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 한국 풍력 발전량 2030년까지 10배로

박상은 2024. 4. 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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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미래, 무탄소 에너지] ② 잠재력 뛰어난 풍력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세계 최하위권에 속하는 ‘재생에너지 후발주자’다. 특히 풍력발전은 2022년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불과해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바람에너지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조선업·제조업 역량이 뛰어나 해상풍력 강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발전단가가 비싼 풍력이 확대될수록 전기요금 체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규모 전력 생산 단계에 접어들면 풍력발전 단가가 지속해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무엇보다 국내 해상풍력 신규 사업에 대한 수요가 충분해 전력계통 연계 등 핵심 과제를 풀어낸다면 폭발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시간 제한 없는 무한 에너지 ‘바람’

풍력은 연료비가 들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인 데다 태양광과 달리 발전시간의 제약이 없다. 기술 발달로 바다 위의 강한 바람을 이용하는 대용량 해상풍력이 활성화하면서 해상풍력 산업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7일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의 세계 풍력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누적 설치된 풍력 설비 용량은 906GW다. GWEC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세계에 풍력발전 설비가 682GW 추가되고, 연평균 1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해상풍력 설비는 연평균 31%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2년 3381GWh였던 국내 풍력발전량을 2030년 3만8887GWh로 10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14.3GW의 해상풍력 발전시설을 국내에 보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국내 육상풍력 설치용량은 1.8GW이고, 해상풍력은 0.1GW 수준이다.


풍력은 비싸다? 화석연료 따라잡아

풍력은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 주요 발전원 중에서 비싼 에너지원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터빈 대형화 등으로 발전 효율이 높아지고, 대단지 해상풍력이 늘어나면서 풍력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LCOE는 투자비, 운전유지비, 연료비, 탄소배출 비용, 해체 및 폐기물 관리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발전비용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 자문·자산 관리 회사인 ‘라자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육상풍력 발전의 LCOE는 66% 감소했다. 연평균 8%씩 줄어든 셈이다. 지속적인 LCOE 하락으로 독일 호주 미국 등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가격과 동등해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달성한 국가도 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10년 육상풍력의 LCOE가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 비용보다 95% 비쌌지만, 2022년에는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보다 육상풍력이 52%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바람을 신성장 동력으로

풍력 보급 초기 단계인 한국은 갈 길이 멀다. 2022년 기준 세계 해상풍력 평균 LCOE는 102원/㎾h였는데, 한국 해상풍력 LCOE는 295원/㎾h으로 배 이상 높았다. 한국에서 풍력 보급이 확대되면 인프라 구축 비용이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풍력발전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안정적인 대량생산 체제로 접어들면 LCOE도 자연히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 LCOE 전망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대안들이 등장하고 있어 (전력망 보강) 비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전력시스템에 대한 파급효과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영국의 경우 해상풍력 LCOE가 2010년 0.219달러/㎾h였으나 풍력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2022년 발전단가는 0.064달러/㎾h로 떨어졌다. 2010년 전체 발전량의 0.8%에 불과했던 해상풍력 비중이 10년 만에 10%를 넘어서며 급성장한 결과다. 한국 역시 지난해 기준 해상풍력 상업운전은 0.1GW에 불과하지만, 허가 신청 물량은 30GW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아직 성장하지 않은 풍력발전 보급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는 있지만, 풍력발전 기술이 점차 진화하고 세계적으로 LCOE가 내려오고 있는 만큼 한국도 오히려 전기요금이 내려가는 그리드 패리티를 곧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풍력 발전 활성화를 위해 인허가 간소화, 공급망 확충 등 다양한 과제가 놓여 있지만 그중 핵심 과제는 ‘전력계통 연계’라고 입을 모았다. 풍력 설비는 강원도, 경북, 전남 등에 분포해 있고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에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준공 및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범석 제주대 대학원 풍력공학부 교수는 “한국과 풍력 발전단가가 비슷했던 영국도 10년 만에 급격한 가격 하락이 이뤄졌고, 한국이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면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할 거라 본다”며 “전력망을 재생에너지에 맞게 중앙집중형으로 개편하는 작업은 탄소중립은 물론 국내 반도체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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