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영국 민심에 부채질한 총리의 ‘운동화’, 무슨 일?

최다희 2024. 4. 1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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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세금 정책 등 현안과 관련한 인터뷰 자리에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삼바' 신발을 신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수낵 총리는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삼바를 신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내가 이전부터 아디다스 삼바를 신어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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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등 사안을 논하는 인터뷰에서 아디다스 삼바를 신은 리시 수낵 英 총리(좌측). CNN 캡처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세금 정책 등 현안과 관련한 인터뷰 자리에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삼바’ 신발을 신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아디다스의 인기 신발인 삼바는 측면에 있는 3개 줄이 특징인 모델로 이전부터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지난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세금 및 보육 정책과 관련한 국정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장면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되자 현지 누리꾼과 언론의 이목은 수낵 총리의 발언이 아닌 그의 발에 쏠렸다. 당시 노타이 와이셔츠 차림의 수낵 총리는 구두가 아닌 흰색 아디다스 삼바를 신었다.

현지 언론과 누리꾼 사이에서는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에 어긋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한 기자는 “친근하게 보이려던 시도가 역효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영국 패션지 GQ는 수낵 총리가 “젊고 소위 ‘힙’한 사람으로 보이려 했다”며 “영원히 멋진 제품으로 남을 스니커즈를 망쳐버렸다”고 혹평했다. 한 누리꾼은 “신발 덕분에 (인터뷰가) 더 잘 이해된다”고 비꼬기도 했다.

CNN 방송도 “‘다들 신는 신발’이 보는 이의 시선을 강탈해 정작 정부의 세금과 보육 정책에 대한 총리의 설명 상당 부분이 묻혔다”고 촌평했다.

정치인의 ‘운동화’가 화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대중적인 신발로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정치인은 이전에도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필라델피아주에서 ‘네버 서렌더 하이탑(The Never Surrender High –Tops)’ 운동화를 소개하는 트럼프. 뉴욕타임스 캡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달리기 동호인, 간호사, 식당 종업원 등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즐겨 신는 미국 운동화 브랜드 ‘호카’ 신발을 신은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아디다스의 ‘스탠스미스’ 제품을 신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99달러(약 54만원)짜리 운동화를 직접 출시한 적 있다. 그는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해 운동화의 이름을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아 ‘네버 서렌더 하이탑(The Never Surrender High –Tops)’으로 지었다.

그러나 앞선 정치인들의 사례와 달리 수낵 총리의 운동화를 향해서는 대중의 차가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당에 등돌린 영국 국민들의 분노가 스니커즈를 향했다”고 분석했다. 수낵 총리가 영국 국민 대다수의 민심을 읽고 있는 상황에서 ‘스니커즈’가 부정적 여론을 자극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영국에서 14년간 집권 여당인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이 20%를 기록하며 4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보수당이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데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수낵 총리는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삼바를 신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내가 이전부터 아디다스 삼바를 신어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또 “내가 무엇을 입고 신는지에 이토록 많은 관심이 쏟아져 놀랍다”고 덧붙였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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