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라이프의 완성

윤정훈 2024. 4.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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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데 친환경적이기까지? 지속 가능성 위에 쌓아 올린 여섯 채의 집.
「 럭셔리 가든 하우스 House of Greens by 4site Architects 」
인도 벵갈루루는 1년 내내 쾌적한 기후를 자랑하며 풍부한 공원과 녹지가 있어 ‘정원의 도시’로 불린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벵갈루루 교외에 무성한 식물로 둘러싸인 이 집은 그런 명성에 잘 들어맞는다. 포사이트 아키텍츠는 반려견을 키우며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족을 위해 프라이빗하고 럭셔리한 친환경 주택을 디자인했다. 계단식으로 구성된 집은 층별 단독 테라스와 옥상 정원을 갖췄다. 대문을 여는 순간 펼쳐지는 고요한 정원을 지나면 높은 개방감을 자랑하는 복층 구조 거실이 나타난다. 언제 어디서든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 거실과 다이닝 공간, 침실에서 몇 발짝만 내디디면 정원에 닿을 수 있다. 방의 층고와 배치가 조금식 달라 다채로운 조망도 가능하다. 앞으로 길게 뻗은 처마는 집 안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사방에 난 창을 통해 적당한 빛과 바람이 들어와 사시사철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다. 홍토 석재 클래딩과 천연 화강암, 목재 등 자연 유래 건축자재를 활용해 탄소 발자국을 줄였다. 이 외에도 수동 냉난방 장치와 실링 팬, 빗물 수집 장치 등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크고 작은 방책을 곳곳에 마련했다.
「 바위 아래 폐기물로 쌓아 올린 집 Chuzhi House by Wallmakers 」
‘추즈히(Chuzhi)’는 인도 방언으로 ‘소용돌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집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건물이 어떻게 보일지는 생각하지 않죠.” 건축가 비누 대니얼(Vinu Daniel)은 땅을 훼손하지 않고 풍경에 숨어드는 주택을 의도했다. 거대한 나무가 뿌리내린 암석 위, 건물이 들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똬리를 튼 뱀처럼 집이 은신하고 있다. 인접한 나무와 암석을 소용돌이치듯 비껴가는 구조는 자연이 계속해서 번성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구불구불한 지붕과 벽은 거실 · 주방 · 침실 · 욕실 등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하며, 주변 암석과 유사한 질감과 색으로 풍경과 실내의 조화를 이룬다. 비누 대니얼은 흙과 폐기물을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실험을 거듭해 왔다. 인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플라스틱과 건축 잔해는 그에게 ‘귀중한 낭비’나 다름없다. 추즈히 하우스에는 인근에서 주운 폐플라스틱 물병 4000여 개가 사용됐다. 빈 물병에 시멘트를 채워 넣어 벽돌처럼 쌓고 그 위를 흙으로 덮어 벽을 세운 것이다. 욕실을 제외한 공간 구석구석에 재활용 목재가 쓰였다. 버려진 땅과 자원을 가능성으로 삼은 집은 그 자체로 오래된 미래다.
「 온실을 닮은 저비용 친환경 주택 Green House by Hayhurst and Co 」
런던 토트넘 주택가 한쪽,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집. 정면에 놓인 폴리카보네이트 패널과 대나무는 한때 이곳에 있던 과수원과 온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패널은 독특한 외관을 만들며 집 안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빛을 한 차례 걸러낸다. 열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사각형 구조, 태양광 패널과 공기열 히트 펌프(대기 중의 열을 흡수 또는 방출하는 친환경 냉난방 기술)를 도입해 쾌적함은 물론 높은 지속 가능성을 달성했다. 콘크리트만큼 높은 강도에 탄소는 적게 배출하는 CLT 목재, 재활용 코르크 고무와 재활용 콘크리트 경량 블록을 바닥재로 사용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고 보드나 페인트 마감 대신 목재 구조를 드러내 자연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한 점도 눈에 띈다. 양쪽으로 이웃집과 맞붙은 부지의 한계는 아트리움 구조로 해결했다. 집 가운데에 큰 개방 공간을 만들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한편, 천장을 통해 실내에 충분한 빛을 들였다. 아트리움은 거실과 주방, 다섯 개의 침실, 욕실 등 모든 생활공간을 연결하고 공기 순환을 도와준다. 앞으로는 마당, 뒤로는 아늑한 정원이 있어 집 안 어디서든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평당 3000유로 미만이라는 낮은 예산으로 해결했다는 점이 놀랍다.
「 정원을 위한, 정원에 의한 집 Celilo Springs by Western Architecture Studio 」
건축가 앤드루 보인과 아내 에리카는 ‘정원이 있는 집’보다 ‘그 자체로 자연의 일부가 된 집’을 원했다. 총 650㎡ 부지에서 집이 차지하는 면적은 120㎡ 남짓. 그 외엔 200여 종의 서호주 자생식물이 자라는 정원과 두 개의 연못이 자리한다. 퍼스 교외 지역을 산책하던 두 사람은 우연히 이곳을 발견하고 저렴한 값에 땅을 매입했다. 가파른 경사에 자연 수로가 있어 건물을 짓기 적합한 곳은 아니었으나 부부에겐 더할 나위 없었다. 지속 가능성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주어진 땅에 몰입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여겼기에 땅의 맥락을 세심하게 살폈다. 지하수가 어떻게 흐르는지, 상대적으로 건조한 지점은 어디인지. 이에 따라 집과 외부 동선, 정원과 수로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주택과 정원 사이엔 별다른 경계가 없다. 초원 위에 펼쳐진 텐트처럼 가볍게 놓인 지붕 아래 미닫이문을 닫으면 거실로 풍부한 녹음과 새소리가 흘러든다. 태양광 패널과 고효율 히트 펌프를 갖춘 집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더운 공기를 지붕 꼭대기로 내보내는 스택(Stack) 환기 시스템으로 여름철에도 시원하며, 로이(Low-E) 유리와 알루미늄 천장이 집 안 전체에 적외선을 고르게 전달해 겨울엔 통나무 하나로 24시간 난방이 가능하다.
「 지속 가능한 도시생활을 뒷받침하는 집 Welcome to the Jungle House by CplusC Architects + Builders 」
‘역사’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시드니 하우스. 건축가 클린턴 콜(Clinton Cole)은 후기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상가 주택을 아내와 세 자녀를 위한 친환경 주택으로 탈바꿈시켰다. 워낙 노후한 탓에 대부분 철거했으나 기존 건물의 큰 틀은 유지하며 과거의 몇몇 흔적을 살렸다. 외벽에 석고를 발라 건물에 새로운 얼굴을 부여하되 기존 건물 창은 코르텐강으로 두르고 새로 낸 창을 흰색 테두리로 둘렀다. 증축한 외벽을 넓게 덮은 태양광 패널, 5000ℓ 규모의 지하 빗물 탱크, 곳곳에 사용한 재활용 목재, 작물 수확과 양봉이 가능한 옥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여러 장치가 도입됐지만 이 집의 진정한 묘미는 벽과 벽 사이에 있다. 외벽과 내벽 사이에 과채를 심은 화단, 아쿠아포닉스(물고기 배설물을 작물의 양분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농업 기술) 양식장을 둔 것이다. 양식장 물은 농업용수로 쓰이고, 식물을 통해 여과된 물은 다시 양식장에 사용되며 계속해서 순환한다. 양식장은 2층 아이들 침실 창가에 있어 교육적인 면에서도 좋다. 창가의 유리 루버와 경첩창, 3개 층을 연결하는 나선형 계단은 실내 과열을 막고 충분한 환기와 채광을 제공해 냉난방 시설을 작동시키지 않아도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 자급자족을 실현한 숲속 별장 Off Grid House by Archier 」
호주 멜버른 시골, 한적한 농경지에 자리한 이 집은 대대로 이 지역에 살아온 대가족을 위한 별장이다. 오프 그리드 하우스는 이름처럼 외부 도움 없이 필요한 전력과 물을 자체적으로 공급한다. 지붕에 설치한 40KW 태양광 패널과 대형 빗물 저장 탱크, 인접한 계곡에서 생활용수를 조달하는 시스템을 갖춘 덕이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붉은색 박공지붕은 주변 산의 능선을 고려한 결과다. 집은 마치 종이접기라도 한 듯 입체적 형태가 돋보이는데, 비가 오면 접힌 면을 따라 빗물이 흘러 건물 귀퉁이에 놓인 네 개의 연못으로 흐른다. 현지에서 조달한 친환경 집성재를 활용해 편안하면서도 담백한 멋을 지닌 공간을 만들었다. 노출된 서까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장식이 되며, 통창 너머로 근사한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천장과 벽, 가구와 바닥에도 특유의 질감을 살린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값비싼 마감재 없이 멋진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전기 엔지니어와 도예가인 건축주 부부도 작은 손길을 더해 원격 스마트 전기 제어 시스템과 현지 점토로 만든 세면대와 타일을 설치했다. 집은 소박한 제스처로 풍부한 미적 경험이 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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