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W 패션위크에서 발견한 패션계 지각변동!

김소연 2024. 4. 8. 10: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과 새로운 전환점에 선 디자이너들 그리고 40주년을 맞이한 런던 패션 위크까지. 2024 F/W 패션 위크엔 변화의 물결과 미래를 향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LOUIS VUITTON
ALEXANDER MCQUEEN
CHLOÉ
LACOSTE
「 PARIS 」
패션계의 주역, 파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패션계는 늘 빠르게 변화한다. 거대한 럭셔리 하우스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어깨가 늘 무거운 이유다. 하우스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동시에 트렌드를 창조하고 선도해야 한다. 상업적인 감각 역시 필수 조건. 이런 이유들로 인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교체 속에서 맞이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 메종 데뷔 10주년은 그와 패션계에 모두 기념비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3월 5일, 루이 비통에서의 첫 컬렉션을 루브르 박물관의 쿠르 카레에서 선보인 제스키에르는 정확히 10년 후 같은 장소에서 2024 F/W 컬렉션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또 다른 10년을 약속했다. 특유의 건축적인 실루엣을 비롯 자신이 세워 올린 메종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한 점이 인상적. 한국의 셀렙들도 그를 축하하기 위해 파리로 모였다. 제스키에르의 오랜 친구이자 앰배서더 모델 정호연이 오프닝을 장식했고, 또 다른 앰배서더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런웨이에 깜짝 등장했다. 제스키에르처럼 위대한 역사를 새롭게 써나갈 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데뷔 쇼도 이어졌다. 알렉산더 맥퀸의 션 맥기르는 브랜드의 창립자, 리 알렉산더 맥퀸이 연상되는 전위적인 실루엣과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인상적인 컬렉션으로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끌로에의 셰미나 카말리는 메종이 가장 빛났던 시절로 돌아갔다. 여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프렌치 감성의 로맨틱 보호 시크를 다시 소환한 것. 또 라코스테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펠라지아 콜로투호스는 브랜드 창립자이자 전설적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를 향한 헌사를 담아 테니스 룩에서 영감받은 데뷔 컬렉션을 선보였다. 파리의 상징적인 테니스 경기장 롤랑 가로스를 무대로! 이렇게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하우스의 눈부신 헤리티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앞으로도 이 초심을 잊지 않고 안전한 선택을 하기보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이름에 걸맞게 창의성과 개성을 발휘하며 브랜드를 이끌어나가길!

1 TOD’S. 2 MOSCHINO. 3 BLUMARINE.
DIESEL
「 MILAN 」
밀라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하다.

밀라노도 파리처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브랜드의 흥망성쇠가 그들에게 달려 있다 보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 뉴스는 패션계에 불어닥칠 지각변동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스타 디자이너가 탄생하기도 하니! 지난 시즌 성공적인 하우스 데뷔 컬렉션을 선보인 구찌의 사바토 데 사르노, 톰 포드의 피터 호킹스, 발리의 시몬 벨로티는 두 번째 컬렉션도 훌륭히 치러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어 이번 시즌 3명의 디자이너가 자신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블루마린의 발테르 키아포니(비록 단 한 시즌 만에 사임했지만), 토즈의 마테오 탐부리니, 모스키노의 아드리안 아피올라자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4여 년간 토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디자이너 발테르 키아포니의 블루마린행이 알려지며 모던하고 우아한 미니멀 클래식 룩을 선보이던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블루마린은 레오파드·플라워 패턴으로 유명한 이탤리언 글램 룩의 상징적 브랜드가 아닌가. 게다가 최근엔 힙 터지는 스트리트 감성으로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던 중이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그는 오프닝 룩으로 등장한 레오파드 퍼 코트와 슬립 드레스가 매치된 룩을 통해 전임자와 달리 창립자 안나 몰리나리의 헤리티지를 충실히 계승할 것임을 천명했었다. 그렇다면 직전에 몸담았던 하우스에서와는 달리 180도 다른 디자인을 선보인 발테르 키아포니의 바통을 이어받은 토즈의 마테오 탐부리니는? 여러 브랜드를 거쳐 2017년부터 보테가 베네타에서 커리어를 쌓은 그는 키아포니가 토즈 하우스에 불어넣은 모더니티 감성을 더욱 매력적이고도 동시대적으로 진화시켰다. 섬세한 동시에 선 굵은 테일러링을 통해 여자들이 사랑하는 모던 클래식 룩을 미니멀하게 해석했다. 모든 아이템이 여자의 옷장에서 오래도록 빛을 발할 수 있을 듯! 아드리안 아피올라자는 임명된 지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난 모스키노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비드 렌의 빈자리를 채운 구원투수다. 수많은 유수의 하우스에서 눈부신 커리어를 쌓은 그의 데뷔 컬렉션에 대한 평은 다양했지만, 에디터는 모스키노 특유의 연극적인 디자인 헤리티지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위트가 가득한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선보인 그의 데뷔 컬렉션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편, 새로운 디자이너들의 활약과 더불어 참신한 형식의 런웨이를 선보인 디자이너가 있다. 늘 파격적인 쇼 퍼포먼스를 선보여온 디젤의 글렌 마틴스는 뉴 컬렉션이 공개되기 70시간 전부터 브랜드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2024 F/W 컬렉션을 준비하는 여러 과정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숨겨져 있던 것들을 공개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쇼장엔 전 세계의 디젤 팬들과 연결된 화상 통화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졌다. 런웨이에 오르는 디자인만큼이나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은 컬렉션이었다. 눈부신 과거의 헤리티지와 이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해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밀라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이들이 있는 한 이탤리언 패션은 분명히 영원할 것이다.

(왼쪽부터) PREEN. SIMONE ROCHA. BURBETTY. J W ANDERSON. ERDEM
(왼쪽부터) CHET LO. DILARA FINDIKOGLU. NATASHA ZINKO. SUSAN FANG. SRVC
「 LONDON 」
전통과 미래를 품은 런던의 지금.

1984년 최초의 런던 패션 위크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존 갈리아노의 데뷔 컬렉션이 열렸다. 이후 패션 필드에 한 획을 긋는 빅 디자이너와 하우스들이 런던에서 줄줄이 탄생하고 성장했고, 올해 런던 패션 위크는 40주년을 맞이했다. 이 스페셜한 해를 맞아 여러 런웨이에서 영국 패션의 캐릭터를 극대화한 쇼를 선보이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먼저 지난해 버버리 하우스에 첫발을 내민 다니엘 리는 런던의 상징인 빅토리아 파크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을 틀며 쇼를 시작했다. 다니엘 리는 “영국의 사람들과 풍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며 영국에 대한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JW 앤더슨은 또 어떤가. 그는 이번 컬렉션이 영국 시트콤 〈Last of the Summer Wine〉에 나오는 할머니로부터 출발했다고 밝혔다. 유선전화로 통화를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 아래에 펼쳐진 은색 파마머리 모델들의 향연, 할머니의 포근함을 떠올리는 니트와 코트까지. 오직 조나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위트였다. 은퇴를 선언한 장 폴 고티에를 그리워하며 만든 시몬 로샤의 3부작 마무리 쇼도 잊을 수 없다. 오래된 런던의 교회 속, ‘장례식’을 테마로 만든 엄숙한 이번 쇼는 빅토리아 여왕의 상복을 시몬 로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룩을 볼 수 있었다. 빨간 2층 버스에서 실제 버스 속 손님들의 일상을 상징화한 SRVC의 컬렉션, 1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템스강에서 대담한 컬렉션을 선보인 프린도 눈길을 끌었다. 오직 런던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베뉴 선정으로 특별함을 더했으니. 런던을 10년 이상 지키고 있는 브랜드 록산다와 에르뎀의 갤러리 속 런웨이 뒤엔 딜라라 핀디코글루, 쳇 로, 수잔 팡이 펼치는 새로운 2막도 펼쳐졌다. 춤을 추며 걷는 모델, 삐쭉빼쭉한 룩의 디테일 등은 런던의 팝한 감성을 잘 드러냈다. 영국 패션 협회 CEO인 캐롤라인 러시는 “이번 런던 패션 위크는 앞으로의 40년을 위한 순간”이라는 말을 전해왔다. “앞으로도 영국만의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이며. 그래서일까? 이 도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며 가장 쿨하고, 또 가장 핫한 방식으로 펼쳐질 그 시간이.

(왼쪽부터) CALLAS MILANO. LUDOVIC DE SAINT SERNIN. PUMA. TOMMY HILFIGER
「 NEWYORK 」
뉴욕에 찾아온 활기.

랄프 로렌, 톰 포드, 더 로우, 피터 도 등 뉴욕을 상징하는 여러 브랜드의 부재 속에 펼쳐진 이번 뉴욕 패션 위크.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감돈 상황에서도 반가운 이들의 인사가 전해졌다. 먼저 파리, 런던, 상하이까지 전 세계 대도시에서 컬렉션을 선보여온 타미 힐피거. 그가 자신의 꿈과 커리어가 시작된 뉴욕 패션 위크로 드디어 돌아왔다. 아메리칸 클래식 캐주얼을 상징하는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는 뉴욕의 상징적 명소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안에 있는 115년 역사의 오이스터 바에 런웨이를 설치했다. ’뉴욕 모멘트’란 테마로 펼쳐진 이번 컬렉션은 뉴욕에서 영감을 받아 시간을 초월한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의 정수를 선보였다. 72세의 디자이너에게서 1985년 브랜드 창립 당시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런웨이. 그의 귀환이 아메리칸 패션의 부흥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 뉴욕을 상징하는 또 다른 디자이너 데렉 렘은 이탈리아 브랜드 칼라스 밀라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며 첫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뉴요커의 시선으로 바라본 밀라네제 스타일을 제시하며 디자인 인생 제2막을 선언했다. 푸마는 2022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퓨트로그레이드’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더는 런웨이 쇼를 진행하지 않았는데, 1999년에 출시된 ‘모스트로’ 스니커즈의 부활과 함께 뉴욕 패션 위크에 다시금 복귀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이코 데센스는 뉴욕의 또 다른 명소인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미술관을 놀이공원으로 만들며 모두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신비로운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뉴욕 패션 위크의 가장 큰 빅 이슈는 루도빅 드 생 세르냉 컬렉션이었다. 처음으로 뉴욕에서 선보인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의 이번 컬렉션은 뉴욕의 유명 포토그래퍼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재단과 협업했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창작적 갈망과 열망의 일부였던 도시에서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뉴욕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과거 실용적인 동시대적 패션과 글로벌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전성기를 누린 뉴욕이 다시금 자신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이번 시즌 뉴욕 패션 위크를 찾은 이들과 함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길 바라본다.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