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인기 시들…장·차관이 직접 현장에서 ‘기 살리기’

표윤지 2024. 4. 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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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정원 확대 발표…학원가 진학 ‘열풍’
이종호 장관, 8일 세종 집현초 일일 ‘과학 교사’
과기정통부 지난달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개최
이창윤 1차관 “민간기업, 학부모 등 공론화 거쳐 육성 방안 발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집현초등학교 과학실1에서 일일 과학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반도체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의대 정원 확대로 이공계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공계 활성화’를 위해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8일 오후 1시 세종시 집현초등학교 과학실1에서 일일 과학 교사를 자처해 이공계 진학을 장려했다.

이날 이 장관은 집현초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빛을 내는 반도체’란 주제의 수업을 진행했다.

이 장관은 직접 준비한 8인치가량의 실물 반도체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일상 속 반도체에 대해 설명했다.

수업은 ▲반도체에 대한 과학적 정의 ▲일상생활 속 반도체 ▲반도체 체험 실습으로 이뤄졌다.

이 장관은 “여러분은 반도체 부자”라며 “1인당 수십억개 이상의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노트북, 장난감, 노트북, 전기밥솥, 비행기, 휴대전화, LED 조명, 이어폰 등 모든 물건에 반도체가 포함된다”며 “반도체 없는 세상은 암울하다. 그래서 반도체가 중요하며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도체와 부도체에 관한 개념을 짚고 넘어가 과학적 이해를 도왔다. 이어지는 실습에선 도선, 전지 홀더, 전구, LED 스위치를 가지고 직접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집현초 5학년 한 학생은 “반도체가 뭔지 잘 몰랐는데 우리 주변에 많이 있어 놀라웠다”며 “화면으로 보면서 설명도 듣고,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해 반도체에 대해 재밌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8일 집현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도선, 전지 홀더, 전구, LED 스위치를 갖고 직접 실습을 하는 모습. ⓒ표윤지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발표하자 학원가에선 의대 진학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6일 내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고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영향으로 종로학원이 지난달 27∼28일 학부모 1446명을 온라인 설문한 결과 의대 증원, 지역인재 전형 확대로 수도권에서 지방권으로 학생 이동이 많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75.5%가 ‘그렇다’고 답했다.

종로학원은 “2025학년도부터 지역인재전형 모집 비율이 60% 이상으로 크게 확대될 경우, 비수도권 고교를 졸업한 상위권 대학 이공계 재학생 중 반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현재 수도권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은 추후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기 위해 우선 중학교를 비수도권에서 입학한 뒤 비수도권에 소재하는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진학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취임 후 첫 미디어데이를 열고 과기정통부의 단·중장기 7대 현안을 발표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의대 진학 광풍으로 이공계 인기가 사그라들자, 이창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미디어데이를 열고 ‘이공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이 차관은 과기정통부 중장기 추진 현안 중 하나로 이공계 활성화를 꼽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뿐만 아니라 과학자를 충분히 양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다시 한번 온 것 같다”며 이어 “단기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 쪽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30년이 되면 대학원생이 절반으로 준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며 “장기적으로 충분한 의사와 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세부적인 내용은 차차 말하겠지만 우수 인재가 들어오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수요자들의 가치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인재를 양성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질적인 담보를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수과학인재 육성 발표 시점은 특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용이 중요하다. 워킹(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민간기업과 정부, 학계와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 교육 담당자인 교사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TF에선 이공계 인재가 걱정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미래 이공계 인재의 체계적 육성 ▲R&D 생태계 혁신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 과학문화 확산 등에 대한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다.

집현초등학교 학생들이 8일 일일 교사로 나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빛을 내는 반도체’ 수업을 듣고 있다. ⓒ표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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