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길들이기 수단 아닌 ‘국민’ 위한 기관 만들려면 [경평의 시간④]

장정욱 2024. 4.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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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특성 고려 없는 획일적 방식
비전문가의 정성평가, 적확성 논란
관료 중심 폐쇄적 관리 체계 한계
실효성 키우고 단일적 평가 벗어나야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 공공연맹 등 양대노총 공대위가 공공성과 노동권 파괴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과 공운위 졸속·밀실 심의 규탄 및 제도개선 촉구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 현장 실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평가 실효성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편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기관별 특성을 반영해 여러 평가 기준을 둔다거나 절대평가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워크숍’을 열고 오는 6월 결과발표 전까지 본격적인 심사 작업에 들어갔다.

평가단은 인터넷 공모와 학회 추천 등을 받아 다양한 분야 전문가 100여 명으로 구성했다. 공기업 평가단 37명, 준정부기관 평가단 53명, 감사 평가단 10명 등이다.

공기업 평가단장은 김동현 고려대 교수가 맡았다. 준정부기관 평가는 김춘순 순천향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2월부터 시작한 경평은 오는 6월 20일 결과를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87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해 서면 또는 현장 실사를 통해 평가 자료를 모으고 있다.

정권 바뀌면 재편하는 경평 기준

공공기관 경평은 그동안 많은 부침을 겪어 왔다. 사실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을 거쳤다. 최소 5년에 한 번씩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제도 개선 과정에는 항상 논란이 따랐다. 가장 큰 문제는 획일적이란 점이다. 공공기관 경평 대상은 지난해 기준 공기업 36개, 준정부기관 94개다. 여기에 63개 기관은 감사 평가도 받아야 한다.

공공기관 평가 대상 130개 기업은 각자 다른 기능을 한다. 설립 목적 자체가 다르다. 하는 기능과 역할이 다른 기관인데, 평가 잣대는 하나다.

지난해 정부는 경평 기준을 바꾸면서 ‘재무 성과’를 강조했다. 생산성과 재무 건전성, 비용 절감 노력 지표 비중을 확대했다. 반면 사회적 책임은 줄였다. 지난해 경우 국제유가가 치솟는 바람에 생산 원가 상승으로 에너지 공기업들이 상대적 재무 상태가 나빠졌고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비전문가가 심사하는 구조 되기도

평가단이 정성적 판단을 하는 ‘비계량 평가’에 대한 객관성 논란도 있다. 공공기관 평가위원이 모든 기관의 업무에 전문가일 수는 없다.

계량 평가는 별도 전문가들의 평가로 이뤄지지만, 비계량 평가인 정성평가는 평가위원이 한다. 해당 공공기관 전반의 업무에 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지식이 부족한 경우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 이에 따라 정성평가 항목은 전년도 점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지난 2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워크숍'에 참석해 평가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노동연구원은 2021년 발표한 ‘경영평가제도 쟁점 및 개선방안’에서 경평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요구를 반영한 지표와 기관의 설립 목적 구현 노력과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 간 균형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별 평가지표와 관련해 불필요한 관리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사한 평가지표를 정비하고 외부 평가와 연계하는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요 사업 성과지표 개선을 위해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도 강조했다. 연구원은 “해마다 숙제 검사를 하듯 지표개선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통해 단편적인 개선을 추진해서는 현재와 같은 낮은 변별력을 개선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위원 도입으로 평가단 지원 필요

공공기관 경영평가 단장을 역임했던 최현선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공기업평가원 ‘경영평가제도의 근본적인 혁신과 개혁이 필요’ 기고글에서 경평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관료 중심의 폐쇄적 관리 체계’와 ‘단일적 평가 체계’를 꼽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획일적인 기관 평가로 인해 과도한 실적 경쟁이 유발되고 국민 편익 관점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훼손된다. 최 교수는 “경평을 좀 더 투명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민간위원 대표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공서비스 수혜자와 이해관계자, 전문가 참여도 확대해야 한다.

최 교수는 “한국전력과 철도공사, 가스공사 등을 평가할 때는 국민 내는 이용 요금은 제외되어 있다”며 “요금 변화를 충분히 지표에 반영해 공공기관 서비스 질적 개선을 유도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국민 편익 중심의 경영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해마다 경영평가단의 평가위원을 재구성하는 점도 비판했다.

최 교수는 “평가의 지속·전문성의 한계, 기관 단위 단기적인 효율성 경쟁으로 인한 협업, 정부 정책 연계가 미흡하다”며 “민간위원 부위원장직 신설이나 전문위원제 도입으로 민간위원(비상근)을 전문적으로 보좌할 수 있는 분과별 전문위원 도입·운영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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