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과 견훤의 혈투 '안동 고창전투' 시작된 이곳
[이호영 기자]
"이곳 득심골에서 안동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안동 토박이 어르신의 말씀이다. 1979년부터 득심골에 살았다는 어르신은 이곳이 역사책 속에 등장하는 고려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결전을 펼쳤던 '고창군 병산 전투' 현장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고창전투'라고 알려진 이 전쟁은 왕건을 고려 태조로 만들어준 아주 귀중한 전투였다.
안동이라 지명은 930년 후삼국시대에 생겼다. 고려 태조 왕건이 지어준 안동의 지명은 그 후 1100년 동안 이어왔다. 안동의 옛 이름을 보면 고타야, 영가, 고창, 복주, 길주 등이 있다. 지금도 영가초등학교, 복주초등학교, 길주중학교 등 옛 지명이 쓰인다.
▲ 안동시 상아동 득심골 입구 안동 월영교 인근 득심골 입구, 후삼국 시대 왕건과 견훤이 결전을 펼쳤던 '고창전투' 현장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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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심골'은 안동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인 '월영교' 인근에 있다(차로 5분 거리도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월영교는 찾아도역사의 현장인 '득심골'은 찾지도, 알지도 못한다.
▲ 안동 월영교 봄 날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월영교에서 득심골까지는 차량으로 5분 거리되 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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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태조 왕건은 대구 공산 전투에서 신숭겸 등 주요 장수를 모두 잃을 정도로 견훤과의 싸움에서 대패하였다. 하지만 3년 뒤 930년 고창군 병산 전투에서 친고려 호족인 '김행', '김선평', '장정필' 등의 도움을 받아 크게 승리한다. 태조 왕건은 고창전투의 승리로 동쪽이 안정됐다는 뜻으로 '고창군'의 지명을 '안동부'로 바꾸었다.
이때 공로로 3명의 호족은 안동 권씨, 안동 김씨, 안동 장씨로 성(姓)을 하사받아 각각 안동 권, 김, 장씨의 시조가 된다. 안동시가지 중앙에 있는 '태사묘'에선 이들의 공로를 기려 지금도 향사를 지내고 있다.
▲ 안동 월영교 입구 삼거리 철교를 지나 조금만 가면 '득심골'로 들어갈 수 있다. 안내판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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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심골'은 월영교 입구 삼거리에서 영주 방면으로 하천을 따라 조금만 가면 '득심골' 도로명 간판이 보인다. 작아서 잘 인지하지 못할 수 없기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상아교' 옆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작은 교회가 보이고 교회를 바라보고 오른쪽 도로가 '득심골'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골은 겉보기보다 길고 깊다. 하천 옆으로 작은 산이 양편에 자리 잡아 산 중턱에 병사가 매복한다면 길을 따라 들어오는 적을 물리치기 딱 좋은 장소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병산'하면 서애 류성룡 선생을 모신 풍천면 하회마을 '병산서원'의 '병산'을 떠올리나 이곳 득심골이 고창 전투가 펼쳐졌던 '병산'이었다는 사실은 안동사람들조차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안내판 하나 없고 일반적인 안동 관광 설명에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 안동시 상아동 득심골 하천을 따라 길게 골짜기가 이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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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은 이곳에서 3~4일 동안 접전을 펼쳤다고 한다. 권행, 김선평, 장정필 등 지역 호족들은 군대와 식량을 대주었고 견훤의 보급로를 끊었다. 그리고 병산에서 후백제군 8천 명을 몰살시키는 대승을 거두었고, 이 전투를 계기로 후백제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 안동 낙강물길공원 득심골 주변에는 '월영교'와 신비의 공원 '낙강물길공원'이 있다. 관광지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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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이란 지명은 고려 말에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 공민왕이 홍건적에게 쫓겨 몽진을 하는데 이곳 안동까지 내려왔다. 안동 지역민들은 공민왕을 극진히 대접했고 그 이후 안동은 '안동대도호부'로 승격되었다. 고려 초 태조 왕건, 고려 말 공민왕에게 이르기까지 안동은 고려와 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고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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