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분홍·파랑… 황홀한 삼색

남호철 2024. 4. 1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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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의 봄 풍경
강원도 삼척시 맹방 유채꽃밭 너머 동해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분홍색을 띤 벚꽃길과 노란색을 입은 유채꽃밭은 파란 바다와 더불어 한 폭의 그림을 펼쳐놓고 있다.


‘너랑 나랑 노랑.’ 강원도 삼척에 노란 봄이 찾아왔다. 중심은 근덕면 상맹방리 유채꽃밭이다. 동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7번 국도변 벚꽃 가로수 길옆으로 조성돼 있다. 분홍색을 띤 벚꽃길과 노란색을 입은 유채꽃밭은 파란 바다와 더불어 한 폭의 그림을 펼쳐놓는다.

맹방마을 주민들은 기름을 수확하기 위해 유채꽃 재배를 시작했다. 이후 꽃이 아름다워 기름 채취용보다는 관상용으로 많이 기르게 됐다고 한다. 2001년부터 길가에 심어둔 유채꽃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삼척시가 2002년 유채꽃 축제를 기획해 유채꽃밭을 조성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많은 관광객의 방문이 이어질까 봐 유채꽃밭을 트랙터로 갈아엎었던 아픔도 있었다. 유채꽃밭은 벚꽃길 옆이다. 축구장(7140㎡) 9개에 달하는 6㏊(6만㎡)의 드넓은 벌판은 노란 유채꽃 물결이 일렁거린다.

해수욕장 쪽으로는 솔숲이 이어진다. 그 너머는 바다다. 유명한 ‘BTS해변’이다. 하지만 BTS 촬영지는 이제 없다. BTS 소속사 측이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조형물 등을 철거해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냈고, 삼척시는 관련 시설물을 모두 철거했다. 그 바로 앞은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금단의 땅이 됐다가 해제된 덕봉산이다. 감시 초소와 철책이 있던 해안 절벽에 근사한 탐방로가 조성됐다.

맹방의 또 다른 명물은 민물김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맹방리 소한계곡에 서식한다. 민물김은 만노스의 함량이 높고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과 리놀레산 함량이 바다김의 3~4배 이상 많아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급격히 낮춰주고 항염증 효과도 뛰어나다. 암세포 사멸 효과도 확인됐다. 주름 개선, 피부 미용, 항산화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최근 민물김의 탈모 증상 완화 효능과 관련한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소한계곡은 노곡면 중마읍리 삼태산에서 발원한 냇물이 8㎞가량을 북쪽으로 흐르다 노곡면 하월산리를 지나면서 6㎞를 땅속으로 스며들어 천연기념물 제226호인 초당굴과 소한굴의 석회암층을 뚫고 용출되는 신비한 계곡이다.

소한계곡에서 민물김을 볼 수 있는 시기는 4월부터 10월까지다. 민물김은 다 자라면 최대 길이가 10㎝에 이른다. 계곡물 먹고 자란 민물김은 일반 김과는 다르게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한다.

‘민물김 생태탐방로’도 생겼다. 민물김을 볼 수 있는 계곡물 위에 관찰 데크와 출렁다리를 설치했다. 산책 삼아 거닐기에 ‘삼척 맞춤’이다.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에 붙어 춤을 추는 민물김을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물김이 나는 소한 계곡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소한굴.


상류로 올라가면 소한굴을 만난다. 석회암 동굴을 통과한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13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초당 1.5m로 유속도 빠른 편이다.

육지에서 울릉도를 봤다는 기록이 있는 울릉도전망대.


맹방 인근에서 눈여겨볼 명소는 노곡면 울릉도전망대다. 삼척에서 맨눈으로 울릉도를 봤다는 역사적인 기록도 있다. ‘제왕운기’ 저자인 고려 문신 이승휴의 ‘동안거사문집’에 ‘구름 물결 안개 파도의 속에 떴다 가라앉았다 했다. 아침저녁에 더욱 아름다웠는데, 마치 무슨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노인들이 무릉도(武陵島)라고 했다’라고 남아 있다.

무릉도는 울릉도의 다른 이름이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가 남긴 망양정기에서 ‘소공대를 지나면서 아득히 보이는 울릉도를 바라보니 마음이 저절로 기쁘고 행복하다’는 대목도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사랑이 깃든 부남해변 갯바위.


맹방 남쪽 6~7㎞ 떨어진 곳에 부남해변이 숨어 있다. 아름다운 갯바위와 자그마한 해변이 어우러진 해변은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 바위산을 촬영한 곳이다.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의 사랑이 깃들어 있다.

삼척의 벚꽃 명소는 봉황산이다. 벚꽃이 산을 휘감고 있어 거대한 융단이 깔린 듯하다. 산머리를 덮고 있는 벚꽃은 몽실몽실한 구름 같기도 하다. 초입부터 정상까지 쉴 새 없이 꽃대궐을 이룬다.

봉황산을 오르내리는 길은 3~4개가량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은 정라초 인근에 있는 출입구다. 봉황산은 해발 149m로 높지 않고 길도 잘 닦여 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넉넉잡아 30분이 걸리고, 종주를 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봉황산에서 오십천 쪽으로 내려오면 나오는 장미공원도 벚꽃으로 이름난 명소다. 둑길을 따라 이어지는 수백m의 ‘벚꽃 터널’이 발길을 이끈다. 벚꽃이 지고 한 달여가 지난 5월 중순에는 천만 송이 장미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장미축제가 이어진다.

여행메모
동해고속도로 근덕IC 맹방 유채꽃밭
활어·곰치·장치… 가곡온천 피로 회복

맹방 유채꽃밭은 동해고속도로 근덕나들목에서 가깝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도 있다.상맹방리 유채꽃밭에서 제20회 삼척 맹방 유채꽃 축제가 오는 14일까지 열리고 있다. 무지갯빛 꼬마열차가 눈길을 끈다. 탑승 비용이 어른 7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소한계곡 ‘민물김 생태탐방로’는 야생화 정원을 비롯해 민물김 관찰 데크, 전망대, 포토존, 출렁다리 등을 갖췄다. 탐방로는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소한굴의 경우 거리는 짧지만 다소 험한 산길을 오르내려야 한다.

삼척에서 바다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삼척항활어회센터는 해산물 백화점이다. 호객행위 없이 정찰가격제로 운영된다. 곰치·장치도 삼척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이다.

삼척 내륙의 가곡온천은 여행 피로를 풀기에 좋다. 유황이 든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창밖으로 가곡천 풍경을 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삼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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