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신공항이 놓치고 있는 질문... '야생동물은 어떻게 됩니까'
[정수근 기자]
▲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서게 될 군위 소보면쪽 부지. 이 일대가 정문으로 각종 편의 시설들이 들어서게 된다 한다. 그런데 이곳은 보시다시피 아름다운 사행하천인 위천이 흘러가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서게 될 위치의 조감도 |
ⓒ 대구시 |
경북 군위와 의성 일대에 들어서게 될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신공항특별법까지 통과해 이제 절차상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 사실상 착공이 기정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 환경영향평가나 주민 공청회 등의 절차는 거쳐야 하겠지만 이 일대에 새로운 비행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대구시나 군위, 의성의 시·도민도 새로운 공항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심각하게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대구시민들로 구성된 '대구민항지키기단체연대회의'를 중심으로 대구 민간공항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민간공항을 지켜라", "충분한 보상을 원한다"
이들은 민항인 대구비행장은 현 위치에 그대로 존치시키고 군비행장만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구민항지키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당시 대구민항은 존치시키고 군비행장인 K2만 예천비행장으로 통합 이전하는 안이 거의 확정됐는데, 당시 대구시가 계획을 틀어서 현재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 정면에 보이는 군위 소보의 야트막한 두 산을 밀고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어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기자는 지난 11일 새로운 공항이 들어설 현장을 직접 찾아 입지의 타당성이 있을지, 어떤 환경피해가 예견될지,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한지를 살폈다. 군위 소보면과 의성 비안면 사이에 들어서게 될 새로운 비행장 부지는 주변엔 아름다운 사행하천인 위천이 회돌아나가고 그 가운데 있는 자그마한 산지였다.
산지의 행정 주소는 군위군 소보면 내의2리와 내의3리 일대였다. 이곳은 산지를 따라 마을이 들어서 있고, 주로 사과와 복숭아, 배 같은 과수농사를 짓고 있었고, 상당한 면적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 있었다.
▲ 마을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들이 마을 주민들의 입장과 주장을 대신하고 있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군위 보소 내의2리와 내의3리 쪽 곳곳에 내걸린 현무막이 이들 주민들의 입장을 고스란히 말해고 있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마을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들. 주민들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군위 소보면 내의3리 쪽에서 시작해서 산 꼭대기를 넘어 반대편인 의성군 비안면 쪽으로 나왔다. 그곳은 소보에서부터 흘러온 위천이 180로 꺽여 왼쪽으로 흘러내려가고, 오른편에선 쌍계천이 흘러들어오는 합수부였다. 두 강이 만나는 곳인지라 그 자체로 생태적 가치가 충분한 곳으로 생물다양성이 한눈에 보기에도 뛰어나 보였다.
▲ 저 멀리 위천이 180도로 꺽여 흘러가고 오른쪽에서 쌍계천이 흘러들어온다.. 이곳이 의성 비안 쪽으로 활주로만 놓인다는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주민들은 '찬성이지만, 혜택은 있어야"... 야생의 존재들은 고려했나?
이곳에서 만난 의성 주민 이석우씨(66세)는 의성 사람들은 신공항 문제로 단단히 화가 나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항의 입구가 소보쪽으로 나게 되고 각종 편의시설은 소보쪽에 다 들어서게 되고 의성쪽은 비행기 활주로만 들어서게 돼 의성의 혜택(?)은 소음뿐"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최근 의성주민들이 버스 몇대의 인원을 동원해 세종시로 데모를 나선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비행장의 정문이 어느 쪽에 들어서냐에 따라 확연한 입장 차가 난다는 것이었다.
▲ 위천이 180돌 꺽여 흘러가고 아래쪽에서 쌍계천이 흘러들어온다. 두강이 만나는 합수부로 생물다양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렇다면 이곳에 사는 또다른 주체들은 어떤 입장일까? 입지상 신공항은 위천과 쌍계천으로 둘러싸인 곳에 들어선다. 산을 깎아 그곳에 거대한 비행장을 건설하게 된다.
산과 강이 만나는 곳은 당연히 생물다양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물은 사람이나 야생동물들에게나 기본적인 필수요소로 강과 접하고 있는 산지는 야생동물들이 주요 서식처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작 질문을 해봐야 할 대상은 이들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위천변에서 만난 멧새가 지지배배 노래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위천 모래바닥을 엉금엉금 기고 있는 다슬기 한 마리.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이와 관련해서 '대구민항지키기단체연대회의' 최봉태 변호사는 공항의 입지적 타당성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절차상 아직 환경영향평가도 남아 있고 공항으로 인한 환경적 피해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과연 환경부가 이곳에 공항을 허용해줄지도 의문이다. 앞으로 공항으로 인해 생기게 될 피해에 대해서 계속해서 감시하고 모티터링해나갈 계획이다"
▲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부지인 군위 소보 내의2리에서 만난 과수원. 복숭아꽃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서게 될 곳인 군위 소보 쪽은 위천이 아름답게 흘러가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사실상 적자공항이 난무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또 하나의 적자공항을 탄생케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과 자연이 짊어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최근 난무하는 신공항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또한 그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덮어놓고 공항만 지어놓으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환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균형감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균형감각은 자연과 야생의 관점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한 입장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과연 타당한지를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이날 돌아본 답사의 결론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년간 우리 멋졌다" 서울시내 메운 '세월호 시민들' 눈물과 미소
- 그냥 꽃이니 볼 거 없다? 잠깐만요!
- 모기로 아우성... 지구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나
- 시집 가라는 남편... 동네 사람들 모두 울린 편지
- 검찰 조사 후 벌어진 일 "얼굴 빼고는 전부 멍이..."
- 늘 '최대 불황'이란 출판계, 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들
- [오마이포토2024] 세월호 참사 10주기 4·16 보도사진전 '기억은 힘이 세지'
- 윤 대통령, 후임 총리·비서실장 인선 시간 걸릴 듯
- 유엔 안보리 내일 긴급 소집…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논의
- 조국, "윤 대통령, 만나자"...민주당도 영수회담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