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중퇴한 은퇴 공무원, 대학 강단 서다
[김부규 기자]
- 2007년~2023년 부천대학교 경영학과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 2019년 8월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박사 학위 취득
- 2023년 6월 말 정년퇴직 - 부천시청 기획조정실장(지방서기관)
- 2023년 8월 부천대학교 경영학과 특임교수 임용
- 특이사항
ㆍ7남매(남 6, 여 1) 중 5번째. 가정형편이 어려워 재수 후 중학교 입학
ㆍ대도시 고등학교 유학 중 지방으로 전학 후 2학년 때 중퇴
ㆍ공무원 시험 합격(18세) 후 재직 중 대입 검정고시 합격
ㆍ가톨릭대학교 야간 학사, 석사 및 일반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인터뷰하는 오영승 교수 |
ⓒ 김부규 |
- 퇴직 소감 한 말씀해 주세요.
"민간인이 된다는 측면에서 신분상 제약에서 벗어나니 시원하기도 하고, 41년 정든 직장을 떠나니 섭섭하기도 해요. 조금만 잘못해도 형법상 형벌과 행정법상의 벌칙, 두 가지로 함께 처벌하니까 그에 대한 해방감도 있었죠.
공직에서 벗어나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또 자기 계발을 위해 자격증 공부한다고 학원에도 다니면서 바쁘게 지냈는데 한 석 달쯤 지나니까 무기력증이 왔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계속 바쁘게 일하다가 어느 순간 놓아버리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거죠. 대학 강의도 야간에 있고, 강의하는 거 외에는 시간이 전부 남거든요. 정신적으로 풀어지는 게 있더라고요. 상당히 큰 스트레스였죠. 현직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심적으로 여유롭게 못 놀아요. 은퇴 후 3개월이라는 어떤 경계선에 이르면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며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한 6개월 지난 시점인 작년 1월에 학교에서 특임교수 추천이 있어서 '야! 이제 살았다'라며 탄성을 질렀죠. 지금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아요."
- 대학 교수에 관한 꿈은 언제 키우셨나요?
"제가 공직 11년 차에 시청 기획예산과에서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과 투·융자심사 업무를 접할 때 회계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석사학위 취득 후에 부천대학교 지도 교수님께 석사학위 논문을 드리려고 가지고 갔다가 강의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강의를 시작했어요.
▲ 부천대학교에서 ‘회계원리’ 과목 강의를 마치고 종강 기념 촬영 |
ⓒ 오영승 |
- 특임교수의 길을 선택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목표를 설정해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와요. 제가 살아보니까 운이 많이 좌우하더라고요. 근데 나에게 오는 그 운을 받아먹으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놀고 있으면 운이 왔다가 도망가요.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운이 왔을 때 받아먹을 수 있거든요.
저의 부천시 기획조정실장(서기관) 발령도 박사학위 논문 책자를 시장님께 직접 전해드리면서 저를 알린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런 작은 노력도 큰 힘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관련해서 조언드릴 것은 자신을 겸허하게 해부를 한번 해보세요. 종이를 하나 꺼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거를 좌측에 쭉 적어보세요. 그다음에 내가 가장 잘하는 거를 오른쪽에 쭉 적어보세요. 그러면 양쪽에서 교집합이 되는 부분이 나올 거예요. 이 교집합은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걸 죽을 힘을 다해서 후벼 파는 겁니다. 현직에 있으면서 취미로 만들거나 제2 인생으로 발전시키라는 거예요.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어요.
한 20년 봐야 돼요. 현직에 있을 때 젊은 직원들 보고 '너희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 이 직장은 너희들 밥 먹고 사는 곳이고 제2의 인생을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라. 20~30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가 된다'라고 많이 조언했어요."
- 특임교수 재직 중 힘드신 일이 있었다면?
"힘들다기보다는 교수 생활이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41년 동안 통제된 직장에서 바쁘게 생활하다가 은퇴 후 작년 8월에 임용됐는데 한 석 달 동안 교수연구실에 혼자 있었어요. 외로웠죠. 출퇴근 체크 등 아무도 나를 통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니까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 가톨릭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 수여식 |
ⓒ 오영승 |
- 보람 있었던 일은?
"제가 가르친 학생을 대학원에 추천한다거나 박사 과정을 연결해 준다든지 하는 가교 역할은 교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거기에 큰 보람이 있어요. 그리고 정식 연봉을 받고 교수 직함으로 생활을 하니까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이죠. 공직 선배들이 '부천시 생기고 공무원 중에 너처럼 대학교 특임교수 하는 사람은 처음이다'라며 굉장히 인정해 줘요. 그게 보람이죠."
- 은퇴 후 부부 기초생활비는 얼마쯤 되나요?
"우리 부부 둘이 통상적으로 한 300만 원 정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보험료만 월 100만 원 이상 들어가요. 해외여행 한 번 가거나 괜찮은 문화생활까지 하면 한 450만 원은 들어간다고 봐요."
- 전망은 어떤가요?
▲ 부천대학교 교정에서 |
ⓒ 김부규 |
"장기적으로 한 20년 정도 멀리 내다보고 제2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예요. 직장에 새내기로 들어가서 적응하고부터 시작해야 해요. 직장 생활 충실히 하고 나름대로 시간 쪼개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잘할 수 있는 거를 발굴해서 목표를 세우고 밀고 나가라는 거예요. 먹고 사는 문제는 직장이 있으니까 해결되는 거고 은퇴 후의 제2 인생을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라는 말씀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다음포털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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