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에게 11억을? 양문석 딸 대출에 금융권도 '갸우뚱'

부광우 2024. 4. 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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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만 보고 선뜻 거액 내줘
자금 사용 증명도 요식 행위
실행부터 관리까지 의문부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SK브로드밴드 한빛방송에서 열린 후보자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의 딸 명의로 이뤄진 11억원 대출에 위법성이 있었다는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애초에 대출이 실행되고 유지됐던 사실 자체를 두고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사업자대출의 서류 형식을 갖췄다 하더라도 소득도 없는 20대 대학생에게 10억원이 넘는 돈을 선뜻 내준 것부터, 절차 상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5일 금융감독원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양 후보 딸은 2021년 4월 대구 수성 새마을금고로부터 11억원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양 후보의 딸은 이 가운데 5억8000만원가량을 대부업체에 이체하고, 나머지 5억1100만원은 모친 계좌에 입금했다. 대출 이자는 모친이 지속적으로 대납했다.

양 후보는 이같은 대출이 실행되기 5개월 전인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약 31억2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이를 위해 대부업체로부터 5억8000만원을 빌렸고, 이를 딸 명의의 사업자대출 자금을 통해 갚은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과 새마을금고는 사업자대출의 용도 이외의 유용과 허위 증빙 제출, 부실 여신심사 등 위법·부당혐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양 후보의 딸이 받은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은 소상공인이 집을 담보로 잡고 사업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등을 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에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관련 대출 자금은 사업 용도로만 써야하는데, 이를 주택 구입 목적으로 활용했다면 명백한 불법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의 딸 명의로 이뤄진 11억원 대출 개요도. ⓒ새마을금고중앙회

금융권에서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양 후보의 딸이 10억원대의 거금을 대출받을 수 있었던 자체에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자대출에 필요한 서류가 모두 제출됐고 담보물만 확실하다면 가계대출보다 비교적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대출이라고는 하지만, 증빙할 소득도 마땅치 않은 차주에게 어떻게 10억원이 넘는 돈을 집행할 수 있었냐는 얘기다.

특히 사후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업자대출은 돈을 빌린 지 3개월 이내에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는 사실 증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양 후보의 딸은 대출 6개월 뒤인 2021년 10월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사실상 정상 사업이 아님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양 후보의 딸은 가짜 서류를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양 후보 딸이 2021년 7월 사업자대출 용도로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목적으로 낸 제품거래명세표 대부분은 허위였다. 보석류와 의류 등을 구매했다는 업체를 대상으로 국세청 홈택스 조회 결과 사업자등록번호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와 대출 이전에 폐업한 경우 등이 발견됐다. 명세표 상의 업종과 상이한 경우 기재된 차주의 주소지가 차주의 사업자등록증상 주소지와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관련 법규에 따라 해당 금고 임직원과 차주, 대출모집인 등 위법·부당대출 관련자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양 후보 딸과 대출모집인은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수사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며, 차주가 빌린 11억원 전액에 대한 회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자대출은 기표 후에 자금 사용 내역 점검이 반드시 진행된다"며 "아무리 서류 양식을 갖췄다고는 해도, 사업 이력과 이후 사업성 등 위법을 의심해 볼만한 사안이 많았던 케이스"라고 평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조사 내용대로라면 여신 심사와 사후 관리가 모두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봐야한다"며 "줄곧 강화돼 온 금융사 내부 프로세스 상 이처럼 계속 허점이 노출됐다는 건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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