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생활의 발견] 청소는, 투표 마치고 할게요!

2024. 4. 1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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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

청소 업체에서 할인 쿠폰이 날아든다. 날아드니까 집어 든다. 눈이 가고 허리가 구부러지고 무릎이 휠 때는 그거 관심 안에 있다는 얘기겠지. 어쨌거나 본격적으로 봄이 진격했다는 얘기겠고, 그만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겠고 하여, 나도 시류를 좀 따라본답시고 예의 집집을 둘러보는데 이거야 원. 막막한데 망망한 거였다. 그리 넓은 집도 아니면서 행여 오해를 부를까 받침 제대로 챙기자 하였는데, 둘이 글쎄 맞닿아 있던 거다. 꽉 막힌 듯 답답한 마음은 어렴풋하고 아득한 것일 수 있겠구나.

김지윤 기자

생각이 많아지면 걸으러 나가는 사람도 많다던데 나는 되려 잔뜩 웅크린 채 쌀가마 되기를 자처하는 스타일이다. 농사 끝에 매년 직접 지은 쌀을 보내주는 농부 시인이 있어 그를 통해 알게 된바, 쌀가마니는 드는 것이 아니라 끄는 것인데 그렇게 질질 끌어 내 집 현관에 들이는 짧은 순간에 나는 쌀의 1년 살이며, 쌀가마니와 마찰하는 땅의 존재며, 먼지처럼 가볍다 할 쌀알을 이렇듯 한 짐승의 무게로 키워낸 농부의 얼굴도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진실로 직접 본다는 의미의 ‘목도’는 그러니까 아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소요’가 아닐진대, 왜 그렇게 미룰까 하면 마주하게 될 진실이 무서우니 자꾸만 뒷걸음질 치고 싶어서가 아닐는지.

청소를 미루려는 어떤 핑곗거리나 대고 있는 나에게 눈을 흘기면서도 그래 그 마음 알지, 일견 이해를 얹는 건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여 똑바로 보고 그렇게 진실을 바로 보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 건지 다행히도 내가 아는 나이는 된 듯해서다. 나는 무조건 옳습니다, 나는 무조건 해낼 겁니다, 하면서도 한입 갖고 두 말 씹은 사람들 어디 한두 번 봤을까 말이다. 겪을수록 참 알 수가 없는 게 사람이듯, 경험할수록 참 어렵기만 한 게 선거이듯, 또다시 오늘이 왔다. 청소는 투표하고 와서 할 참이다. 그나저나 내가 안 해도 오늘 밤부터 여기저기 청소할 사람 여기저기 참 많기도 하겠구나!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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