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노스탤지어

이경진 2024. 4.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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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의 사물로 이뤄낸 정취.
김상인의 고족 접시는 각 1백20만원, 일상여백.
「 김상인의 고족 접시 」
해인요 김상인의 백자가 품은 아스라한 푸른빛은 흰빛보다 포근하다. 투박하면서도 절제된 선, 각진 굽을 가진 하얀 도자기는 어디에 두고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고 무한히 확장되는 여백의 공간이 된다. 갤러리 ‘일상여백’에서 연 전시 〈여백〉에서 만난 고족 접시는 혼자서도 아름답지만, 만년설 딸기부터 검은 양갱까지 매끄러운 백색의 여백 위에 무엇이든 놓았을 때 가장 흡족하다.
캐비닛과 흰색의 나주반은 가격 미정, 모두 스튜디오 오수.
「 스튜디오 오수의 캐비닛과 소반 」
색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형태와 선을 남긴 목가구에서 차가운 추상화가 연상된다. 목가구의 획일적인 패턴과 묵직함을 벗은 캐비닛은 재료 본연의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조형미와 실용성을 지닌 물건을 만들어온 스튜디오 오수의 작품. 전통 책장의 형태에서 착안한 구조로, 나무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에 최소한의 디자인을 더해 담백하고 단단하게 완성했다. 분리 가능한 상부장을 한 층 더하고 바 형태의 황동 다리로 고정해 모듈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김규태의 ‘어글리 포트(Ugly Pot)’ 시리즈는 가격 미정.
「 김규태의 도자기 」
흙을 한 줄씩 쌓고 꼬집어 눌러 붙이는 ‘코일링’과 ‘핀칭’ 기법은 오롯이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는 작업이다. 빚는 과정이 도자기 표면에 고스란히 남는다. 김규태는 손자국이 가득한 어두운 태토의 거친 질감을 흰색의 분장토로 너그럽게 감싼다. 눈이 펑펑 쏟아지며 쌓이기 시작할 무렵의 겨울 풍경처럼 넉넉하고 온화한 여백을 그리는 것이다. 흔적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갈무리할 때 풍기는 나름의 품위와 여유. 형태를 만드는 일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분칠’ 과정이 남긴 하얀 무늬는 한 폭의 풍경 같다.
‘와-탑(Wa-Top)’ 데이베드는 5백만원대, 이스턴 에디션.
「 이스턴 에디션의 데이베드 」
조선 후기의 미학인 ‘무미’로 지은 침장 위에서 즐기는 한낮의 휴식. 의미 없는 장식을 걷어낸 곧은 선, 어두운 색의 호두나무 베니어와 스틸, 순백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전통 가구 디자인을 모티프로 한국적인 내러티브를 현대적인 맥락으로 다시 짓는 이스턴 에디션의 데이베드는 편안하게 등을 받쳐주는 구조와 넉넉한 길이, 한쪽 팔을 올릴 수 있는 거치대까지 쉬고 싶은 순간에 몸이 취하는 다양한 자세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독서부터 낮잠까지 다양한 쉼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유리 개완은 30만원, 숙우는 18만원, 접시는 11만원, 유리볼은 15만원, 모두 베르비에 by 핸들 위드 케어.
「 베르비에의 유리 차 도구 」
하얗게 빛나는 유리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결이 보인다. 투명함과 불투명함 사이에서 반짝이는 유리에 소복이 눈 쌓인 정경이 담긴 것 같다. 찻물을 담으면 찻물색이 은은하게 비치며 한결 맑고 부드러워진다. 베르비에의 유하나는 눈결 같은 무늬를 얻기 위해 유리 캐스팅 기법을 사용한다. 원하는 형태를 흙으로 조형한 틀에 켜켜이 유리 가루와 알갱이를 쌓아 가마에 넣는다. 고온에서 녹이고 다시 식히는 기다림의 시간을 거친 뒤, 가마에서 처음으로 꺼낸 유리는 표면이 거칠다. 이때 직접 사포질을 하고 광택을 낸 끝에 비로소 유리 결의 표정과 질감을 발견하게 된다.
순면 커버의 메밀 베개는 19만5천원, 누비 쿠션은 각각 9만5천원, 8만5천원, 목화 솜 누비 패드는 35만원, 비애이 홈.
「 비애이 홈의 순면 침구 」
오로지 흰색으로 과장 없이 만드는 비애이 홈의 침구는 전통에 기반해 다루기 어려운 자연 소재로, 더 이상 흔치 않은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부드러운 60수 순면의 누비 패드는 목화 솜을 양쪽 원단 사이에 넣고 홈질로 줄줄이 손바느질해 누빈다. 모서리는 한국 전통 침장처럼 이불의 아래 겉감이 윗면을 여유 있게 감싸는 모양이 되도록 접어 바느질한다. 지퍼나 단추 대신 견고하고 아름다운 리본 마감을 사용한다. 보기에 차분하고 만지기에는 자연스러운 순면 침구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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