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진정한 위기이자 전환점”… 이창동 “차기작 집필 중”

천양우 2024. 4. 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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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서 회고전 여는 이창동 감독
외신서 “두 프로젝트 동시 진행 중” 밝혀
이창동 감독이 2022년 4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이자 과작(寡作) 감독으로 손꼽히는 이창동 감독이 오랜만에 차기작 진행 소식을 전했다.

미국 영화 매체 ’필름 스테이지’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신작 두 편의 각본을 집필 중이라며 근황을 알렸다.

이창동 감독은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이 주연한 2018년작 ‘버닝’ 이후 6년째 장편 영화 연출을 쉬고 있다.

이 감독은 “현재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창동 회고전 ‘노벨 인카운터: 더 필름 오브 이창동’ 미국 상영을 기념해 서면으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창동 감독은 그간의 영화 제작 경험과 자신의 작품 세계를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이 감독은 ‘초록물고기’를 비롯한 초기 작품과 ‘버닝’을 필두로 하는 최근작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간 한국 사회에 일어난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화계에 입문한 이래로 늘 우리가 사는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신념과 소망을 가졌다”며 “‘초록물고기’와 ‘버닝’에서 현실을 묘사하는 방식이 달라 보이는 이유는 세상이 그만큼 변했기 때문이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록물고기’ 제작 당시에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더 쉽고 명확했다. 지금은 현실이 더 모호해졌다”며 “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개인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무력해졌지만 구체적인 원인을 짚어내기는 어렵다. 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 ‘버닝’을 통해 관객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미스터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랐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가 이창동 작품이 ‘분노’라는 감정을 주요한 정서로 활용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분노를 주제로 한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필립 로스의 소설 ‘울분’(Indignation)을 소개했다. 이 감독은 “사람들의 분노를 정치에 악용하고 확장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분노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탐구한 예술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며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매우 독특하다. 오늘날의 세상에 경고를 날리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배우 윤정희가 데뷔 5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월 별세한 고(故) 윤정희와 함께 작업한 경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94년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윤정희는 이창동 감독의 제안에 응해 영화배우로 복귀했다. 윤정희는 당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와중에도 2010년작 ‘시’에서 주인공 ‘미자’를 연기해 대종상, 청룡영화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시’는 윤정희의 은퇴작이자 유작이 됐다.

이 감독은 “각본을 쓰기 전부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윤정희가 되어야 한다고 결심했고 다른 대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정희는 무성영화 시절에 전성기를 보냈고, 당시에는 훨씬 더 과장된 연기를 해야 했다”며 “그런데도 그는 ‘시’에서 ‘미자’ 역을 연기하기보다 ‘미자’를 살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2018년 ‘버닝’ 개봉 당시 “지난 10년간 블랙리스트 등 정부의 조직적인 탄압을 받아왔던 한국 예술계가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며 한국 영화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았던 이 감독은 6년이 지난 지금, 과거와는 사뭇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당시에는 낙관적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은 진정한 위기 겸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객들이 2~3년 동안 극장에 가지 못했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부상하는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했다. 이 두 가지가 관객의 인식과 습관을 변화시켰다”며 “사람들은 굳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의 근본적인 변화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그래프 극장은 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이창동 회고전 ‘노벨 인카운터: 더 필름 오브 이창동’을 연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4K 리마스터링을 거친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시’를 포함한 이창동의 연출작 6편과 그가 제작을 맡았던 ‘여행자’, ‘도희야’가 상영된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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