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되는 원전 생태계… 전력·지역 회복 두토끼 잡는다

신준섭 2024. 4. 1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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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현장을 가다] 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본부
경북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신한울1·2호기 표면에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의 고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신한울1호기가 오는 19일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하면 2기의 원전에서 생산하는 연간 전력량은 2만여 기가와트시(GWh)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군 주민들과 이곳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본부 직원들에게 2년 전 산불의 기억은 생생하다. 2022년 3월 발생한 산불은 산간을 다 태우고 한울원자력본부 코앞까지 다다랐었다. 워낙 큰 산불이어서 상흔은 여전하다. 지난 11일 찾은 경북 울진 북면 한울원자력본부 주변에는 흙빛을 다 드러낸 민둥산이 즐비했다. 다만 산불 만큼이나 위기를 겪었던 원전 생태계는 복원 궤도에 올랐다. 산불 이전까지 6기였던 한울원자력본부의 원자력발전소는 지난 5일을 기점으로 8기가 됐다. 2022년 12월 신한울1호기에 이어 신한울2호기도 터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28번째 원전, 가동 시작

국내 28번째 원전인 신한울2호기가 지난 5일부터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신한울2호기가 연간 생산하는 전력량 1만65기가와트시(GWh)는 서울 전체 전력 수요의 21%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사진은 신한울2호기의 터빈.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터빈이 돌아가는 원전 내부는 찜통까진 아니더라도 더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원전은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열로 구동하기 때문이다. 생성된 열이 물을 가열해 증기를 만들고 이는 전력 생산의 핵심인 터빈을 돌리는 힘이 된다. 이날 찾은 터빈 외부 온도는 약 20도인 원전 외부 온도와 달리 32도에 달했다. 옷이 조금만 두꺼워도 땀이 날 수준이었다.

이렇게 열을 내며 돌아가는 터빈이 만들어내는 전력량은 어마어마하다. ‘신상품’이라 할 수 있는 신한울2호기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 모델이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한울2호기와 같은 ARP1400 모델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은 1만65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계획예방정비 기간을 뺀 이용률 82% 수준일 경우를 상정한 값이다. 이 전력량이면 서울시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의 21.0%가량을 감당할 수 있다.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오는 19일 재가동하는 신한울1호기와 합하면 42.0%에 달하는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경북도와 대구시로만 한정해도 2기를 활용해 전체 전력 수요의 45.0% 정도를 담당할 수 있다. 실제로 생산된 전력은 고압선을 타고 경북도와 대구, 그리고 서울에 공급된다. 이변이 없는 한 향후 60년간 공급을 맡게 된다.

첫 가동인 만큼 직원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터빈이 위치한 공간을 지나 원전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주제어실(MCR)로 들어서자 각종 계기판이 한눈에 펼쳐졌다.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빨간색과 녹색 빛이 얽혀 있는 계기판을 바라보며 이상 유무를 살피고 있었다. 이순범 한수원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남자들은 군대 두 번 가는 꿈이 정말 최악이라고 하는데 우리 발전소 직원 중에 발전소 고장 나는 꿈을 안 꿔 본 직원이 없다”며 ”수십년 동안 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런 꿈을 꾼다”고 말했다.

신한울2호기의 주제어실(MCR)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국내 28번째 원전인 신한울2호기 가동은 원전 생태계 복원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2010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허가를 취득한 뒤 14년 만의 가동이기 때문이다. 10조원이라는 큰돈을 들인 신한울2호기 구축 사업은 탈원전 시기를 거치며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운영허가를 받고 연료를 장전한 뒤로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번 가동은 이른 더위로 냉방 수요가 늘면서 부담이 커지는 국내 전력 공급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원전 가동은 곧 지역 발전

산불을 겪은 울진군 입장에서도 신한울1호기에 이어 신한울2호기까지 가동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점이 적지 않다. 원전이 전력을 생산하면 할수록 지역 파급 효과가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원전은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는 전력량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에 법정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3가지 항목이다. 우선 판매하는 킬로와트시(㎾h)당 0.25원이 ‘기본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지역에 돌아간다. 여기에 ‘사업자 지원사업비’ 명목으로 ㎾h당 0.25원이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지방세인 ‘지역자원시설세’로 ㎾h당 1.00원을 내게 된다.

금액을 합하면 지역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수준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한울1·2호기가 60년간 3개 항목으로 지자체에 환원하게 될 금액은 1조9400억원으로 추계된다. 연평균 323억3333억원가량이 지역 사회에 제공되는 셈이다. 기존에 운영 중인 한울1~6호기까지 더하면 이 금액은 더 커진다. 이렇게 지급되는 금액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울진군 산간을 다시 푸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3·4호기도 곧 첫 삽

신한울2호기를 성공적으로 가동한 한울원자력본부는 다음 숙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6월 산업부에서 허가가 난 신한울3·4호기 사업 착수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 2기는 신한울2호기 옆에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 깃발이 꽂혀 있는 부지에 들어서게 된다. 각각 2032년, 2033년에 준공한다는 목표다. 서용관 한수원 신한울제2건설소장은 “현재 원안위에서 건설 허가를 진행 중이다”며 “상반기 중 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건설 효과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한수원 자체 추산으로는 건설 기간 중 누적 722만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한다. 한수원과 협력사 등을 다 합한 수치다. 지역에도 혜택이 있다. 건설 기간 건설비의 2.0% 수준인 2304억원가량의 특별지원사업비가 지역 몫이 된다. 완공 시 한울원자력본부는 운용 원전을 10기 보유한 국내 최대 원전 단지가 될 예정이다.

다만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여전히 걱정거리다. 신한울1호기 내부 저장 수조에는 이미 52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 연료 100다발가량을 교체하는 계획예방정비를 한 번밖에 겪지 않은 신한울1호기 내부에 벌써 이렇게 많은 양이 쌓인 이유는 한울1~6호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를 나눠 담아 포화 시점을 늦추기 위한 고육지책을 가동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전체 8기의 원전이 포화할 시점은 2031년으로 7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사태의 해결책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이 예고된 22대 국회에선 통과 자체가 쉽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21대 국회 회기 내에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울진=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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