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임파서블 ‘연기력 파서블’ 배윤경 [홍종선의 연예단상㊽]

홍종선 2024. 4. 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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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주인공 역할 ‘쿨하게’ 해내 극도 경쾌
배우 배윤경표 ‘삼각관계’ 칭찬 포인트 3
정유미·문채원 연상시키는 미모도 눈길
배우 배윤경 ⓒ이하 사진 출처=드라마 ‘웨딩 임파서블’ 홈페이지 현장포토

드라마에서 2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에게 고난과 성장을 안긴다.

그게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면 삼각관계를 형성해 주인공들의 사랑에 긴장과 위기를 조성하고, 끝내는 그들 스스로 마음을 확인하는 리트머스종이 역할을 행한다. 주인공들의 사랑을 단단하게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면 백 점 만점에 만점을 받아 마땅한 연기다.

만점을 주고 싶은 배우를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연출 권영일, 극본 박슬기·오혜원,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스튜디오329)에서 발견했다. 이지한(문상민 분)의 첫사랑, 10대 어릴 적에는 콧방귀 뀌더니 뒤늦게 서른이 넘어 지한을 좋아하면서, 지한이 좋아하고 장차 서로 좋아하게 되는 나아정(전종서 분)과 삼각형을 그리는 윤채원을 연기한 배우 배윤경이다.

“난 연애하듯이 파고들게!”ⓒ

심사위원도 아니면서 드라마를 보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가장 잘한 건, 그 삼각관계가 ‘슬픔의 삼각형’이 되지 않게 하는 쿨(cool)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경쾌하게 연기했다.

10대 때 자신을 좋아했던 지한의 불꽃이 유효한지, 꺼져 보여도 불씨가 남아 있는지, 남아 있는지 보기 위해 마음을 들춰봐도 되는지 고백하는 모습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다.

“넌 일하듯이 노력해, 난 연애하듯이 파고들게!”

단순히 태양물산 대표이사이고 재벌가의 외동딸이어서 나오는 쿨, 시원함이 아니다. 숱한 드라마와 ‘레알’ 현실 뉴스에서, 같은 조건의 ‘짜증범벅’ 재벌가 2세 3세들을 많이 목격했다. 머리도 외모도 다 갖췄는데, 다른 건 손대는 것마다 잘되는 ‘미다스의 손’이면서, 연애에만 젬병인 상황이라면, 흔히는 가진 조건을 활용하는데 윤채원은 지닌 게 진심뿐인 사람처럼 마음으로 직진한다.

사실, ‘짝사랑’을 지질하지 않아 보이도록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 삼각형의 나머지 두 꼭짓점의 일과 사랑에 영향력 넘치는 인물이라면 비열해 보일 우려도 크다. 하지만 배윤경은 우리가 윤채원의 진심을 알아보게, 삼각관계가 드라마 진행에 질척거리는 골칫거리로 보이지 않게 아니 재미로 즐길 수 있게, 어느 순간엔 채원의 사랑을 응원하게 시청자의 마음을 제 편으로 끌어당겼다.

캔디가 아니라 이라이자 역할을 맡아 시청자의 마음을 사는 일, 그 쉽지 않을 일을 배우 배윤경이 해냈다. 그것도 질질 짜는 신파가 아니라 생글생글 당당한 로맨스로 ‘기쁨의 삼각형’을 그렸다. 방송의 시작점과 전공을 떠나 배우 배윤경의 내공이 단단함을 스스로 입증했다.

“완벽하게 속일 자신 없으면 솔직해져 보는 건 어때?” ⓒ

둘째는 나만의 짝사랑만 잘한 게 아니라 아정과 지한의 사랑에 윤활유도 뿌리고 박차도 가하며 드라마 줄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했다.

주인공들의 친구가 사랑의 조력자로 나서는 연기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짝사랑 당사자이자 사랑의 경쟁자가 그들의 사랑을 돕는 오지랖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이게 표현했다. 연애에 젬병이더니, 자신의 연애에만 국한되는 얘기였고 타인들의 연애 조언은 마치 사업 컨설팅처럼 똑 부러지게 해내는 모습이 시청의 재미를 준다. 먼저, 자신과 아정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는 지한에게 채원이 말한다.

“너 이러는 거 나까지 우습게 만드는 거야. 완벽하게 속일 자신 없으면 솔직해져 보는 건 어때. 내가 해보니까 되게 비참하긴 한데, 비겁한 것보단 낫지 않나 싶네.”

그 솔직함의 결과가 자신에게는 불리한 방향일 것을 예감하면서도 지한의 오랜 친구로서 진실한 충고를 하는 것이고, 이후 지한과 아정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관계는 속도를 낸다.

아정에게도 결정적 순간에 도움을 줬다. 형 도한(김도완 분)의 정체성, 아정과의 계약결혼 계획을 알게 된 지한이 진실과는 동떨어지게 ‘형과 형수, 시동생의 삼각관계’로 세상에 알려지자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잠적한 그때. 사방팔방으로 사라진 지한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아정이 채원을 찾아와 오랜 친구로서 ‘갈 만한 곳’을 아는지 물었을 때다.

“지한이가 갈 만한 곳이라. 글쎄요, 걔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우울할 땐 오락실 데려가면서도 본인 슬플 땐 갈 데 없어서 혼자 삭히던 애라 딱히 모르겠네요. (그럼 혹시 다른 알 만한 사람도 없을까요?) 아정 씨요. 그런 지한이가 어느 샌가부터 유일하게 숨 쉴 구멍이 아정 씨였던 것 같아서, 어딜 갔다면 아정 씨가 제일 잘 알 것 같은데~”

채원의 말 덕분에 아정은 지한이 있을 곳을 떠올리게 됐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지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제3의 눈’을 통해 객관적 사실을 듣게 됐기에, 지한을 찾아갈 용기가 생긴다. 배윤경은 담담하게, 지나친 선의로 보이지도 않고 꿍꿍이로 의심할 일도 없게, 현 상황에 맞춰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게 내 친구를 돕는 일임을 알고 채원이 알고 있는 최대치를 발화한다.

문채원도 정유미도 연상시키는 미모, 배윤경 ⓒ

셋째는 위 두 가지에 중첩적으로 작용하는, 배우 배윤경의 조절력 좋은 화법과 표현력이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찰랑찰랑’의 감정 조절과 그에 따른 말투와 표정은 채원-지한-아정의 트라이앵글을 질척거리는 관계로 비추지 않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덕분에 지한과는 물론이고 아정과의 관계도, 때로는 세 사람의 모습이 치정에 얽힌 경쟁과 대결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처럼 보이는 힘을 발휘한다. 아정과의 첫 술자리에서도 금세 반말로 친구를 넘나들고, 취해서 벤치에 앉아 헤롱거리는 지한을 사이에 두고 서서 셋이서 옥신각신할 때도 우정이 보인다.

마지막은 보너스 포인트인데, 배우인 동시에 연예인인 스타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다. 기회만 부여되면 언제든 1번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미모다.

큼직큼직 반듯하면서도 시원하게 예쁜 얼굴, 원톱 주인공이 되면 기꺼이 활용해낼 다양한 표정이 숨어 있는 얼굴이 미래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극 중 이름이 채원이어선지 문채원 배우도 생각나고, 깨끗한 피부에 큰 눈망울이 배우 정유미도 연상시키는 미인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배윤경 ⓒ

사실 이 기사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의 종영 소감을 밝히는 보도자료 속 배우 배윤경의 모습. 기존에 소속사가 보관하고 있던 가장 잘 나온 프로필도 아니고, 촬영이 한창인 어느 날 현장 한쪽에서 찍었을 가장 선명하게 예쁜 모습의 사진도 아니고, 드라마 제목이 보이는 책자를 들고 눈을 감은 채 다른 손으론 ‘볼 하트’를 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양볼’ 하트로 보였다. 대본에 담뿍 담긴 사랑, 작품을 향한 자부심, 캐릭터를 향한 애정이 읽혔다. 양산품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지는, 모든 완성품의 시작은 자부심이고 과정과 끝엔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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