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히트곡을 하모니카로…"첫사랑 추억까지 떠오르게 한 작업"

황지영 2024. 4. 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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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스트 박종성 연주 앨범 ‘그대, 다시’ 12일 발매
‘사랑이라는 이유로’ ‘처음 그날처럼’ 등 수록
김형석 작곡가는 '사랑이라는 이유로'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맡았다.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추억이 떠올라요.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하는 제 노래와 결이 비슷하죠.”
작곡가 김형석(58)이 자신의 히트곡으로 하모니카 연주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하모니스트 박종성(37)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다. 그간 음악계에서 양념처럼 소비됐던 하모니카를 메인으로 내세우는 시도 또한 재밌어 보였단다.

지난 2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형석은 “언더그라운드가 오버그라운드가 되는 시도라 생각했다. 하모니카는 다른 악기와 비교했을 때 소박함과 진솔함이 있다. 작업하면서도 힐링이 됐고 추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1호 하모니카 전공자 박종성.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연주자인 박종성은 국내 1호 하모니카 전공자로 주로 클래식 음악을 해왔다. 대중음악에선 버스커버스커의 ‘꽃송이가’를 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종성은 “어떤 장르에 속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을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사람이고 싶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탱고와 어울린다면 탱고도 연주할 수 있다. 이번 앨범 작업은 김형석 작곡가의 팬으로서 그의 히트곡을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감성은 불변의 가치”


12일 발매된 그의 하모니카 연주 앨범 ‘그대, 다시’에는 고(故) 김광석 ‘사랑이라는 이유로’, 고(故) 박용하 ‘처음 그날처럼’, 성시경·아이유 ‘그대네요’, 유미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엄정화 ‘하늘만 허락한 사랑’, 보보 ‘늦은 후회’, 신승훈 ‘아이 빌리브’, 김혜림 ‘날 위한 이별’, 나윤권 ‘나였으면’ 등 히트곡 10곡이 담겼다.

이들 노래 모두 박종성이 직접 선정하고 편곡했다. 박종성에 따르면 저작권협회에 4000곡 이상 등록돼 있는 김형석의 노래 중 10곡을 뽑는 과정부터 난관이었다. 그는 “내가 잘 알거나 하모니카 연주로 했을 때 잘 어울리는 노래들로 뽑았다”고 말했다.

박종성X김형석 프로젝트 음반 '그대, 다시' 커버.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


타이틀곡은 변진섭 ‘그대 내게 다시’다. 앨범 명인 ‘그대, 다시’도 이 노래에서 따왔다. 김형석의 노래를 리메이크한다는 의미와 청자들에게 박종성이 재해석한 음악을 다시 들어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형석이 만든 노래들의 리메이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나였으면’은 지난해 가수 전상근이 다시 불렀고, 어반자카파 조현아는 2022년 ‘늦은 후회’를 리메이크했다.

자신의 노래가 후배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김형석은 “테이프부터 디지털 음원까지 시대는 변했지만 인간이 가진 본성은 그대로다. 이타심, 역지사지, 사랑, 행복, 추억, 이별 등 감성은 어느 시대나 통한다. 기술의 발달로 사운드는 많이 바뀌어 가겠지만, 감성은 앞으로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20년 나이 차가 나는 김형석과 박종성도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묘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종성은 ‘그대 내게 다시’를 통해 첫사랑을 떠올렸고, 김형석은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연주하며 당시의 연애사가 불쑥 생각났다. 김형석은 이번 앨범에서 ‘사랑이라는 이유로’만 피아노 연주를 직접 했다.

김형석은 “‘사랑이라는 이유로’는 내가 두 번째로 작곡한 노래이자, 가사에 내 이야기가 들어 있다. 오랜만에 연주하니 당시 좋아했던 친구도 생각나고, 작곡가로 데뷔하게 해준 김광석 형에 대한 고마움도 떠올랐다”고 전했다. 박종성은 “김형석 작곡가의 노래들을 연주하며 풋풋하고 어설펐던 시절의 첫사랑을 비롯한 개인적 일들을 꺼내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삶을 역산하는 나이”


이번 앨범은 김형석에게 과거 뿐 아니라 미래도 그려보게 했다. 가요 시장의 여러 변화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한 작업이었다.

그는 “시대에 잘 적응하고 변화해야 하면서도 나를 잃지 말아야 한다. 나를 잃는 순간 다음도 없다”면서 “좀 더 나이가 들면 힐링 음악을 하게 될 것 같다. 이번 작업도 힐링 음악의 일종이라,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감에 있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바랐다.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미래에 대한 고민은 지난해 부친상의 슬픔을 겪으면서 더욱 짙어졌다. 작곡가로 성공한 지금의 김형석을 만든 건 “음악 선생님 아버지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덕분”이라고 말했다.

“나이 육십이 가까와지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계산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끝이 보이는 거죠. 다만 20대 때나 지금이나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같아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책임감이 더 늘었죠.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분명한 건 다음 행선지가 있기에 지금을 잘 준비하고 싶습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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