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순위 지각변동 일으킨 겁 없는 신인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4.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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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최고 화제 법무법인YK

“단연, YK가 최고의 화제죠. 로펌 관계자끼리 만나면 다들 YK 이야기만 합니다.”

최근 서초동에서 가장 뜨거운 로펌을 꼽으라면 단연 ‘YK’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 덕분이다.

YK는 2020년 매출 249억원, 2021년 461억원, 2022년 532억원으로 매년 매출이 2배씩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는 매출 803억원을 기록, 수년간 10위를 지켜온 ‘동인’을 제치고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YK만의 독특한 경영 방식도 화제다. 본사에서 인사, 회계 등을 관리하는 ‘원펌’ 체제, 공격적인 마케팅, 지방 법률 시장 공략 등 기존 로펌이 선보이지 않는 전략을 내세운다.

법무법인YK가 법조계에서 화제다. 짧은 업력에도 불구, 순식간에 10위로 치고 올라왔다. 기존 로펌과는 다른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도 주목받는다. 사진은 YK 강남 주사무소 사옥 전경. (법무법인YK 제공)
사무소 개설 11년 만

매출 803억, ‘괴물 신인’

YK는 역사가 짧은 신생 법무법인이다. 2012년도 10월 강경훈 대표가 설립한 법률사무소가 시초다. 처음에는 평범한 개인 법률사무소였다. 2013년 김범한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총 3명의 변호사가 일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형사 사건 위주로 수임을 받는 평범한 서초동 법률사무소 중 하나였다.

다만, 다른 법률사무소와 달리 YK가 신경 쓴 분야가 있었다. 바로 홍보였다. 당시만 해도 변호사가 사무소를 홍보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었다. YK는 홍보를 꺼리는 다른 곳과 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하철은 물론, 온라인 블로그에도 글을 올리는 등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계속했다.

전략은 먹혀들었다. 어디에 의뢰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하나둘 YK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변호사들이 직접 의뢰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사실에도 동행하는 ‘밀착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면으로 사건을 처리하던 당시 업계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난 행보. 의뢰가 들어오면 의뢰인을 직접 만나 상담하고, 조사에도 동행했다.

서초동에서 ‘형사 사건 잘하기로 유명한 곳’으로 입소문을 타며 사세가 급격히 커졌다. 맡는 사건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형사에 이어 이혼 소송까지 줄줄이 들어왔다. 사세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2020년, 법무법인으로 전환했다.

법무법인 전환 후 본격적으로 분사무소를 세우며 지방 진출에 나섰다. 서울은 포화 상태인 만큼 새로운 시장에서 승부를 보자는 전략이었다. 대형 법무법인이 적은 지방 시장에서 YK는 두각을 드러내며 덩치를 키웠다. 분사무소 활약 덕분에 코로나19가 덮쳐 법조계가 주춤할 때도 YK는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사무소 개설 11년 만에 매출 803억원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YK 차별화 포인트는

원펌, CS 서비스

YK는 여러모로 기존 로펌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많다.

가장 돋보이는 차별점은 원펌 체제다. 상당수 로펌은 별산제로 운영된다. 소속 변호사가 독립적으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개인이 수임해 번 돈을 각자 가져간다. 반면 YK는 ‘원펌’ 모델을 지향한다. 본사에서 재무·인사·회계를 관리한다. 상당수 로펌이 수익이 나면 파트너 변호사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분배하는 반면, YK는 변호사에게 배당이 아닌 성과급 형태로 지급한다. 주사무소에서 직접 변호사 품질을 관리하는 덕분에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법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현재 전국에 28개의 분사무소를 운영 중이고, 소속 변호사 수는 240여명이다. 이들의 인사·회계 등 관리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주사무소가 담당한다.

남다른 고객 만족 서비스(CS) 역시 강점이다. 별도 고객만족센터가 따로 있다. 대형 로펌 중 따로 CS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고객만족센터는 고객에게 연락해 상담이 어땠는지, 소송 과정 중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하나하나 물어본다. 김범한 대표 변호사는 “사건을 맡은 변호사, 수임 담당 직원, 그리고 고객 반응을 모아 크로스 체크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기업 자문, 중대재해 양 날개로

매출 7위권까지 넘본다

YK는 올해 매출 목표를 1500억원으로 잡았다. 로펌 매출 순위 7위에 달하는 규모다. 6위 화우(2082억원)와 500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너무 무리한 목표가 아니냐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YK는 성장을 자신한다. 6~7위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 주력인 개인 사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YK 측도 이를 잘 안다. 매출 성장을 위해 형사와 이혼 소송 등을 넘어 기업 자문, 중대재해 소송 등 신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려는 분위기다.

기업 자문 분야에서는 지난해 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혔던 LS머트리얼즈 상장 관련 자문을 성공적으로 맡으며 데뷔전을 치렀다. 최근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중대재해 소송에서는 분사무소 체제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 이목을 끌었다. 2022년 2월 지방 소재 A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관련해 노동부와 검찰의 압수수색이 개시될 당시 YK 변호사들은 15분 만에 도착해 A사의 방어권을 보장했다. 김범한 대표는 “ ‘종합 로펌’으로서 경쟁력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터뷰 | 김범한 법무법인YK 대표 변호사
성장 위한 투자 아끼지 않을 것
김범한 법무법인YK 대표 변호사는 2013년 YK에 합류한 초기 멤버다. 작은 법률사무소에서 시작해 현재의 거대 로펌이 되기까지 과정을 함께해왔다. 회사의 발전을 쭉 지켜본 그가 바라본 YK의 강점은 무엇일까. 직접 만나 물어봤다.
김범한 법무법인YK 대표 변호사
Q. YK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고객중심주의다. 철저하게 의뢰인 편에서 사건을 생각한다.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일하는 것이 변호사다. 담당 변호사가 쭈뼛대고 변론을 대충 한다고 생각해보라. 의뢰인이 과연 판결을 받아들일까. 아니라고 본다. 변호사부터 편견을 가지면 의뢰인들은 다 안다. 프로는 변론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처음 일을 할 때부터 ‘300만~500만원 받고 대충 변호하는 게 무슨 변호사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제대로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사세가 커졌다. 현재도 생각은 변함없다.

Q. 지방에 분사무소가 상당히 많다. 지방 진출 계기는 무엇인가.

A. 지방 시장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 지방 법률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마침 로스쿨 시대가 열리면서 각 지역 대학에서 변호사가 나오던 시기였다. 분사무소를 통해 지역 인재를 활용, 지방 의뢰인에게 신속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리가 나서서 분사무소를 차리면, 지방 젊은 변호사들이 서초동으로 몰리는 쏠림 문제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분사무소를 차리고 서울과 동일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비스가 좋으니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또 지방 진출은 중대재해 소송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산업재해가 일어날 만한 사업장은 대다수가 지방에 있다. 서울에만 있었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사건도 분사무소를 활용,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게 지금은 YK만의 강점이 됐다.

Q. 향후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A. 결국에는 투자다. 인력 확보와 좋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 투자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일례로 지난해 디지털콘텐츠센터(DC센터)를 출범했고, 올해 본격화했다. 중앙에서 법률 서비스 품질 관리를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현재 서면 작성을 관리하고 있다.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게 서면 변론 작성이다. 품질 높은 답변서를 전국에 균일하게 제공하자는 취지다. 조직 개편 외에 인적 자원 영입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다. 그동안 지속해왔던 온·오프라인 마케팅 역시 꾸준히 할 계획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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