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원자폭탄…일본, 민감한 소재 다룬 영화 향한 달라진 시선 [D:영화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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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미국 개봉 후 8개월 만에 일본 스크린에 걸렸다.
일본이 문화적, 역사적 정서정 반감을 갖는 영화가 개봉할 시 현지 매체들이 보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는 했지만 영화의 반응을 다뤄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지난해 '한산: 용의 출현' 개봉 당시에도 항일 콘텐츠가 일본에서 선보일 시 대체적으로 반일 영화라는 비판과 무관심의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영화 매체들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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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미국 개봉 후 8개월 만에 일본 스크린에 걸렸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미국, 극비리에 추진된 핵 개발 프로젝트의 수장을 맡은 천재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7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난해 8월 '오펜하이머' 첫 공개 당시부터 개봉이 가능할지 불투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원폭 투하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20만 명을 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폭자 세대는 이미 사망했지만 일부 생존자들은 오늘날까지도 원폭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일본에서 배급을 맡은 비터즈 엔드는 "'오펜하이머'가 다루는 소재가 우리 일본인에게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의미를 가지므로 다양한 논의와 검토를 거친 끝에 일본 개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의 일부 극장에서는 입구에, 영화 속에서 핵실험 장면들과 원폭 피해를 연상시킬 수 있는 영상이 나온다는 경고문을 게시했다.
영화가 개봉하자 다양한 반응들이 공존했다. 일본 매체들은 "원폭의 참상을 그리지 않고 천재 과학자의 두뇌와 인생만 해석했다" "영화에서 '원자폭탄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하는 대사를 들었을 때, 미국의 관점과 세계의 관점이 다른다는 걸 알았다"라는 관객들의 반응을 인용해 보도했다.
원폭 생존자 단체 연합 히단쿄의 공동 의장인 미마키 토시유키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나오지 않았다. 핵무기 없는 미래를 위해서는 희생자들을 포함한 전체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현재 '오펜하이머'는 일본 영화 '이상한 집'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이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개봉 주차인 '오펜하이머'의 누적 매출액은 3억 8115만 6760엔(34억 803만 6938원)이다. 일본이 문화적, 역사적 정서정 반감을 갖는 영화가 개봉할 시 현지 매체들이 보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는 했지만 영화의 반응을 다뤄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지난해 '한산: 용의 출현' 개봉 당시에도 항일 콘텐츠가 일본에서 선보일 시 대체적으로 반일 영화라는 비판과 무관심의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영화 매체들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앞서 '명량'이 '배틀오션-해상결전'이라는 제목으로 18분 삭제 된 채 DVD로만 발매되고, '암살', '박열' 등이 일본에서 개봉했지만, 별다른 주목 없이 스크린에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됐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내에서 11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도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디어그룹 카도카와+가 배급을 맡았다. 일본에서도 '파묘'의 신드롬과 흥행 성적에 주목하면서 일제강점기 시절의 트라우마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룬 오컬트 영화라는 점이 알려졌다. '파묘' 역시 일본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통해 의미 있는 함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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