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출근한 뒤 등굣길서 혼자 울고 있던 아이…이제는 든든해요" [데일리안이 간다 53]

김하나 2024. 4. 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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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4월부터 서울형 아침돌봄 사업 실시…맞벌이 가정서 아침에 아이 맡기면 등굣길 지도
시내 10개소, 6~12세 초등학생 대상…학생들 "아침 못 먹었는데 포도주스 마시며 친구와 보드게임"
"등교하기 전 친구와 놀 수 있어 좋고 등교할 때 친구랑 얘기할 수 있어 즐겁다"
부모들 "이제 걱정하지 않고 회사 다니게 됐고 선생님과 안전하게 학교 갈 수 있어 안심"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서대문4호점'에서 11일 오전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4월부터 서울시가 초등학교 자녀의 등교를 돕기 위한 새로운 돌봄 사업을 시작했다. 아침 출근시간에 쫒겨 자녀를 등교시킬 여력이 없는 맞벌이 부부는 물론, 한부모 가정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 역시 등교하기 전 놀이활동을 하며 친구들을 사귀는가 하면, 돌봄교사가 동행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11일 오전 8시께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서대문4호점'에서 초등학교 6학년 김주희(12)양은 등교시간 전 친구 이서희(12)양과 함께 보드게임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30분에 홀로 센터에 도착한 이양은 "주희가 온다고 해서 오늘 처음 이곳을 왔다"며 "친구랑 등교하기 전에 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2학년 남동생 주원(8)군과 함께 센터를 찾은 김양은 "집이 좀 멀어서 15분~20분 정도 걸어 도착했다"며 "이곳에서 학교가 가까운데 등교할 때 친구랑 얘기하며 가서 즐겁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형 아침돌봄 사업'에는 5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시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오전 7~9시 사이에 우리동네키움센터에 맡기면, 돌봄교사가 대신 등교 준비를 도와주고 학교까지 동행해주는 것이다. 주로 맞벌이 가정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센터 10개소에서 시작됐는데, 아침 돌봄이 필요한 6~12세 초등학생이 대상이다.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서대문4호점'에서 11일 오전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 "기대는 곳 아냐~ 넘어져"…등굣길 안전 챙기는 돌봄교사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한 주원군은 센터에서 받은 포도주스를 마시며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김군은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픈데 여기서 포도주스를 주셨다"며 "형 누나들과 자동차를 빼는 보드게임 '러시아워' 놀이를 했는데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침돌봄 교사 정모(50)씨는 "아침 출근시간대 일찍 나와야 하다보니 세수나 양치를 하지 않고 오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며 "아이가 먼저 '선생님 머리가 뻗쳤다'고 얘기하면 등교하기 전에 머리를 빗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서대문4호점'에서 11일 오전 아이들이 등교 준비를 하고 있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오전 8시 30분이 되자 정씨는 아이들에게 "이제 가방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산도 챙기자"고 독려했다. 아이들은 하나둘 놀이를 멈추고 등교 준비를 한 뒤 돌봄교사와 등굣길에 올랐다. 센터에서 홍연초등학교까지는 321m로 걸어서 10분 정도였다. 횡단보도 앞 설치된 구조물에 이서준(9)군이 몸을 기대자 정씨는 "기대는 곳이 아냐~넘어져"라고 말했고, 이군은 몸을 즉시 뗐다. 횡단보도를 지나 오르막 경사가 이어지는 길에서도 돌봄교사는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며 학교까지 인솔했다.

11일 오전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서대문4호점'에서 나온 아이들이 돌봄교사와 함께 등굣길에 올랐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 맞벌이 학부모들 "급할 때 아침돌봄 이용, 든든해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들은 마음이 든든하다. 맞벌이부부인 서희양의 엄마 A(48)씨는 "출근한 후에 아이들이 학교를 가서 먹는 것도 대강 챙겨놓고 엄마로서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했다"며 "아침돌봄을 이용하고 나서는 담당 선생님이 아이를 등교시켜주시니 든든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센터에서 아이가 친구들도 사귀면서 부모가 못해주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녀 3명을 둔 김강은양 엄마 B(39)씨는 "주변만 둘러봐도 출근시간 때문에 부모는 먼저 출근하고 남겨둔 저학년 아이를 홈캠으로 확인하며 등교 지도를 하곤 한다"며 "강은이가 1학년 때 저는 출근하고 강은이는 등굣길에 친구를 기다리며 혼자 울고 있던 적이 있다. 지나가던 분이 강은이를 대신해 전화를 해준 적이 있는데 마음이 참 아팠다. 부모들이 맘편히 맡길 수 있는 이 사업을 많이 이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준군의 엄마 C(44)씨는 "아이가 등교하는 시간이 회사 출근시간보다 늦어 1시간 동안 돌봄 공백이 생겨 고민하던 중 아침돌봄 시범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다"며 "이제는 걱정하지 않고 회사를 다니게 됐고, 아이도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같이 하고 학교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주희양과 주원군의 엄마 D(42)씨는 "맞벌이 가정에 이 보다 더 좋은 돌봄사업이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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