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훈풍 탄 한미반도체…주가만 보면 이곳이 ‘K-엔비디아’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4.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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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3%.

올해 초와 비교한 한미반도체 주가 상승률이다. 1월 2일 종가 기준 6만800원이던 주가는 4월 3일 14만4900원까지 올랐다. 가격 제한폭이 존재하고 수많은 ‘변동성’과 마주했던 국내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다. 반도체 부문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한미반도체를 얼마나 담았느냐에 달렸을 정도다. 한미반도체 비중이 26.3%(4월 3일 기준)에 달하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반도체후공정 ETF의 최근 1개월 수익률(4월 3일 기준)은 32.6%. 국내 32개 반도체 ETF 중 1위다.

이제 시장 관심사는 한미반도체의 향후 주가 추이로 쏠린다. 더 갈 수 있을지 혹은 현재가 고점일지 의견이 분분하다. 증권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다만 공통적으로 “여전히 큰 기회 요인이 남아 있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한미반도체 주가가 심상치 않다. 증권가에선 HBM 시대 최대 수혜주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미반도체 제공)
HBM發 메모리 대전환

열 압착 본딩 장비 수요 급증

한미반도체 주가의 고공행진 배경에는 달라진 반도체 패러다임이 있다.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키워드는 전방 IT 산업 트렌드와 발맞춰 변해왔다. 데스크톱 시대에는 ‘x86’을 앞세운 인텔의 호황기였다. 스마트폰이 일상에 자리 잡은 뒤에는 단순 명령 체계(RISC) 기반의 ARM이 패권을 잡았다. 이후 인공지능(AI)이 일상에 파고들며 반도체 패러다임은 또 한 번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빠르게 변하는 양상이다. 기존 ‘박리다매’ 구조에서 ‘주문형’과 ‘고부가가치’로 대전환 중이다.

고대역폭 메모리로 불리는 HBM 역시 이런 맥락에서 각광받고 있다. 과거 GPU와 메모리는 반도체 기판 위에 구분돼 탑재됐다. 하지만 AI 시대로 접어들며 GPU가 수행해야 할 연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GPU에 일감을 제공하는 메모리를 GPU 옆에 딱 붙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GPU 옆에 붙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인 탓에 메모리 용량이 부족해진 것. 이 과정에서 메모리 여러 개를 쌓는 적층 방식의 HBM이 주목받았다. 엔비디아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주요 고객사들도 HBM만을 찾기 시작했다.

HBM을 만드는 곳들은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다. 하지만 이들이 모든 걸 제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HBM 제조를 위해선 수많은 반도체 장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HBM은 적층 과정에서 D램을 열로 압착하는 ‘TC(Thermo-Compression) 본딩’ 과정을 거친다. 이때 활용되는 대표적인 장비가 TC 본더(열 압착 본딩 장비)다. 해당 장비는 메모리 업체들이 협력 업체로부터 구매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한미반도체는 정확히 이 부문에서 전 세계 선두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TC 본더는 한미반도체의 수많은 반도체 장비 중 비주력 제품군에 속했다. 이렇다 할 매출을 내지 못했다. 수치로 보면 전체 매출의 5~1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HBM 시장이 열리며 TC 본더 위상은 급격히 올라갔다. 없어선 안 될 장비가 된 것. 자연스레 수주 물량도 폭증했다. 한미반도체 사업보고서에서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한미반도체는 ‘이사의 경영진단’ 부문에서 “챗GPT로 인해 인공지능 투자 붐이 거세다.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전 세계 HBM 1위 제조사 SK하이닉스와 2023년 9월부터 최근까지 1872억원 규모의 듀얼 TC 본더 수주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사업보고서 제출 이후인 3월 22일에도 추가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214억원 규모의 듀얼 TC 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한미반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TC 본더 개별 매출로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인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찌감치 깨닫고 선점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미반도체는 지난해부터 HBM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을 예상하고 TC 본더 캐파를 늘려왔다. 지난해 8월 한미반도체는 기존 3공장을 듀얼 TC 본더 생산을 맡을 ‘본더팩토리(Bonder Factory)’로 전환했다. 한미반도체에 따르면 본더팩토리는 한 번에 반도체 장비 50여대의 조립과 검사(테스트)가 가능한 대규모 클린룸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고객사 확대 가능성까지 내비친다. 한미반도체는 그간 TC 본더를 SK하이닉스에만 공급했다. 양 사의 긴밀한 협업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 양 사는 2017년부터 일부 TC 본더 장비를 공동 개발해왔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업계에선 일부 관계자를 중심으로 한미반도체가 고객사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에도 TC 본더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 리포트에서 “TC 본더 장비의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기반으로 국내외 HBM 신규 고객사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 “확인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BM4까지 ‘경쟁 우위’ 이어질까

높이 완화로 “2년간 독주 가능성”

HBM 기술력은 날로 진화 중이다. 1세대인 HBM과 2세대인 HBM2를 넘어선 HBM2E, HBM3까지 나온 상태다. 최근에는 HBM3E 양산 소식까지 전해진다. 세대가 진화할수록 더 촘촘한 레이어로 구성되는 게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높이는 이전 세대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가장 최근 기술인 HBM3E는 720μm(마이크로미터) 높이에서 8·12단 레이어로 구성된다. HBM이 진화한다는 건 곧 관련 장비들도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HBM3E까지는 TC 본더로도 충분하다는 게 관련 업계 평가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TC 본더를 사용해 만든 12단 HBM3E를 엔비디아에 샘플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인 HBM4다. HBM4는 16단 레이어로 구성된다. 그러면서도 높이는 HBM3E 수준인 720μm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에 TC 본더가 아닌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마이크로 범프 없이 구리와 구리를 직접 붙이는 형태)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 이가 상당수였다. 하지만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는 최근 HBM4 적층 높이를 775μm로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박주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HBM4 높이 완화 결정으로 하이브리드 본더가 TC 본더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줄어들 전망”이라면서 “TC 본더가 HBM4 생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본딩 시장 내 한미반도체의 독주가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박 애널리스트는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는 2024년 후공정 패키징 투자와 2025년 HBM 생산을 위한 M15X 팹 완공을 앞두고 있다. 추가 장비 발주를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 “다른 HBM 제조사로의 고객사 확장 가능성도 존재한다. HBM 세대가 거듭할수록 고도화된 TC 본더가 필요한 만큼 HBM4에서도 신규 장비 발주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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