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빌리버블” 수억명 환호…개기일식 북미 들썩 [포착]

권남영 2024. 4. 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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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7년 만의 우주쇼…다음 관측은 2044년 8월
개기일식 보러 수백만 명 이동…“경제효과 8조원”
8일(현지시간) 북미 지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오른쪽 사진은 선글라스를 끼고 이를 관측하는 사람들. AFP연합뉴스


달과 완전히 포개져 해가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8일(현지시간) 북미 대륙에서 7년 만에 관측되면서 수억 명이 열광했다.

ABC, CBS, NBC,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이날 아침부터 특별방송을 편성해 주요 개기일식 지역을 연결해 생방송을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연구 로켓을 쏘아올려 개기일식 때만 관찰할 수 있는 태양 물질을 연구했다.

북미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며, 이번 개기일식 이후에는 2044년 8월 23일에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개기일식은 7년 전인 2017년 나타났을 때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오래 관측될 것으로 예고돼 많은 사람을 흥분시켰다.

8일(현지시간) 북미 지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면서 태양 전체를 가리는 현상이다. NASA에 따르면 태양은 달보다 약 400배 크지만(단면 면적 기준), 지구와의 거리도 약 400배 더 멀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기에는 태양과 달의 크기가 같아 보이게 된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 관측되는 곳에서는 하늘이 마치 새벽이나 황혼 때처럼 매우 어두워지고, 하늘에 구름 없이 맑은 곳에서는 태양 대기의 바깥 영역인 ‘코로나’를 볼 수 있다.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 일부 주에서 관측되기 시작해 동북부 쪽 대각선 방향으로 미국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뉴욕,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주를 통과했다. 테네시와 미시간주 일부 지역에서도 관측돼 미국의 총 15개 주가 관측 범위에 들었다. 캐나다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온타리오주와 그 옆의 퀘벡주에서 관측됐다.

미국의 경우 개기일식 관측 지역의 인구는 약 3200만명에 달했다. 미 연방 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약 500만명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속 시간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2017년 당시 최대 2분42초였던 데 비해 이번에는 멕시코에서 최대 4분28초, 미국 텍사스에서는 최대 4분26초가량 펼쳐졌다.

8일(현지시간) 북미 지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AFP연합뉴스


이날 개기일식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후 2시7분쯤 멕시코 서부의 태평양 연안 마자틀란에서 시작돼 미국 남서부에서 북동쪽으로 대륙을 관통하며 파노라마처럼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미 동부 버몬트에서는 오후 3시26분쯤 개기일식이 절정에 이르렀고,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에서 오후 3시46분쯤 개기일식이 마지막으로 관측되면서 대단원의 우주쇼가 막을 내렸다.

민간 천문단체 플래니터리 소사이어티(Planetary Society) 회원 수백명이 모인 텍사스주 프레더릭스버그와 뉴욕주 나이아가라폴스 등 지역에선 구름이 많이 끼어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다소 자아냈다. 그러나 개기일식이 일어난 순간에는 구름 사이로 태양 빛이 달에 가려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환호와 탄성이 쏟아졌다.

특히 달이 태양의 가운데를 완전히 가렸을 때 태양의 코로나가 ‘다이아몬드 반지 효과’로 불리는 링 모양의 하얀 빛을 뿜어내자 사람들은 “오, 맙소사!” “어메이징”(놀라워라) “언빌리버블”(믿기지 않네)이라며 감격했다.

8일(현지시간) 북미 지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AP연합뉴스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개기일식 축제의 일부 행사로 개기일식이 나타나기 직전에 350여쌍이 참여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손을 맞잡고 개기일식을 지켜보며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미 남부에서는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온도가 5도(섭씨 기준) 이상 떨어져 쌀쌀한 밤처럼 느껴졌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날 개기일식 경로에 해당하지 않는 북미 지역에서도 부분일식이 관측돼 집이나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밖으로 나와 하늘을 살펴봤다.

항공사 델타항공은 이날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텍사스 댈러스에서 미시간으로 향하는 ‘개기일식 비행’ 항공편을 운항하기도 했다. 개기일식을 상공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항공편 이벤트로, 1석당 1000달러(약 136만원)가 넘는 비용에도 전체 194석이 꽉 찼다고 CNN은 전했다.

8일(현지시간) 북미 지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사람들. EPA연합뉴스


수백만 명이 개기일식을 보러 장거리 이동을 하고 해당 지역에서 숙박하는 등 지출을 늘리면서 유발된 경제효과가 수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분석 회사 페리먼그룹은 이번 개기일식이 미국 10여개 주의 호텔, 레스토랑, 여행 등 산업에 붐을 일으키면서 총 60억 달러(약 8조1180억원)에 달하는 재정적 부양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지역의 호텔과 모텔, 에어비앤비 등 주요 숙박업소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으며, 해당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 티켓도 대부분 매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 메인주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개기일식 경로 지역과 그 주변에 있는 에어비앤비나 브르보(Vrbo) 등록 임대주택의 전날(7일) 예약률은 92%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개기일식을 오는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40분쯤 북한 평양,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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