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1st] '이강인·비티냐 등 멀티 플레이어 선호' 엔리케 감독, 실패로 끝난 PSG 전형 파괴 실험

김희준 기자 2024. 4. 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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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한다는 게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리를 챙기는 데에는 실패했다.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2023-202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을 치른 파리생제르맹(PSG)이 바르셀로나에 2-3으로 패했다.


엔리케 감독은 자신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는 걸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PSG에 부임한 이후로도 꾸준히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위치에서든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역설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PSG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도 엔리케 감독은 "우리 팀에는 멀티 플레이어가 정말 많다"며 "이런 선수들이 있으니 선수 교체가 없어도 전략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인, 아슈라프 하키미, 워렌 자이르에머리, 비티냐 등 구체적인 선수들도 언급했다.


바르셀로나전에서도 엔리케 감독은 여러 선수에게 다양한 포지션을 주문했다. 스트라이커로 나온 마르코 아센시오는 엔리케 체제 스페인 대표팀에서처럼 아래로 자주 내려오며 중원 싸움에 힘을 실었다. 윙어로 출장한 킬리안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는 아센시오가 빠진 공간을 메워 투톱처럼 뛰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가운데 왼쪽), 이강인(가운데 오른쪽, 이상 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중원에서는 포지션 변경이 수시로 이뤄졌다. 이강인은 미드필더진 중 가장 높은 위치를 점했다. 아센시오보다 공격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았으며, 기본적으로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게 뛰며 뎀벨레가 비워둔 오른쪽에도 자주 위치했다. 이날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비티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파비안 루이스와 비교적 비슷한 높이에서 공수 연결에 주력했고, 수비 상황에서는 아예 수비라인까지 내려서 파이브백을 형성하기도 했다.


비티냐가 센터백과 같은 위치로 내려서면 오른쪽 풀백으로 나온 마르퀴뇨스가 높이 전진했다. 이날 PSG 공격 상황에서 가장 많이 나온 전형은 4-2-2-2(음바페, 뎀벨레; 아센시오, 이강인; 비티냐, 루이스; 누누 멘데스, 루카스 베랄두, 뤼카 에르난데스, 마르퀴뇨스; 잔루이지 돈나룸마)였으나 하나의 포메이션으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로 PSG는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술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엔리케 감독의 선택에는 이유가 충분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어 전반기 내내 고전했다. 후반기가 되어서야 센터백 유망주 파우 쿠바르시를 발견해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을 중원으로 올릴 수 있게 되면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이 경기에서는 크리스텐센이 선발로 나오지 않아 중원과 수비진 사이에 평소보다 넓은 공간이 생겼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2명 두는 선택은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었다.


비티냐(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분명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첫째로 자이르에머리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비티냐와 루이스 중원 조합을 가동해야 했는데, 이날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비티냐는 중앙을 커버하기에 이상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자이르에머리가 선발로 나올 수 있었다면 그가 오른쪽 수비를 맡고 마르퀴뇨스가 중앙으로 들어가는 보다 안정적인 그림이 나왔을 것이다.


하키미가 경고 누적 징계로 출장하지 못한 것도 뼈아팠다. 붙박이 라이트백인 하키미가 결장하면서 마르퀴뇨스가 오른쪽으로 갔는데, 이는 곧 마르퀴뇨스와 뤼카 에르난데스라는 안정적인 센터백 조합을 쓸 수 없음을 뜻했다. 여기서 다닐루 대신 베랄두를 선택한 엔리케 감독의 선택에는 의문이 남는다. 다닐루보다 경험이 부족한 베랄두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계속 그에게 끌려나가며 하피냐와 라민 야말에게 뒷공간을 허용해 직접적인 패인이 됐다.


바르셀로나는 PSG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음바페와 뎀벨레를 집중 수비하는 방식으로 PSG 공격을 최대한 제어한 뒤 세트피스와 역습을 잘 활용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바르셀로나가 기록한 3골 모두 역습과 세트피스를 통해 나왔고, 차비 에르난데스 감독은 엔리케 감독을 상대로 실리를 챙겼다.


이날 PSG 전술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건 후반 초반 15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엔리케 감독은 아센시오 대신 브래들리 바르콜라를 넣어 4-2-4에 가까운 전형을 만들었다. 이 시기 PSG는 유기적인 포지셔널 플레이보다는 왼쪽에 음바페와 뎀벨레, 오른쪽에 바르콜라와 이강인으로 보다 명확한 포지션 구분을 통해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그 결과 후반 3분에는 음바페와 뎀벨레가 왼쪽에서 동점골을 만들어냈고, 후반 6분에는 바르콜라와 이강인이 시간을 버는 사이 비티냐가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해 역전골을 뽑아냈다.


엔리케 감독은 시즌 내내 멀티 포지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기적인 포지셔널 플레이를 강조하는 전술을 자주 들고 나왔고 이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번 바르셀로나전은 아무리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이라도 자신의 몸에 가장 알맞는 위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경기에 가까웠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르셀로나 X(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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