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에 ‘피벗’ 바라던 세계 경제 시계제로…韓도 新3高 비상

김남준 2024. 4. 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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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이 전면 확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국제 유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긴축 완화를 바라던 세계 경제 전망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한국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신(新)3고(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확전에 “유가 120~130달러 갈 수도”


12일(현지시간) 런던 ICE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브렌트유는 장 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 거래일 대비 0.8%(0.71달러/배럴) 오른 90.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도 전 거래일 대비 0.75%(0.64달러)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차준홍 기자

국제 유가는 폭풍 전야다. 주요 산유국협의체 OPEC플러스(+)의 감산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내 확전이 추가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서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진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들의 주요 원유 수송로로 전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물 건너간 6월 인하…금리 인상도 거론


국제 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도 기약이 없게 됐다. 14일 오후 5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전망한 6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기존 50%대에서 26.9%까지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다음 Fed의 조치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피벗(Pivot·긴축 정책 전환)이 늦어지면서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한국도 이자 부담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4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보증기금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금리 부담으로 인해 소상공인 대신 신보가 갚아준 빚의 금액은 지난해 5074억원으로 2022년 1831억원에 비해 약 177% 증가했다.


환율 1400원 육박 “경제 어려움 더 커질 것”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연일 급락(환율은 상승)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지난 12일 전 거래일 대비 11.3원 떨어진 1375.4원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최저점을 경신했다. 1370원대 환율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차준홍 기자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이란-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이는 달러화의 상방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럽 등 미국이 아닌 주요 국가들이 경제 침체 우려로 미국 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어, 금리 격차에 따른 달러 강세는 당분간 더 지속할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 있어 전체 경제에는 부담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미국만큼 충분히 금리를 올리지 못했던 것이, 중동 전쟁 같은 외부 요인과 겹쳐서 고물가와 고환율의 부작용을 지금 만들어 낸 것”이라면서 “현재 물가·금리·환율 문제는 당장 정부가 손쓸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경제의 어려움은 당분간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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