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뮤직, 음원을 자산으로…아시아 최다 IP 확보 [천억클럽]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4.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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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욘드뮤직

방탄소년단(BTS)의 ‘불타오르네(2016년)’, 이효리의 ‘10 Minutes (2003년)’,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1988년)’.

한 시대를 풍미한 이 곡들의 저작권은 제작사도, 작곡가도 아닌 비욘드뮤직이 갖고 있다. 저작권뿐 아니라 인접권도 보유 중이다. 저작권은 곡의 악상과 가사를 창작한 작곡가와 편곡자, 작사가에게 있지만 인접권은 실제 노래하는 가수나 연주자, 음악을 녹음해 음을 고정한 음반사가 쥐고 있다. 비욘드뮤직이 인접권을 확보한 대표적인 곡은 태연의 ‘그대라는 시’, 아이유와 HIGH4의 ‘봄 사랑 벚꽃 말고’, 라붐의 ‘상상더하기’ 등이다. 2022년부터는 해외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델(Adele), 셀린 디온(Celine Dion), 존 레전드(John Legend)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IP를 사들였다.

아시아 최초 음원 권리 전문 투자사로 꼽히는 비욘드뮤직은 2021년 5월 LF그룹으로부터 KNC뮤직을 인수한 후 지속적으로 음원 IP에 투자해왔다. 인수 직전인 2020년 1만679개였던 보유 음원 IP는 지난해 3만2815개까지 확대됐다. IP가 많아지는 만큼 매출도 늘어났다. 같은 기간 비욘드뮤직 매출은 49억원에서 162억원으로 증가했다.

음원 IP 3만개 이상 확보

글로벌 팝스타 IP도 다수

비욘드뮤직의 비즈니스는 주식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비슷하다. 자산운용사가 여러 종목을 매입해 운용하듯, 비욘드뮤직도 여러 음원 IP를 사들인 뒤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음원이 재생되거나 드라마 OST나 리메이크 등으로 음원이 활용되는 경우에도 수익이 발생한다. 이에 회사는 각종 예능과 드라마에 음악을 삽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음원이 더 많이 활용될수록 회사의 수익은 물론 음원 IP의 가치도 높아진다.

음원 IP 가치가 높아지면 회사는 매각을 통한 수익률 극대화도 가능하다. 지난 2022년 저스틴 비버의 음원 수익에 대한 권리와 저작권이 약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에 매각된 바 있다. 대체 자산으로써 음원 IP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욘드뮤직 투자사들도 자산으로써 음원 IP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특히 다른 산업에 비해 음악은 경기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한다. 예를 들어 불황일 때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 영화나 골프 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가 안 좋다고 음악을 덜 듣지는 않는다. 다른 자산과 묶으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헤징(Hedging)’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비욘드뮤직 투자사인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강승현 전무는 “자산으로써 음원 IP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며 “음원 IP는 경기 변동성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담보되는 자산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음원 IP를 인수할 때 가장 중시하는 부분도 분산 투자다. 장르와 시대를 다양하게 조합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K팝과 미국의 팝가수 IP에 많이 투자했다면, 최근 많이 사들이는 장르는 라틴팝이다. 전 세계적으로 K팝 다음으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장르라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의 인구 추이와도 관련이 있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인구수는 7%가량 늘었는데, 인구 증가의 51%가 히스패닉으로 집계됐다.

투자 원칙도 명확하다. 최신 IP보다 오래된 음원을 더 선호한다. 음원의 현금흐름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최신 음악은 수년간 하향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비욘드뮤직 분석에 따르면 신규 음원은 공개 후 갈수록 현금흐름이 우하향하다 5~7년 정도 되는 시점부터 기울기가 평평해진다. 이처럼 명확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구간에 집중해 정량적인 가치 평가가 이뤄진다.

“음원 IP는 발매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고 안정화 구간에 진입하면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이 창출된다. 특히 한 시대에 높은 인기를 끌었던 음원은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비욘드뮤직은 안정화 구간에 진입한 음원 IP를 합리적인 가격에 매입하고, 밸류업을 통해 수익과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좋은 투자 기회라고 판단해 비욘드뮤직을 선택했다.” 비욘드뮤직 투자사인 메이븐그로쓰파트너스 신민기 대표의 평가다.

AI 전환 대비해야

IP 양극화 심화 전망

창업 후 한동안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비욘드뮤직은 설립 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분명히 있다. 인공지능(AI) 전환에 대한 대비다.

최근 전 세계적인 AI 열풍으로 대부분 산업에서 AI가 화두로 떠올랐다. 음악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AI를 통해 다른 아티스트 목소리를 입혀 원곡을 재해석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목소리를 입히는 차원을 넘어 음원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수량이 급속도로 변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결국 AI가 바꿀 음악 산업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회사의 도약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이장원 비욘드뮤직 대표는 “AI 시대에는 음원 IP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톱티어 음원들은 다양한 형태로 변환돼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반대로 명곡에만 관심이 집중되면 소외되는 음원도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 어떻게 대비할지 꾸준히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 시장 동향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의 음악 소비 방식이 꾸준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토종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용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숏폼 미디어 영향력이 강화되는 현상이 음악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음원 IP 가치를 평가할 때 이런 소비 방식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고도화된 방법과 전략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에 맞춰 회사도 음원 IP의 가치 평가 기술 고도화에 더욱 힘을 쏟는다. 주로 정성 평가와 직관에 의해 이뤄지던 가치 평가에서 IP의 미래 수익 예측을 위한 AI 기술을 도입했다.

이 대표는 “비욘드뮤직은 CJ ENM,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등 음악 산업과 사모펀드, 회계법인, 증권사 등 금융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들이 힘을 합쳐 음원 IP를 발굴하고 데이터 기반의 가치 평가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관이나 아티스트의 이름값이 아니라 철저히 음원의 과거 현금흐름과 스트리밍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정량적인 가치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이 비욘드뮤직의 강점”이라며 “이를 고도화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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