권자였다.

그러다가 '벤츠' 등 외부 스폰서가 상품을 걸고 골프장 회원을 초청하는 골프대회가 한 달 내에 열린다는 공지를 보게 됐고 브라운 회장도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골프대회에 나가 순위권에 들어 그에게 내 존재를 확실히 알려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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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풀기 위해 우회전략 필요
쉘의 회장이 골프 마니아임을 알고
같은 클럽 등록하고 ‘쇼트 게임’ 맹연습
GTL 공사 수주로 블랙리스트서 해제
권오식(오른쪽) 보국에너텍 부회장은 카타르 지사장 시절 공사 수주를 위해 우회 전략을 활용했다. 그렇게 친해진 다국적 석유회사 쉘의 카타르 사업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방한해 현대건설 당시 임원과 골프를 친 뒤 기념촬영을 한 모습.


카타르 지사장으로 부임해 처음 찾아간 사람은 현대건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공사국장이었다. 공사국장은 나를 보자마자 “왜 찾아왔냐”고 퉁명스럽게 대했다. 그 이후로 두 번 더 찾아갔지만 블랙리스트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회 전략이 필요했다. 다국적 석유 회사인 쉘(Shell)이 20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해 발주할 GTL 공사를 수주해 신뢰도를 먼저 높이는 것이 빠른 길 같아 보였다. 쉘이 돈을 투자하고 직접 발주하기 때문에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의 블랙리스트와는 무관했다.

쉘의 앤디 브라운 카타르 사업회장이 천연가스액화(GTL) 공사의 결정권자였다. 나는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브라운 회장은 전형적인 영국인으로 옥스퍼드대 출신 엘리트였다. 카타르 정부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에게 내 소개를 하며 GTL 공사 발주 현황을 물었다. “1~2개월 후 입찰서가 발주되니 경쟁적인 입찰 제안서를 제출해달라”는 사무적인 답을 들었다. 나를 한번 만나줬지만 내부 정보나 쉘의 건설업체 선정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를 자주 만나기엔 직급이 너무 높았다. 우선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그가 골프 마니아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카타르에 유일한 잔디골프장인 ‘도하 골프클럽’ 회원이고 골프 실력은 핸디가 3~4 수준의 싱글 골퍼라는 것을 확인했다.

내 골프 실력은 핸디가 18 정도 되는 중간 수준이었다. 나는 그가 다니는 클럽에 회원 등록을 하고 열심히 연습했다. 그러다가 ‘벤츠’ 등 외부 스폰서가 상품을 걸고 골프장 회원을 초청하는 골프대회가 한 달 내에 열린다는 공지를 보게 됐고 브라운 회장도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골프대회에 나가 순위권에 들어 그에게 내 존재를 확실히 알려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짧은 거리에서 정확히 공을 치는 ‘쇼트 게임’이 단기간에 점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판단했다. 조그만 매트를 사다가 거실 바닥에 놓고 움직여 가며 골프공을 쳐서 거실 소파에 올리는 연습을 저녁마다 했다. 날이 갈수록 공을 소파에 올리는 정확도가 높아졌다.

‘쇼트 게임’을 맹연습한 덕분에 골프대회에서 3등을 했다. 믿을 수 없는 좋은 성적이었다. 단상에 올라가 상패와 상품을 받았다. 브라운 회장이 멀찍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시상식이 끝나고 스탠딩 뷔페로 저녁을 하는데 브라운 회장쪽으로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 그는 “미스터 권이 그렇게 골프를 잘 치는 줄을 몰랐다”며 한참을 골프 얘기를 했다.

이후 종종 골프장에서 같이 골프를 칠 기회를 만들었다. 주카타르 한국 대사와 내가 한 편, 브라운 회장과 주카타르 네덜란드 대사가 한 편으로 게임을 한 적도 있다. 그렇게 브라운 회장과 골프 친구가 되며 친해졌다. 이후 여러 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이를 분석해 입찰 참여 전략을 세웠다. 부임한 지 5개월 만에 1조2000억원 규모의 GTL 공사의 패키지 1개를 수주하게 됐다.

GTL을 수주하며 쿠웨이트 발주처들로부터 블랙리스트도 풀렸다. 카타르에서 본격적인 영업 활동도 재개됐다.

정리=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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