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계 교회 이야기] “하나님은 신실하시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어제는 상당히 더웠습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0도였습니다. 겨울이 끝나서 겨우 봄이 오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여름이 됐습니다. 꽃은 서둘러 떨어져 버리고 어느새 나무엔 파란 이파리가 수북하게 돋았습니다. 오뉴월 날씨를 방불케 합니다. 이렇게 급격한 계절의 변화, 이젠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기후 위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남극 기온이 한때 평년보다 38.5도나 높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봄 기온이 50도까지 치솟은 거라고 합니다. 올해 기후 변화는 또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입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환경을 생각해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자 ‘더미션’과 국민일보 일반 기사는 열 번째 봄을 맞는 세월호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더미션에서는 생존자, 유가족들과 함께하고 함께 운 교회, 그리고 세월호 신학의 의미 등을 짚어봤습니다. 가족들은 세월호 기억은 ‘죽을 때까지 가져가는 아픔’이라고 했습니다.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그 사랑으로 교회도 가족들 옆에서 끝까지 보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 세계 교회 역사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초연,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난민을 숨겨준 네덜란드 출신 영성 작가 코리 텐 붐, ‘순교자 열전’으로 유명한 영국의 존 폭스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서울 모테트 합창단과 함께 들어보시면서 예수님의 고난과 우리를 향한 사랑을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거장의 음악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자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은 모두 뜨거운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셨다고 합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당대 최고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은 이 음악회를 보고 나서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바흐는 위대하고 진실한 신교도였으며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였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그의 음악을 완전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기독교를 완전히 잊은 사람은 여기서 진정으로 복음을 듣는다.”
‘마태 수난곡’은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신약성서의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을 텍스트로 해 독일 시인 피칸더의 종교시와 코랄이 첨가돼 있습니다. 전곡은 2부 78곡(신판은 68곡)으로 되어 있습니다.
1부는 1곡부터 35곡까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에게 다가올 고난과 죽음을 예언하는 것부터 유다의 배신, 최후의 만찬, 베드로가 부인할 것을 예언,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 체포당하심까지의 과정을 그립니다.
2부는 36곡부터 78곡까지로 예수의 재판, 베드로의 부인, 유다의 최후, 빌라도의 판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후 무덤에 매장되는 순간까지가 그려집니다. 에반겔리스트(복음사가)의 레치타티보(말하듯 노래하는 창법)로 전개되며, 합창과 아리아가 숭고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깊은 감동을 줍니다. 특히 베드로(알토)가 부르는 아리아인 39곡(신판: 47곡)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는 독보적 명곡으로 꼽힙니다.
코리 텐 붐은 네덜란드 하를렘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1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가난한 중에서 물질로, 마음으로 이웃 섬기기를 아끼지 않은 이들로, 코리는 그런 부모의 신앙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버지 뒤를 이어 네덜란드 최초의 여성 시계공이 된 코리는 병약했던 어머니를 여읜 후 아버지,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독신인 벳시 언니와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탄압받는 유대인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코리 가족은 그들을 위해 안전한 거처를 찾아주고 숨겨주는 일에 뛰어듭니다. 1944년 그 일로 인해 가족 전체가 체포되고 아버지는 감옥에서 사망하고 맙니다. 언니인 벳시와 코리는 독일에 있는 죽음의 수용소에까지 끌려가 잔혹한 수감 생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곳에서도 두 자매는 날마다 말씀을 전하고 주위 사람들을 위로하는 삶을 삽니다. 전쟁이 끝나면 함께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센터를 만들자고 꿈꾸던 벳시 언니는 안타깝게도 먼저 세상을 떠나고 코리만 기적적으로 수용소에서 석방됩니다.
전쟁이 끝난 후 언니의 소원대로 코리는 네덜란드와 독일에 치유센터를 건립하는 사역을 시작합니다. 또 전 세계를 돌며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나누고 다양한 집필 활동을 했습니다.
이런 연구에 몰입하면서 그는 학교 근처 숲길을 홀로 걸으며 종종 흐느껴 울거나 탄식하며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합니다. 종교개혁 이후 잉글랜드에서 개신교도 대한 무자비한 박해가 시작되자 독일로 몸을 피해 순교자 열전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메리 여왕이 죽자 잉글랜드로 돌아온 그는 ‘순교자 열전’을 확대, 개정하는 작업에 몰두해 11년 만에 완성합니다. 책의 원래 제목은 ‘교회 문제와 관련된 근래의 위태로운 날들의 행적과 공적’입니다. 정확성을 기하고자 2000쪽이 넘는 분량을 직접 필사했습니다. 당시엔 성경을 교회 성서대에 비치해놓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는데 주교들은 폭스의 책도 잉글랜드 모든 교회에 비치해 두루 읽게 했다고 합니다.
서양 기독교 전통에서 ‘순교자 열전’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고전입니다. 폭스는 이 책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한 이들의 고난과 잔인한 죽음을 연대순으로 기록하면서 성령의 영감을 받은 고귀한 영혼들의 용기를 포착했습니다.
스데반을 시작으로 네로 황제의 박해 이전의 순교 역사, 네로 치하의 박해를 시작으로 10번의 박해, 아리우스파와 배교자 율리아누스 치하의 박해 등 4~11세기까지의 박해, 발도파에 대한 박해와 성바돌로매 축일의 학살 등 프랑스에서 자행된 박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의 종교 재판, 교황 치하 이탈리아에서 자행된 박해, 존 위클리프의 생애와 박해, 보헤미아에서 일어난 박해, 마르틴 루터의 생애와 박해, 독일과 네덜란드에서의 박해, 윌리엄 틴들의 생애, 메리 1세 통치 전 박해, 헨리 8세 통치 기간에 스코틀랜드에서 자행된 박해, 메리 1세 통치 기간에 자행된 박해 등을 세세하게 다뤘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는 즉위하기 전부터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분열을 극복하려 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하나이듯 제국도 하나, 교회도 하나여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제국의 정치적 통일을 이루자면 교회의 재통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삼촌 유스티누스 황제가 교황 호르미스다스에게 보낸 서한은 유스티니아누스가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이 서한을 계기로 몇 차례 서신을 교환한 끝에 519년 교황의 사절단이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유스티니아누스는 서방 교회가 이단으로 지목한 비잔티움 제국의 주교들을 파문하는 데 동의했고 이것은 동방 교회가 교회의 재통일을 위해 서방 교회에 양보하는 제스처이기도 했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는 기독교 교리, 교회 규정, 신학 논쟁에 깊이 개입했습니다. 당시 교리 및 교회 문제는 사실상 정치 문제였습니다.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부정된 단성론(예수 그리스도에는 신성만이 존재한다는 입장)에 대해 유스티니아누스는 관용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시리아와 이집트 등에서 득세하고 있던 단성론자들을 제국 교회에 통합시켜 정치적 통합을 다지려는 의도였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는 그리스도의 인성(人性)을 강조하는 신학과 그 지도자들을 이단으로 단죄하는 칙령을 발표했습니다. 단성론자와 정통론자들 모두가 미워하는 신학적 입장을 단죄하여 양측의 적대감을 완화하려는 의도였지만, 정통론자들은 그런 조치가 칼케돈 공의회의 권위를 손상하고 단성론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비판했고, 단성론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진정한 관용과 양보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는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제2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를 열고 교황 비질리오를 억류시키기까지 했으나, 신학적 대립과 교회의 분열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공의회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교회를 통일시켰습니다. 소피아 대성당을 재건하는 등 많은 뛰어난 건축물들을 세웠습니다. 성 소피아 성당은 유스티니아누스가 532~537년 콘스탄티노플에 세운 성당으로 ‘신성한 지혜의 교회’라고도 합니다.
그리스 정교의 중심이었으며, 로마의 아치 기술과 동방의 돔형 건축 기술을 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1453년 뒤부터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설계자는 트랄레스의 안테미오스와 밀레토스의 이시도도스입니다. 지름 33m, 높이 56m의 돔을 중심으로 하여 내부는 모자이크와 대리석으로 덮여 있어 화려합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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