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감독 "7-0, 8-0도 나올 수 있었던 경기…한국 여자축구 발전 위해 아낌없이 조언할 것"

조효종 기자 2024. 4. 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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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이천] 조효종 기자= 콜린 벨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필리핀과 2차전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8일 경기도 이천의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여자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이 필리핀을 2-1로 꺾었다. 경기 시작 27초 만에 추효주가 선제골을 터뜨렸고, 전반 32분 최유리가 한 골을 더했다. 후반 29분 필리핀 수비수 안젤라 비어드에게 프리킥 실점을 허용했다.


4월 필리핀과 연전을 치른 한국은 두 경기 모두 승리를 챙겼다.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첫 경기에선 최유리, 지소연, 장슬기의 연속골로 3-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벨 감독은 "오늘 경기력은 괜찮았지만, 결과가 아쉽다. 7-0, 8-0도 나올 수 있었다. 필리핀에 찬스를 많이 내주지 않았다. 후반 경직돼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다 프리킥을 허용했다. 한 번의 슈팅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최근 중점 과제는 세대 교체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벨 감독은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해도 우선 젊은 선수들이 준비가 돼야 투입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시스템 이야기로 이어진다"며 대표팀 세대 교체 이전에 한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콜린 벨 감독 기자회견


- 경기 총평


오늘 경기력은 괜찮았지만, 결과가 아쉽다. 7-0, 8-0도 나올 수 있었다. 필리핀에 찬스를 많이 내주지 않았다. 후반 경직돼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다 프리킥을 허용했다. 한 번의 슈팅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이런 것도 축구의 일부다. 축구는 스코어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래서 결과가 아쉽다. 내용은 만족스러웠다.


- 베테랑 김정미 골키퍼 대신 최예슬 골키퍼가 두 번째 A매치에 나섰다. 골키퍼 세대교체 구상은


골키퍼코치와 한국 여자축구 초등 팀부터 실업 팀까지 골키퍼 현황을 수치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전히 조사 중이지만, 지금까지 확인한 데이터로만 봐도 저변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등록 선수뿐 아니라 골키퍼코치부터 부족하다. 김정미 선수가 오랜 기간 대표팀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건 실력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등 데이터를 분석 중인데, 내부적으로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길 것이다.


-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과제로 꼽았는데


점수 차가 3골, 4골 차로 벌어졌다면 어린 선수들을 더 투입하고자 했다. 그런데 후반전 실점하고, 필리핀이 더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경기가 어려워져 그럴 수 없었다. 대표팀에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수들이 경험 있는 선수들을 롤모델로 삼고, 팀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배우고 있다. 다만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해도 우선 젊은 선수들이 준비가 돼야 투입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시스템 이야기로 이어진다. 미디어를 비롯해 여자 축구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들께서 16세, 17세 선수들이 WK리그에서 뛰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그 선수들이 성인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스템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다른 나라에선 16, 17세 선수들도 성인 무대에서 활약한다. 나 역시 독일, 노르웨이, 아일랜드에서 감독직을 수행할 때 어린 선수들이 성인 팀에서 뛸 수 있도록 설득해서 선수를 발굴한 경험이 있다.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도를 전적으로 믿어주셨으면 한다. 한국 여자축구 발전을 향한 열망이 있고, 내 선수들, 이 나라를 좋아한다.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시스템을 발전시켜 더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면 큰 틀에서 발전할 수 있다.


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 한국 여자축구 발전에서 감독님의 역할은


기술 자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17세, 20세 이하 아시안컵, 월드컵 등에 동행할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선수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WK리그도 관찰하고 있다. 소집 기간 중에는 선수들을 발전시키는 데 힘쓴다.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전개가 나왔고 슈팅도 많았다. 소집 때 준비한 게 나와 기뻤다. 다만 마무리 면에선 집중력을 더 높여야 한다.


세계 레벨이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번 U20 여자 아시안컵에서 호주가 3위에 올랐는데, 호주 U20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성인 무대에서 뛰고 있고 4년 동안 많이 발전했다. 우리는 오늘 경기에 최예슬 선수가 투입됐다. 더 좋은 선수들이 나오면, 지속적으로 투입할 것이다. 하지만 최예슬 같은 선수들이 어디서 나올 수 있나. 그런 측면에서 시스템에 대해 말씀드렸다. 내게 나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50, 60세여도 퍼포먼스만 훌륭하면 된다.


아시아에선 일본과 호주가 참가하는 올림픽이 8월에 끝난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아시안컵 사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AFC 관계자들과 아시아에서도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같은 대회들이 개최되면 여자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러한 대화들이 계속 나오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 다음 세대를 잘 준비할 수 있다. 한국은 최유리, 장슬기, 이금민 같은 선수들이 향후 2년 동안 주축이 돼 발전을 일궈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자 대표팀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을 대표팀에 발탁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임기 동안 분석한 내용을 협회에 최대한 제공할 것이다. 기술 자문 자격으로, U17, U20 감독과 코치,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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