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10만원에도 만실…현대판 고시원 ‘코리빙하우스’

조유정 2024. 4.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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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코리빙하우스 ‘셀립 여의’ 배움의 방. 사진=조유정 기자

청년들의 주거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불안한 전세와 비싸지만 좁은 월세 대신 공유 주거 상품인 ‘코리빙 하우스’가 주목받고 있다. 코리빙 하우스는 기존 공유 주거의 통상적인 개념인 쉐어하우스보다 개인·공용 공간이 모두 강화된 거주 형태다. 개인 공간을 통해 사생활을 보장받으면서 공용 공간을 함께 쓰는 게 특징이다.

코리빙하우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서울의 코리빙 시설 수용인원은 약 7300명으로 2020년(3000명)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에는 기업형 공유주택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코리빙하우스로는 SK디앤디 ‘에피소드’, MGRV의 ‘맹그로브’, KT에스테이트의 ‘헤이’, 네오밸류의 ‘누디트’ 등이 있다. 

4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코리빙하우스 ‘셀립 여의’에서도 빈방을 찾기 어려웠다. 셀립 여의는 단기 거주자와 장기 거주자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장기 거주가 가능한 방은 총 49실이었으나 모두 만실이었다. 6평 기준, 보증금 400만원에 월세 115만원(관리비 포함)이라는 다소 비싼 금액에도 거주자들이 많았다. 셀립 관계자는 “30대 직장인의 선호도가 높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전 셀립 여의를 직접 방문하자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거주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거 공간인 지상층에서는 여느 원룸과 같은 개인 공간으로 활용하고 지하 공용 공간에서는 주방부터 빨래, 운동, 미팅 등 업무 공간까지 마련돼 있었다. 공유 공간인 주방에는 식기부터 인덕션, 냉장고, 식기류 등 기본적인 물품이 모두 존재했다. 또, 세제와 섬유유연제만 있으면 언제든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도 가능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코리빙하우스 ‘셀립 여의’ 공유 주방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코리빙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단기 계약이 가능하단 점이다. 일반적인 원룸의 1년 계약과 달리, 일 단위의 거주부터 한 달 단위의 장기 거주까지 가능하다. 코리빙하우스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김모(20대)씨는 “인턴 때문에 한 달 동안 서울에 거주해야 했는데 원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단기 주거가 가능한 코리빙하우스를 알아보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단기 거주도 가능하고 인근 원룸 월세와 비슷한 금액에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월 115만원, 비싼 듯하지만 인근 월세와 비교 시 큰 차이가 없었다. 4일 부동산플랫폼 직방에서 여의도 월세를 검색한 결과, 전용 면적 7평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에 거래가를 형성했다. 월 관리비 12만원이 별도로 부과되는 점을 감안하면 코리빙하우스는 인근 시세와 비슷한 가격이었다.

서울 월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지난 2월 수도권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의 평균 월세를 연식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 신축 원룸 평균 월세가 101만5000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상승했다.

결국, 돈을 조금 더 보태 직장 주변을 찾는 수요자들이 코리빙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다. 코리빙하우스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A(30대)씨는 “10개월  거주 중”이라며 “비싼 것 같아도 관리비까지 생각하면 일반 오피스텔 월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코리빙하우스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코리빙하우스는 과거 고시원에서 진화한 형태”라며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주거 부담이 높아지며 공유 주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공간을 함께 쓰며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라며 “코리빙하우스가 가진 서비스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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