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성공관리' 잘못하면 국민이 도탄에 빠진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데스크 2024. 4. 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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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대잔치 최적화된 총선 후보
공천후보 막말·비리 모르쇠 민주당
개인 비리 혐의자들이 뭘 심판하나
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대한민국살리기’ 22대 총선 파이널 총력유세 참석자들이 불빛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은 옛날 중국 당 태종 시대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민주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수성은 말하자면 효과적인 ‘성공관리’다. 혹독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오늘 날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 국민에게 희망의 나라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이끌어준 리더들 덕분이었다. 이것이 정치와 정치인의 존재 이유 및 가치다. 특히 정치리더는 희망의 상인이어야 한다. 국민은 그들에게 표를 주고 희망을 산다. 그게 대의민주정치의 의의다.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는 자신의 왕조가 영원무궁하기를 염원했다. 그래서 시황제라 자칭했다. 자기 다음에 2세 황제, 3세 황제, 이렇게 만세까지 이어지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통일 진나라는 3대 15년 만에 망했다. 혼군과 간신들이 나라를 망쳐버린 것이다.

아무 말 대잔치 최적화된 총선 후보

국민의 국가는 왕조국가처럼 멸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신 리더를 잘못 만나면 국민이 도탄(塗炭)에 빠진다. 번영을 구가하던 나라들이 빈곤국가로 전락하고 국민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참상을 여러 나라들이 보여줬다. 국민이 정치선동에 넘어가고, 그렇게 정권을 잡은 자들이 그걸 지키기 위해 온갖 무리를 저지른 결과였다. 깨어있는 국민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세계 현대정치사가 깨닫게 해준 진리다. 22대 총선의 날에 이런 말을 새삼스럽게 해야 하는 마음이 착잡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준혁 수원시정 후보는 한국역사학자라고 한다. 그가 지난 2022년 8월 14일 방송인 김용민이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 김활란 전 이화여대총장이 해방 이후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 시켰다는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이 이 주장을 성토하고, 이대 총동창회와 재학생들이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자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 그를 두둔하고 나섰다. 당의 권고로 김 후보가 사과를 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역사학자로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다. 미국의 방첩 부대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그게 고급 접대 호스티스 클럽이라는 것이다”(MBN, 4. 3).

그는 8일 더 직접적으로 ‘매춘’을 주장했다.

“미군 CIC(방첩부대) 보고서에 보면 ‘오피셜 프로스티튜트(official prostitute)’라는 말이 나온다. 공식적인 매춘인 것이다”(JTBC, 4. 8).

그러나 같은 날 ‘여성신문’은 그 보고서의 영어 원문을 게재하며 김·조 두 사람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주장의 근거로 든 미군 방첩부대(Counter Intelligence Corps, CIC) 보고서 영어원문을 여성신문이 확인한 결과, 1950년대 나돌던 낙랑클럽 내 ‘공식 매춘부’ 존재설과 관련 CIC는 당시 ‘확인되지 않는다’ 즉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성상납’이나 ‘성접대’를 했다는 표현도 보고서에는 없었다”(여성신문, 4. 8).

김 후보가 당시 떠돌던 소문이나 특정 연구자들의 주장만을 옮겼을 뿐, CIC보고서는 보지 못했거나 조 부위원장처럼 보고도 뒤집어 말했다면 ‘역사학자로서 역사적 사실’을 말한 게 아니다. 자신의 과도한, 그리고 악의적인 추측을 진실로 둔갑시킨, 비학자적이고 비학문적인 행위일 뿐이다.

공천후보 막말·비리 모르쇠 민주당

민주당은 공식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사방에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김 후보나 양문석·공영운 등 말썽을 빚고 있는 후보들 각자가 알아서 대응할 일이라는 식이다. 정당의 공천 제도를 희화화하고 악용하는 사례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어이없는 일은 또 있다.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을 지낸 고은광순이라는 사람이 8일 몇몇 이대동문들과 함께 학교 정문 앞에서 ‘김활란의 친일-반여성 행각을 직시하며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인을 바라는 기자회견’이라는 것을 가졌다. 그는 “1935년에 태어나 이대 정외과를 다닌 이모가 김활란에 걸려들어 미군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활란·모윤숙이 이끈 낙랑클럽은 1948년~1952년에 존재했었다. 고은 씨의 이모가 적게는 13살, 많게는 17살에 낙랑클럽에서 활동했다는 뜻이 된다. 가능성이 희박하다. 게다가 이대에 따르면 고은 씨의 이모는 1956년에 입학, 1960년에 졸업했다. 낙랑클럽과 연결 지을 고리가 전혀 없는 것이다. 9일 이화여대 정외과 총동문회, 학교당국이 반박·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고은 씨의 대응이 기상천외하다.

그는 TV조선과의 통화에서 “이모의 이대 입학이 1953년이 아닌 1956년이라면 휴전 이후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는 뜻이다. 오히려 반갑다”고 말했다. 고은 씨는 “김활란의 이대생과 미군의 연결을 최소 6년 이상으로 봤는데 더 길었다는 것”이라며 “미군 CIC 기록엔 낙랑클럽이 1948년부터였고, 다른 문서엔 전쟁통과 피난 시절에도 막사에서 성상납이 벌어졌다고 나온다”고 억지를 부렸다.

주장의 근거는 ‘어릴 적에 봤다는 사진’이다. 자신의 이모가 미군과 함께 잔디밭에서 찍은 것이었다. 그런데 기억에는 또렷하지만 그 사진은 없단다. 어릴 적에 본 사진 한 장으로 이모를 성상납 여대생으로, 이대생을 성접대자로 몬 것이다.

이 사람의 허황한 주장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역사적 진실에 눈감지 말아야”라는 글을 썼다. 곧 지우긴 했다지만 거대정당 리더의 행태가 이 지경이라니! 여하튼 이 사람들은 손톱만큼이라도 잇속이 있어 보이면 가족이고 누구고 가릴 것 없이 폭로하고 욕을 퍼붓고 하는 심성을 가진 듯하다. 형수에게 그 심한 욕설을 퍼부었던 사람이, 온갖 범죄혐의로 투표 전날에도 법정에 서야했던 피고인이 거대 정당 대표로서 공천 희망자들의 도덕성 정직성 자질 등을 따졌다는 건 훗날 ‘믿거나말거나’집(集)에 실릴 ‘22대 총선의 전설’이 될 법하다.

개인 비리 혐의자들이 뭘 심판하나

김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군 종군 위안부, 심지어 초등학교 여학생들과의 성관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황당하게도 이황 선생에 대해서 ‘성관계 방면의 지존’이라는 표현까지 입에 올렸다. 스스로 ‘궁중 에로’ 전문가를 자처한 김 후보가 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만 보면 민주당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에게는 국가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에게 오늘이 있게 한 선대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에 대한 염려와 사랑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차기 국회를 구성할 의원들을 뽑는 선거에 임하면서 이 대표는 “국민을 거역한 윤석열 정권에 심판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대장동·백현동·성남FC 재판에 출석하면서, 4. 9).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 심판’이 민주당의 핵심 구호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한동훈 검찰독재정권 조기 종식과 사법정의 실현’을 신당창당과 총선참여의 모토로 제시했다.

갖가지 비리혐의로 매주 법정에 나가야 하는 이 대표, 1심,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가 ‘심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개인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정치판을 휘젓고 다니며 권력을 휘두르는 작태를 보면 우리의 대의민주주의가 파국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이들이 윤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은 자신들의 사법적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들은 대의(大義)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게 아니다. 자신들의 사법적 안전 확보를 위해 권력을 쫓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임기 중에 내쫓은 경험의 재연에 입맛을 다시며 공공연히 복수를 다짐한다. 국가를 운영하는데 소용되는 정치권력을 사적 복수의 수단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유리한 총선 국면이 조성되었다는 언론보도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레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극단적 위기 국면이 아니면 국민은 허황한 선동에 휘둘리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은 주권자 의식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 광장에서 가짜 약을 팔던 옛날의 약장수 행태를 되풀이하면서 국민을 농락하는 자들을 가려볼 혜안을 가졌다. 정말로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구분해 낼 수 있는 판단력도 물론 갖췄다. 이 신뢰가 오늘 실시되는 총선의 결과로 구현되리라 믿는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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