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이전? 세종시는 조용하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4. 4.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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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단골 이슈에도…19주 연속 하락

“국회의사당을 옮길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관련된 문의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국회의사당 이전은 세종시 내에서 잊을 만하면 늘 등장하는 단골 공약입니다. 침체된 세종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세종시 도담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총 6개의 생활권으로 구분돼 있는 세종시. 각 생활권은 행정, 의료, 교육 등 저마다 목적이 다르다. 이 중 서울에서 세종시로 내려갈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 1생활권이다. 중앙행정권역으로 분류되는 이곳은 사실상 세종시 원도심이다. 세종시에서 가장 먼저 도시 형태를 갖춘 곳으로 행정구역상 도담동, 아름동, 고운동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과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무원 사이에서 여전히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세종시 부동산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위원장은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역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을 공약했다”며 “대선 공약인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 속도를 낼 것을 관계 부처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7월 집권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세종 이전을 언급하면서 세종시 집값이 폭등한 적이 있다.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국회를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이 모두 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세종 지역 아파트 가격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65.7%나 폭등하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다만 현재로선 2020년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세종시 부동산 시장 자체가 워낙 침체에 빠졌고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당시와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일단 “새로운 소식이 아니고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사라지는 이슈”라고 일축한다.

아름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쌓인 매물이 더 늘어나고 급매물이 소화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세종시 부동산 어떻길래

아파트값,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물량은 올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3월 29일 기준 최근 3개월간 세종 아파트 매물은 7376건에서 7668건으로 3.9% 증가했다. 매물은 늘어나고 있지만 매수하려는 사람은 없다 보니 가격은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19주 연속 하락했다.

올해 들면서 하락폭이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2.6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0.53%)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 둘째 주에 보합으로 전환한 후 셋째 주부터 하락 전환했다”며 “이후 11월 둘째 주에 잠시 상승 전환했으나 11월 셋째 주부터 하락 전환해 지금까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단지별로 살펴보면 1생활권 내 아름동 범지기12단지에코타운은 올해 1월 전용 84㎡가 5억원에 거래됐다. 3년 전인 2021년 2월만 해도 같은 면적이 7억68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꾸준히 가격이 낮아졌다. 지금 나온 매물 역시 대부분 5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됐다.

또 다른 1생활권으로 분류되는 도담동 내 도램마을9단지 전용 95㎡는 2020년 11억8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올해 1월 8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2생활권에 포함되는 나성동 아파트 역시 하락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2021년 6월 준공해 비교적 신축 아파트 단지로 분류되는 나릿재2단지리더스포레 전용 84㎡의 경우 올해 2월 20층 매물이 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11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불과 8개월 만에 3억원 이상 하락했다. 지금 나온 매물은 9억원대에서 11억원대까지 다양하지만 매수자를 찾기 만만찮다.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급매물 위주의 거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규 입주 물량 영향과 매물 적체가 맞물린 점도 영향으로 꼽는다. 세종은 당장 올해 봄까지도 분양 계획이 없다. 공급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흡수할 만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 분석이다.

세종시 아파트 시장은 매물은 늘고, 매매 가격은 내리는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도담동 주택가 일대. (매경DB)
전세 가격 하락도 두드러져

전세가율 40% 미만…탈출구 안 보여

다른 수도권 지역이나 광역시와 달리 세종시는 전세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매매 가격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세종시는 유독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낮은 지역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 시기가 되면 상당수 물량이 전세 시장으로 나온다. 항상 부동산 약세장이 되면 세종시에서는 전세 가격이 받쳐주지 않아 매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반복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세종시 전세 가격은 2.5% 하락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세 가격은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

전국 기준 올해 전세가격지수는 1월부터 3월까지 약 0.22% 상승했다. 세종시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는 대전광역시 역시 올해 전세 가격이 0.67% 상승했으며, 충청남도는 소폭 하락(-0.41%)하기는 했지만 세종시처럼 큰 폭의 하락은 없었다.

단지별로 보면 아름동 내 범지기마을10단지푸르지오는 올해 3월 전용 84㎡가 1억7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2년 전에는 3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전세 가격이 꾸준히 낮아졌다. 같은 면적 매물이 올해 2월 4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전세가율은 40%도 되지 않는다.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다 보니 국회의사당 이전 등 호재처럼 보이는 여러 요인이 반영되지 않는 분위기다. 그나마 세종시 집주인들이 기댈 수 있는 부분은 국회 이전과 주택 공급량 감소다.

세종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앞으로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3616가구로 평소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내년이 되면 입주 물량은 1027가구로 더욱 줄어든다. 2011년 세종시에 첫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이래 가장 작은 규모다. 게다가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착공 실적은 0가구다.

또 국회 등이 이전할 경우 상가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이도 있다. 세종시 내 상가 공실률은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높다. 한국부동산원 지역별 공실률에 따르면 세종정부청사 인근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2년 4분기 14.8%에서 지난해 4분기 29%로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가 10곳 중 3곳은 공실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초 기획재정부가 중앙동으로 이전하면서 상가들은 물론 오피스까지 비어 있는 곳이 많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이미 많이 하락했지만 시장 분위기를 봤을 때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공급 물량 감소와 함께 국회 이전 등과 같이 특별한 이벤트가 병행되면 매수 심리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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