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르노코리아, 한국GM 타산지석 삼아야 [기자수첩-산업IT]

편은지 2024. 4.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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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엠블럼 바꾸고 신차 대비 '총력'
올해부터 내년 신차 1종씩 투입
단일 차종 의존도 낮추려면 미리 대비해야
르노의 새로운 엠블럼 '로장주'가 적용된 '뉴 르노 아르카나(XM3)'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엠블럼 하나 바꿔달았을 뿐인데 '사골' 소리를 듣던 르노 XM3가 몰라보게 세련돼졌다. 익숙하던 이름은 '아르카나'로 바뀌면서 유럽 냄새를 물씬 풍긴다.

르노코리아가 지난 3일부터 대대적인 브랜드 이미지 전환 작업을 시작했다. 사명은 기존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로, 엠블럼은 다이아몬드 형상의 '로장주'로 바꿨고, 주력 모델인 XM3의 이름은 기존 유럽 수출용이던 '아르카나'로 개명했다.

삼성의 이름을 사명에서 지운지 2년이 지나고 나서야 '삼성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국내에 뿌리 내린지 20여년, 삼성과 함께한 한국에서의 전성기를 뒤로하고 이제는 '소재지' 대신 '출생지'를 앞세워 '프랑스 브랜드 르노'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르노코리아는 오랜만의 신차 소식도 발표했다. 5년 째 완전신차 없이 버티면서 한때 국내 철수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르노코리아는 올해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하반기 출시하는 하이브리드 차를 시작으로 매년 국산 또는 수입 신차 1종을 내놓겠단 구상이다. 국산은 대중 브랜드 가격으로, 수입 차종은 고급 차량 위주로 들여와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한다.

기뻐해도 모자를 소식이지만, 르노코리아의 새 전략을 들으며 어쩐지 우려되는 마음이 앞섰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단지 신차를 출시 하는 것 뿐 아니라 신차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가며 지속적으로 전체 판매량을 이끄는 '볼륨모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XM3, QM6, SM6 등 3개 차종은 사실상 이미 수명이 다 됐다.

르노코리아의 전략대로라면, 올해 출시될 하이브리드차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가격이 대중 브랜드 수준으로 책정된다. 세련된 엠블럼에, 기존에 없던 모델인 만큼 가격만 설득력 있다면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내년이다. 국산 하이브리드차 출시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정도 내수 판매량이 증가하겠지만, 이 차의 볼륨을 이어갈 새로운 모델이 없다. 르노코리아가 내년에 출시할 차량은 유럽에서 수입하는 준중형 전기SUV '세닉 E-테크'로, 유럽 기준 55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 들여올 때는 가격대가 더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 토레스 EVX가 3000~4000만원대, 기아가 곧 출시할 3000만원대 전기차 EV3 등을 고려하면 세닉이 볼륨 차종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르노코리아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차의 후속모델을 출시한다 하더라도, 계획대로라면 빨라도 내후년에나 출시하게 된다. 올해 출시하는 하이브리드차가 적어도 앞으로 2년동안 내수 판매를 책임져야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기아가 평균 3년에 한번 부분변경, 5년에 한번 완전변경을 내놓는 판에 단일 차종으로 2년간 버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르노보다 앞서 브랜드 재정비에 나섰던 한국GM의 경우 비슷한 전략을 추진했다가 이미 쓴 맛을 봤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내수 판매량을 월 3000대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이후 트랙스의 볼륨을 이어갈 모델의 부재로 결국 신차주기가 시들해지는 순간 내수 판매량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트랙스의 판매량은 1485대에 그쳤다.

트랙스의 사례는 단일 차종 의존도가 높아지면, 해당 차종의 인기가 떨어졌을 때 되살릴 방법이 없다는 교훈을 남긴다. 한국GM 역시 국내 생산하는 트랙스 외 각종 프리미엄 수입 차종을 들여왔지만,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 수입 차종들은 트랙스를 받쳐주지 못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르노의 부활 의지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생산라인을 갖춘 완성차 기업이라는 점이 과거엔 내수 판매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어느샌가 핸디캡이 돼버리면서 국내 완성차 시장이 현대차·기아의 독무대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한정됐다.

이미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90%를 넘어선지 수년이 흐른 지금, 르노의 부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신차가 필수적이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 기아에 견줄 대중 차량을 판매해온 시간이 긴 만큼 더욱 그렇다. 프랑스 태생을 보여줄 프리미엄 차량도 좋지만, 어렵게 성공시킨 오랜만의 신차 론칭 효과를 그대로 놓쳐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산 차량과 비슷한 가격대의 다양한 수입 차종으로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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