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더 그레이’ 류용재 작가의 ‘차별화’ 된 장르물 [작가 리와인드(119)]

장수정 2024. 4. 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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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괴이' 등
늘 새로운 장르물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07년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공동 집필로 데뷔한 류용재 작가는 이후에도 꾸준히 스릴러 장르에 도전하며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했다. 드라마 ‘라이어 게임’, ‘피리부는 사나이’ 등을 집필했으며,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괴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영화 ‘반도’ 등을 공동 집필하며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를 통해선 크리처물에 도전했다. 5일 공개되는 작품으로, ‘괴이’, ‘반도’를 함께 쓴 연상호 감독과 각본을 썼다.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일본 만화 ‘기생수’가 원작이다.

◆ 류용재 작가의 능숙한 ‘장르물’ 변주

한지훈 작가와 공동 집필한 류 작가의 데뷔작 ‘개와 늑대의 시간’은 어릴 적 태국의 거대 폭력조직인 청방의 손에 목숨을 잃은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주인공 이수현(이준기 분)의 처절한 과거사부터 시작해 자신의 존재까지 지우며 처절하게 복수에 임하는 과정의 흥미진진함 등 스릴러물의 정석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받았다.

복수 과정의 흥미진진함도 있었지만, 애틋한 러브라인으로 풍성함을 더한 것이 시청자들의 열광을 끌어낸 이유였다. 친형제처럼 자란 강민기(정경호 분), 어린 시절 남다른 인연을 맺었지만 엇갈릴 수밖에 없었던 서지우(남상미 분). 이수현과 주변 인물들의 잘 쌓아 올린 관계망을 바탕으로 형성된 삼각관계가 한 축을 차지하면서 한 편의 완성도 높은 누아르를 완성해 냈었다. 독특한 설정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충실하게 구현한 것이 ‘개와 늑대의 시간’의 장점이었다.

이후엔 색다른 소재로 자츰 개성을 드러냈다. 위기의 상황에도 끝까지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협상팀의 활약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의 대립을 그린 ‘피리부는 사나이’에서는 ‘협상가’를 주인공으로 여느 스릴러와는 조금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이 아닌, 말로 상대를 공략하는 주인공 주성찬(신하균 분)의 활약을 담으며 ‘구강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주성찬의 태도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없지는 않았지만, 위기 속 ‘소통’의 힘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달한 것이 ‘피리부는 사나이’가 가진 의미였다.

이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서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았다. 특히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장르물 마니아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악귀가 들린 불상과 얽힌 여러 인물들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한편, 불상으로 인해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괴이한 일들이 조성하는 긴장감이 ‘괴이’만의 특별한 재미였다.

영화 ‘반도’에서는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통해 재난 액션물의 재미를 선사했으며, ‘종이의 집: 공동 경제 구역’에서는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천재적 전략가와 강도들의 기상천외한 인질 강도극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는 등 꾸준히 장르물을 선보이면서도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인간 사이에 섞인 기생생물의 이야기를 통해 추적의 어려움을 배가하는 동시에, ‘공생’이라는 ‘기생수: 더 그레이’만의 메시지를 담아내며 차별화를 꾀했다. 류 작가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능숙하게 색다른 흥미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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