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깃든 영혼을 보듬다... 청산도가 육신을 처리하는 법
[완도신문 정지승]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우리나라 마한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에 남아있다. 고대유적 발굴을 통해 영산강을 위주로 세력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던 마한시대의 문명이 청산도에서도 지난해 고분 발굴 조사결과 확인됐다.
초분은 해안지방에서 주로 형성된 장례문화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역에 따라 소골장, 초장 또는 고름장, 풍장, 떡달, 손님떡달 등 다양하게 불렀다. 장례절차는 임종에서부터 입관과 출상까지 절차에 따라 하되, 바로 땅에 매장하지 않고 관을 땅이나 축대 위에 놓고 이엉으로 덮어서 1년에서 3년 동안 그대로 둔다. 그동안 초분 앞에 제수를 차려 제사를 지내다가 살이 썩으면 뼈만 추려서 땅에 다시 묻는 방식이다. 이때 뼈를 깨끗이 씻거나 찧어서 살을 모두 떼어낸 다음에 매장을 하기도 했다고.
고고학 자료에서 살펴보면 지석묘나 백제시대 초기의 옹관묘에서도 뼈만을 묻은 복장제를 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육지에서도 초분이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지금은 주로 서남해안의 도서지방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초분의 기원은 외부에서 전해진 것과 자체적인 발생으로 양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독립적인 발생론에서는 인간의 정신성의 보편성에 의해서 외부에서 전해졌을 것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 이상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기원에 대한 문제는 유보된 상태다.
어느 학자는 영산강 일대의 무덤양식에서 발견된 옹관묘는 탈골한 시신을 다시 안치한 것으로 밝히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우리지역에서는 아직 옹관묘 양식의 유적이 발견된 것은 없다. 하지만, 여러 문헌과 유적조사 결과 영산강 유역에 집중적으로 형성된 마한문화는 내륙을 거쳐 이곳 사수도 해역까지 넘나들며 마지막까지 해상세력을 형성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뼈만을 가려내어 매장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 생각에서 나온 관습으로 보기도 한다. 살은 부정한 것으로 여겨 땅속에 매장함으로써 땅을 더럽힌다고 생각한 것이다. 뼈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고, 뼈를 땅에 매장하는 것은 뼈에 깃들어 있는 영혼을 함께 모시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다른 의견은 육신을 바로 땅속에 매장하는 것을 인정이 없는 것으로 여겨 육신을 조금이라도 더 지상에 두고자 했다는 생각이다. 육신은 완전히 죽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탈육된 상태에서 비로소 죽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탈육했을때 뼈가 검게 변하지 않고 하얗기 때문에 그 방식이 뼈를 깨끗이 보존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초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후세계의 관념이 복합된 장례문화로 남아있다.
모든 사라지는 것에는 뒤에 아름다운 여백을 남긴다. 여류시인 고정희가 남긴 말이다. 봄꽃들이 피었다가 일순간 사그라지는 계절이다. 꽃잎 하나하나가 날려 산화하기까지, 빗속에서 또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풍장의 모습을 연상한 시적 언어는 듣는 이에게 인생의 허무함보다는 또 다른 세상의 염원을 찾게 만든다.
죽음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인간은 태초부터 사후세계에 대한 절망보다는 죽음을 대비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예상했을 것이다. 청산도에 정착한 고대인류는 농경과 어업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면서 종교를 탄생시켰고, 죽은 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무척이나 큰 의미가 부여됐을 터. 청산도 고인돌문화를 남긴 그들은 종교의식과 함께 죽음에 관한 깊은 철학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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