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역사는 주주가 아니다'라는 한국 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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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아니라고 통역사 입장이 안 된다네요. 그러면 외국인은 주주총회에 어떻게 참석하란 말인가요."
지난달 25일 LG화학의 정기주총에 다녀온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느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주총에 참석하는 길은 예상외로 험난하다.
LG화학의 경우 2023년 주총 때도 외국계 기관투자가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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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아니라고 통역사 입장이 안 된다네요. 그러면 외국인은 주주총회에 어떻게 참석하란 말인가요."
지난달 25일 LG화학의 정기주총에 다녀온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아시아 각국의 주총에 참석하는 글로벌 투자자로서 주총 당일 개인 통역사의 동반 입장을 막는 사측의 대응방식은 당황스러웠다. LG화학은 중소기업도 아닌 시가총액 28조원 규모의 한국 시총 상위 12위 기업이다. 최근 39%로 낮아졌지만, 작년 12월 말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43%에 육박한다. 현재 약 34%의 코스피시장 내 외국인 지분율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느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주총에 참석하는 길은 예상외로 험난하다. 많은 상장사가 법에서 정한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다. 우리나라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주총 개최일 14일 전에만 주주에게 알리면 된다. 호주나 영국 등 선진국에선 최소 21일 전에 공고해야 한다. 세계 각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이 짧은 기간 안에 서류를 검토하고 의결권 자문사 의견을 받고 한국 주총까지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주총 참석 전 대리인 서류의 완비와 주주 입증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대리인의 경우에는 위임장, 위임인의 인감증명서, 대리인 신분증이 요구된다. 국내 기업보다 외국계가 더 복잡한 인증 과정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소통'이란 주총의 본질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LG화학의 경우 2023년 주총 때도 외국계 기관투자가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박유경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All Pension Group) 총괄 이사는 주총에 참석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주총이어서 당황스럽다"며 '거수기 주총' 문제를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등에도 주주 권리 보호가 부족하다는 점도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 겸 민생간담회에서 '주식시장'을 화두로 내세웠다. 정책에 호응이라도 한 듯 1분기 외국인의 코스피 상장사 순매수는 분기 최초로 15조원을 넘겼다. 지난달 21일 기준 코스피시장 내 외국인의 시총 비중은 34.07%에 달한다. 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은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장기적인 협조에 달렸다.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들이 뉴욕과 홍콩서 IR 활동을 펼친다고 해도 폐쇄적인 마음가짐의 타국 기업들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많은 변화를 이뤘지만, 기업들의 주총 문화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김대중 정부 때부터 25년간 한국 자본시장을 들여다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전 사무총장 제이미 앨런의 뼈아픈 지적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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