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막막했던 자립준비청년 “내일 찾았어요”

박상은 2024. 4. 1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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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고용+복지’ 국민취업지원제도
대전 서구에 있는 대전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지난 9일 한 관계자가 인공지능(AI) 모의 면접을 시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단계별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제도가) 굉장히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격증도 없고 경력도 없는데 과연 내가 취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자립준비청년 A씨(24)가 김천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건 지난해 2월이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로서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한 시기다. 정부가 취업을 도와준다는 말에 용기를 내긴 했지만, 당시 A씨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자신의 적성은 무엇인지, 취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지 모든 게 막막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보육시설을 떠난 A씨의 첫 직장은 제조업체 생산직이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업무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1년 만에 퇴사했다. 두 번째 구직은 더욱 쉽지 않았다. 뚜렷한 목표가 없다 보니 희망 직종을 결정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은 떨어졌고 취업의 벽은 점점 높게만 느껴졌다.

A씨를 바꾼 건 심리상담부터 일 경험까지 ‘맞춤형’으로 짜인 취업활동계획이었다. A씨와 1대 1로 매칭된 김영명 전임상담원은 직종과 직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A씨를 위해 다섯 차례 대면상담을 진행하며 단계별 취업 계획을 수립했다. 자기소개서 컨설팅,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컴퓨터활용능력 교육 등 직업훈련은 물론 A씨의 마음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두 차례 포함했다. 사무직 경력이 없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학 행정 분야에서 3개월간 근무하는 일 경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약 8개월간 한 단계씩 꾸준히 성장한 끝에 A씨는 지난해 10월 김천의 한 기업 사무직에 당당히 합격했다. 진정한 ‘자립’을 위한 출발점에 선 것이다.

A씨는 특히 심리상담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친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개인적 이야기들을 상담 공간에서는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었던 일 경험 프로그램 역시 현재 직장에 무리 없이 적응하는 밑거름이 됐다.

어느덧 7개월 차 직장인이 된 A씨는 10일 “사실 여태까지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아온 것 같다. 취업을 빨리하고 싶었던 것도 돈이나 벌자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그는 “직업이라는 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보려 한다. 조금씩 하고 싶은 걸 하자,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유독 낯을 가리고 대인관계를 어려워했던 A씨의 변화를 지켜본 김 상담원의 보람도 남다르다. 김 상담원은 “착하고 예쁜 친구인데 위축된 모습에 더 마음이 쓰였다”며 “센터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다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A씨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덧붙였다.

어린 나이에 홀로서기를 시작한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이다. 자립수당은 보호종료 후 5년까지만 지급되기 때문에 자립준비청년들은 지원이 중단되기 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A씨처럼 진로를 정하지 못하거나 일자리 정보를 충분히 접하지 못한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자립준비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자립전담기관 등 관련 기관과 고용센터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운영해온 다양한 취업지원사업을 자립준비청년들이 쉽게 접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A씨가 이용한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경우 상담사와 구직자의 심층 상담을 통해 개인별 맞춤 계획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취업서비스와 생계지원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서 80여명이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취업 지원을 받았다.

경남 창원에 사는 자립준비청년 B씨(24)도 지난해 11월부터 국민취업제도에 참여했다. 할머니와 경남 하동에 살고 있던 B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한 뒤 일자리를 찾아 홀로 창원으로 이사했다. 이후 지역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서 창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소개받았고, 상담원의 도움을 받아 이력서 컨설팅과 전산회계 1·2급 교육 과정 등을 수료했다.

B씨는 “정부 지원은 몇 년 뒤면 끝날 텐데, 생활비 등을 혼자 감당하려면 안주하지 않고 빨리 경제적 디딤돌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먼저 참여한 친구가 ‘여기(고용센터)는 나보다 취업에 진심이다’고 말해준 적이 있어 제도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고 말했다.

B씨는 어린 시절 사회복지사인 이모를 보며 이모처럼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이모를 따라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다녔다. 이달부터 B씨가 출근하는 기업은 그의 관심 분야에 딱 맞는 발달장애인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B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분들과 대화하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자연히 관심이 생겼다”며 “합격을 하고 나니 지금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취업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B씨는 희망직종과 관련 경력을 쌓기 위해 일 경험 프로그램 참여를 준비했지만 건강 문제로 결국 참여하지 못했다. 타 기업의 사회복지사 최종 면접 기회가 생겨 고용센터에서 제공하는 AI모의면접 등 컨설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한 차례 탈락한 경험도 있다.

B씨의 취업 지원을 전담한 김주아 책임상담원은 “취업지원제도는 무엇보다 참여자 본인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B씨는 스스로 취업 의지가 강하고 참여에도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신뢰하고 취업 과정을 잘 따라와줘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한국형 실업부조’… 취업 전엔 구직촉진수당·취업땐 축하금까지
지난 1일 센터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과 지역 기업 간 ‘만남의 날’ 행사 모습. 자립준비청년들은 이날 자립과 취업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고용노동부 제공

국민취업제도는 청년, 저소득 구직자, 중장년 등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한 한국형 실업 부조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는 상담사와 1대 1 심층상담을 통해 개인별 취업 의지, 역량에 따라 구체적인 취업활동 계획을 수립한다. 이력서 컨설팅, 직업훈련, 전문 심리상담, 일경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참여자는 소득에 따라 1유형과 2유형으로 나뉜다. 1유형에게는 구직촉진수당 최대 300만원(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 2유형에게는 취업활동비용 최대 195만4000원(상담 참여수당 등)을 지원한다. 취업에 성공한 뒤 일정기간 근속하면 취업성공수당도 받는다. 6개월에 50만원, 1년이 지나면 100만원을 추가 지급해 총 150만원의 보상이 지급된다.

정부는 국민취업제도를 포함해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각 기관과 고용센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과 고용센터를 연계해 취업을 지원하고 필요시 상담사를 파견키로 했다.

전국 17개 자립지원전담기관은 지난해 11월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자립준비청년 취업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취업 의사가 있는 대상자를 파악하는 등 지원 대상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일 대전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지역에 사업장을 둔 4개 기업과 함께 자립준비청년 만남의 날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0일 “정부의 청년 대상 취업지원 사업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자립준비청년에게 정부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관 연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고용센터를 통해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취업지원 서비스를 각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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