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오식 (6) 어렴풋이 하나님 존재 느끼며 언젠간 만날 거라 기대

신은정 2024. 4.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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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리야드 지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선배 중 세 분이 크리스천이었다.

한 선배가 어느 날 녹음테이프를 주면서 들어보라고 했다.

당시 교회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사우디에서 나는 크리스천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다.

돌아보면 사우디 2년 생활은 하나님이 나에게 기독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어 주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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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목사의 감동적 설교 테이프
재미있게 들으며 기독교 관심 생겨
주일 예배 허락하지 않는 나라지만
회사 선배 권유로 예배도 따라나서
권오식 보국에너텍 부회장이 1984년 현대건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지사 근무 시절 모습.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리야드 지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선배 중 세 분이 크리스천이었다. 한 선배가 어느 날 녹음테이프를 주면서 들어보라고 했다. 김진홍 목사님의 설교였는데 들어보니 무척 재밌었다. 감동적인 일화를 들어가며 설교하면서 초신자가 성경을 잘 이해하도록 적절한 구절을 인용해 설명했다.

그 설교 테이프를 듣느라 사우디에서 저녁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김 목사님 설교는 1984~1985년 사우디에 나온 한국 건설업체 직원뿐만 아니라 교민 사이에서도 매우 인기 있었다. 테이프를 하나씩 들은 뒤 선배 3명과 모여 앉아 내용을 곱씹곤 했다. 우리는 김 목사님 팬이 됐다. 사우디에서 본사로 복귀하면서 경기도 남양만 두레교회를 찾아간 적도 있다. 서울 본사 근처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여전도회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김 목사님의 수요일 저녁 설교를 종종 들으러 갔다. 한 선배는 현대건설 임원으로 퇴임한 뒤 목사 안수를 받고 현재 방글라데시 선교사로 섬기고 있다.

사우디는 이슬람교 종주국으로 다른 종교 예배를 허락하지 않았다. 주일 예배는 물론이고 심지어 입국 심사할 때 짐보따리에서 성경책이 나오면 압수는 물론 추방당하기도 했다. 많은 한국인이 입국신고서 종교란에 ‘무교(No Religion)’라고 적었다. 그렇기에 주일에 공식적으로 예배드릴 장소가 없었다. 하루는 한 선배가 “리야드에도 교회가 있는데 같이 갈래”라고 권했다. 나는 설교 테이프 덕에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높던 터라 따라나섰다. 한 차에 나까지 네 사람이 타고 숙소를 나섰다. 차는 시내가 아닌 사막길로 향했다.

이윽고 사막 지역의 허름한 건물로 들어갔다. 내부엔 장판지 같은 것만 달랑 깔고 20~30명이 앉아 있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를 따라 부르며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취업 비자를 받아 입국한 전도사님이 예배를 인도했다. 찬송과 대표기도, 설교로 예배를 마치고 종이컵에 차 한잔을 마시며 교제했다. 이후 몇 번 예배에 따라갔다. 감시가 심한 지역에서는 전도사님이나 성도가 태권도복을 입고 예배를 보기도 한다고 했다. 경찰이 들이닥치면 도장으로 위장하려고 그런다고 했다.

당시 교회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사우디에서 나는 크리스천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다. 설교 테이프를 재미있게 들으며 몇 구절에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사우디 종교 갈등을 보며 왜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후손을 크리스천과 무슬림으로 나누셨는지, 나아가 중세시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왜 무수히 많은 희생자를 내게 하셨는지 궁금했다.

또 하나님이 계신다고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각양각색으로 구성된 세상이 어떤 규칙 속에 움직이는 걸 보면 분명히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것이 여호와 하나님인지에 대해 확신은 없었지만 부정하진 않았다. 하나님이 계신다면 언젠가 그분을 느끼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사우디 2년 생활은 하나님이 나에게 기독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어 주신 시간이었다.

정리=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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