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비스마르크 총리, 고도비만에도 83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

이슬비 기자 2024. 4.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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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건강 이야기]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사진=Wikimedia Bundesarchiv
독일 근대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을 고르라면 역사가들은 단연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를 언급할 것이다. 엄청난 외교술로 국외 세력의 균형을 맞추고, 국내에선 독일제국 통일을 주도했다.

국가의 건강만큼 자신의 건강은 챙기질 못했다. 50대 중반부터 만성피로, 류마티스 질환, 신경증, 불면증 등을 앓았는데, 특히 악착같이 비스마르크를 괴롭힌 건 '불면증'이었다. 만 57세 때는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며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을 정도.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살이 찌기 쉬운데, 만 64세 때 비스마르크의 몸무게는 무려 124kg였다. 키가 190cm 장신인 걸 고려해도 체질량지수(BMI)가 34.34로, 우리나라 기준 고도비만에 가까운 중도 비만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비스마르크는 만 83세까지 장수했다. 여러 요인이 장수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중 하나는 주치의 에른스트 슈베닝거가 '불면증'을 치료했기 때문이다. 불면증은 만성 피로 등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망 위험까지 높이는 상당히 무서운 질환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로럴 핀(Laurel Finn) 교수 연구팀 연구 결과 만성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할 위험이 3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슈베닝거, 쥐오줌풀 오일로 비스마르크 신임얻어
비스마르크 주치의 슈베닝거는 우선 단기적인 치료법으로 발레리안(길초근, 쥐오줌풀) 오일을 적신 수건을 사용했다. 발레리안은 유럽지역에서 매우 오래전부터 신경 안정 목적으로 사용해 온 식물이다. 서기 2세기에도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에서 쥐 오줌 냄새가 난다고 우리나라에서 '쥐오줌풀'이라고 불리는 발레리안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토종약초로 사용됐다. 지금도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임산물로 지정돼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 여러 연구에서 발레리안 추출물이 숙면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도 잠드는 시간을 앞당기고 수면유지 시간을 증가시킨다고 동물실험에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발레리안 속 발레르산이 뇌에 있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 수치를 높이는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GABA는 신경 자극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인데, 이 성분의 수치가 낮으면 불안증, 불면증 등이 나타난다. 다만 연구마다 결과가 일관성이 없어, 강한 약효를 보이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비스마르크에게 효과가 얼마나 컸는진 알 수 없으나, 어찌 됐든 슈베닝거는 발레리안 오일로 비스마르크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안톤 폰 베르너의 1885년 작 ‘독일 제국의 선포’. 화면 가운데 흰옷을 입은 사람이 오토 폰 비스마르크./사진=조선일보 DB
◇엄격한 '식단' 관리… 불면증 치료해
비스마르크가 슈베닝거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자, 슈베닝거는 본격적으로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나섰다. 먼저 비스마르크의 '식단'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비스마르크는 아침부터 맥주, 와인, 샴페인 등 술을 곁들여 비프스테이크, 훈제 오리구기, 로스트 비프 등 각종 육류 요리를 먹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식사량도 남달랐다. 하루 세 끼가 아닌 여섯 끼가 일상이었고, 마지막 식사는 꼭 한밤중에 먹었다. 식사 때마다 술은 당연지사 함께였다. 음주, 야식 그리고 비만은 불면증을 유발하는 삼박자다. 술은 약 6시간 동안 체내에서 분해되는데, 그 동안 몸은 각성 상태를 유지해 숙면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 야식도 자는 중 소화기관의 활동을 유발해 뇌가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을 방해하고, 생체리듬을 교란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킨다. 비만연구임상시험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도 야식증후군을 앓는 환자의 74%가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비만하면 비대해진 목 주위 지방 조직으로 상기도가 좁아져 코골이·수면무호흡증(잠을 자다가 호흡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증상)이 쉽게 생긴다. 이런 만성 수면 장애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 발작, 뇌졸중 등 다른 질환 발병 위험도 높인다. 비스마르크처럼 장기간 제대로 잠을 못 자면, 일명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해 우울, 불안, 만성피로 등의 증상이 생기고, 식욕이 높아져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비스마르크가 좋아하던 고기는 이 모든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의 하나기까지 했다.

슈네빙거는 아주 엄격한 '식단' 관리를 시작했다. 술을 일체 마시지 못하게 했고, 음식도 육류대신 생선을 먹도록 했다. 특히 청어를 주식으로 많이 먹었다고 알려진다. 식단이 바뀌자 몸무게가 30kg 가량 줄었다. 그러자 불면증도 사라졌다. 슈네빙거가 권장한 생선 식단도 비스마르크 장수에 일조했다. 약 42만 명을 16년간 추적한 한 연구에서 생선을 많이 먹은 사람은 약 9% 사망률이 낮았다. 특히 청어 같은 등푸른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남성 15%, 여성 18% 사망 위험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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