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화장품(2024 ver.)

김선영 2024. 4.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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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덜' 버리고 '더' 활용하기 위한 '어스-프렌들리(Earth-Friendly)' 화장품과 무용하다고 여겨지던 오브제가 만나 선사하는 아름다운 뷰티 신.
I’M RECYCLED
유럽연합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비중을 55%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프랑스는 2025년 1월 1일부터 재활용할 수 없는 스타이렌(Styrene) 계열의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내외 브랜드도 앞다퉈 순환 재활용 용기와 포장재 개발을 위해 나서는 분위기다. 겐조의 메모리 컬렉션은 보틀의 15%가 고급 재활용 소재로 이뤄졌고, 수잔 카프만의 리필 용기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이 75%나 들어 있다. 국내 브랜드로 눈길을 돌려보면 헤라 글로우 쿠션 패키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50%를 포함한 소재로 만들어졌고, 숨37° 립세린은 용기 전체가 재활용 플라스틱(PCR PP) 소재로 이뤄졌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소비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환경을 위한 액션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 전 세계적 정부 규제와 더불어 국내에도 점차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지금, 크고 작은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패키징은 환경을 위한 일보 진전이 분명하다.
1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리필 용기. 수잔 카프만은 본품에도 재활용 유리를 사용한다. 수딩 클렌징 밀크 리필, 13만7천원, Susanne kaufmann. 2 15%의 PCR 유리를 활용한 보틀과 30%의 PCR 플라스틱을 활용한 캡. 라 컬렉션 겐조 메모리, 뉘아쥬 서리지에 EDP, 75ml 12만9천원대, Kenzo. 3 아모레퍼시픽 최초로 PCR 용기로 제작한 쿠션 파운데이션. 스킨 래디언트 글로우 쿠션 SPF 40/PA++, 6만8천원, Hera. 4 100% PCR 소재로 구성된 크림 용기. 크레이브뷰티는 탄소 중립을 위한 실천으로 매년 연간 탄소 발자국을 측정해 그와 동일한 양의 탄소를 상쇄하고 있다. 오트 쏘 심플 워터 크림, 2만8천원, Kravebeauty.
5 용기 전체를 재활용 소재로 만든 친환경 립밤. 스킨-스테이 모이스처 립세린, 3만원, Su:m 37°. 6 80%의 PCR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헤어 컨디셔너. 하이드레이트 컨디셔너, 가격 미정, Authentic Beauty Concept. 7 90% 이상의 재생종이로 만든 페이퍼 튜브에는 100% 자연 유래 성분이 담겼고, 패키지에는 100% PCR 종이를 사용했다. 시어 모이스쳐라이징 립밤, 각 1만5천원, Burt’s Bees. Props 다른 촬영에서 스프레이를 칠하고 챙겨온 비닐과 식당에서 먹고 남긴 굴 껍데기로 만든 레진 소품.
I NEED ONE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등급을 낮추는 주범은 헤어나 보디 케어 카테고리에 많이 사용되는 펌프 속 메탈 스프링! 내용물을 담은 용기 자체는 ‘페트’ ‘플라스틱’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해도 펌프는 ‘재활용 어려움’ 문구가 쓰여 있는 제품이 부지기수다. 분리 배출하자니 꾹꾹 누르는 헤드 부분과 내용물이 타고 올라오는 대롱 사이에 스프링이 돌돌 말려 있어 분리조차 쉽지 않은데, 최근 이런 요소를 개선한 제품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금속 스프링을 완전히 제거한 메탈 프리 펌프나 단일 소재로 만든 펌프, 나사못을 손쉽게 분리할 수 있는 펌프 등이 대표적. 구달의 청귤 비타C 세럼은 플라스틱 단일 소재의 메탈 프리 펌프를 적용했고, 예쁘고 아름다운 보틀도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꾸레쥬 퍼퓸은 펌프 나사못을 손쉽게 분리할 수 있어 재활용이 쉽고 편리하다. 재활용 등급을 높이려는 노력은 단순히 펌프 소재에 그치지 않는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외형을 지닌 화장품 보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는데, 이런 혼합률 구성이 재활용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재활용 가능 소재로 완벽하게 제품을 구성하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높아진 생산 단가를 감수하고 양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지점에서 발몽의 핸드크림은 젖병에 많이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단일 소재를 사용해 사용 후 부품을 분리할 필요 없어 만족스럽다.
1 뚜껑을 분리하는 번거로움 없이 분리수거함에 통째로 버려도 되는 단일 소재 핸드크림. 핸드 24 아워, 13만원, Valmont. 2 단일 소재의 메탈 프리 펌프는 기본, 패키지는 60% 재활용 유리를 사용했다. 청귤 비타C 잡티케어 세럼, 30ml 2만8천원, Goodal. 3 재생 플라스틱을 펌프에 적용해 친환경성을 높였다. 허브 부케 젤 클렌저, 3만5천원, Belif. 4 90% 재활용 유리로 만든 보틀, 쉽게 분리되는 펌프 속의 나사못, 친환경 FSC 인증을 받은 단상자까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라 필르 드 르에어 오드퍼퓸, 100ml 25만9천원, Courrèges. Props 택배를 받을 때마다 모아둔 종이 포장재.
RETURN TO NATURE
화장품도 한 줌의 흙으로, 흐르는 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와 원료를 사용한다면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의 천연 물질로 만든 해양 생분해(PLA)와 미생물 안에 쌓여 흙과 물에서 분해되는 고분자 물질인 산업 생분해(PHA)다. 국내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에 있어서는 CJ제일제당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웨이크메이크와 바닐라코 등과 함께 생분해 화장품 용기를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생분해성 비닐 포장재를 만들어 올리브영의 상품 배송 일부에 도입했다. 생분해성 포뮬러로 시선을 사로잡는 브랜드도 있다. 프랑스 더마 코스메틱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라로제가 그 주인공. 파라벤과 페녹시에탄올 등 유해 성분은 일절 함유하지 않았고, 최대 100%에 가까운 천연 성분 포뮬러로 이뤄졌다. 얼굴에도, 지구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잔여물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
1 생분해 용기로 만든 패키지와 스패출러, FSC 인증 단상자로 구성된 제품. 클린 잇 제로 세라마이드 클렌징 밤, 2만4천원, Banila co. 2 99.7% 분해 가능한 성분이 머리카락과 피부를 부드럽게 세정해 준다. 위 스탠드 포 제너레이션 헤어 & 바디 워시 바, 2만3천원, Davines. 3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용기와 99% 생분해성 포뮬러를 탑재한 아이밤. 안티퍼티그 아이 컨투어 스틱, 4만4천원, La Rosée. 4 100%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든 유기농 립스틱. USDA 및 영국토양협회 유기농 인증 성분을 함유했다. 하이드레이팅 립스틱, 2만8천원, Yulip. props 분해 가능한 천연 소재의 오브제.
NEW-GEN ALCOHOL
알코올은 향수 발향에 결정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향수 제조의 핵심 성분이다. 이를 방증하듯 고급 향수의 향조를 만들기 위해 매입하는 전체 원료 중 알코올 비중이 80%에 달한다. 단적으로 원료 구매량만 놓고 보면 알코올은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향수 성분 중 하나인 셈. 결국 이를 얼마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용하느냐가 친환경 향수 판도를 결정할지도 모를 일. 이런 상황 속에서 구찌 뷰티 웨어 마이 하트 비츠 오 드 퍼퓸과 캘빈 클라인 CK 에브리원 오 드 퍼퓸은 산업 활동의 결과로 배출된 탄소를 재활용한 알코올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탄소 포집 기술의 핵심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는 걸 막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탄소를 활용하는 데다 전통적인 알코올 생산 대비 물 소비를 절감하고 별도의 벌목이나 농경지가 필요 없으니 친환경 ‘끝판왕’의 알코올이라 할 만하다.
1 오직 자연 유래 원료와 알코올, 물로 만든 향수. 노마드 자스민 나츄렐 인텐스 오 드 퍼퓸, 50ml 19만1천원, Chloé. 2 100% 배출 탄소를 재활용한 알코올로 만든 제품은 향수 산업 전반의 변화를 선도한다. 알케미스트 가든 컬렉션, 웨어 마이 하트 비츠 오 드 퍼퓸, 100ml 51만2천원, Gucci Beauty. 3 천연 방식으로 증류한 알코올을 활용하고, 원료의 77%를 자연 유래 원료로 조달하는 비건 조향법을 적용했다. CK 에브리원 오 드 퍼퓸, 100ml 9만9천원, Calvin Klein. Props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수수깡과 종이를 엮어 만든 페이퍼플라워.
TRASH? TREASURE!
버려지거나 쓰임이 없어 무용한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업사이클링이 ‘예쁜 쓰레기’로 불리는 화장품의 오명을 벗겨줄 수 있을까? 업사이클링과 관련해 국내 뷰티 업계의 재미난 움직임은 낙과, 흠과 등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가 어려운 못난이 농작물을 ‘새활용’하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새로운 클린 & 비건 뷰티 브랜드 어글리 러블리의 모든 제품은 못난이 농작물로 만들어지는데, 포뮬러뿐 아니라 열 분해유 PP 100%로 제작한 용기와 캡, 덮개, 스패출러와 FSC 인증 재생지를 100% 적용한 단상자까지 용기와 패키지도 깐깐하게 신경 썼다. 일찍이 식재료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데 일가견을 보인 스킨푸드는 상품성이 없어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피부 염증 완화와 진정에 도움을 주는 클로로겐산이 가득한 감자 추출물로 재탄생시켰다. 버버리 뷰티는 업사이클링한 원료를 활용한 향수를 선보였고, 에따 리브르 도랑주는 각종 폐기물에서 향료를 추출해 ‘아이 앰 트래시 EDP’를 만들었다. 글로벌 향료 업체 지보단(Givaudan)과 협업해 과일 음료를 만들고 남은 사과와 로즈 앱솔루트 추출에 사용되고 버려진 장미꽃에서 향을 추출했다고. 버려진 농작물이든 꽃이든 이걸 업사이클링하려면 최소 수량에 따른 탄탄한 공급 체인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작은 규모의 브랜드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업사이클링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패키지나 단상자 제작 단계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다면 모두 무용지물. 원료 업사이클링과 같은 뷰티 업계의 건강한 행보가 그린 워싱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1 가장 원하지 않는 것에서 만들어진, 당신이 가장 원하는 향. 아이 앰 트래시 EDP, 50ml 15만원, Etat Libre D’Orange by L’atelier des Parfums. 2 제주 구좌읍의 못난이 당근에서 추출한 업사이클링 원료로 만들었다. 광채 보습 캐롯 마스크, 2만6천원, Ugly Lovely. 3 업사이클링한 알코올레이트 오푸르를 톱 노트에 사용한 앰버리 구르망 향수. 시그니처 컬렉션 애쉬 플라워 EDP, 100ml 37만3천원, Burberry Beauty. 4 강원도 평창에서 나고 자란 못난이 감자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흔적 진정 패드. 포테이토 마데카소사이드 수딩 패드, 2만6천원, Skinfood. Props 줄기가 꺾여 쓰임새가 사라진 꽃과 부스러진 꽃잎,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한 에어룸(Heirloom) 토마토 몰드, 못난이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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