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 안전하고 쾌적한 ‘중고 패션 백화점’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4.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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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클럽 (1) 번개장터

매경이코노미는 누적 투자 유치액 1000억원 넘는 스타트업을 집중 탐구하는 ‘천억클럽’ 연재를 시작합니다. 라운드에 상관없이 투자 유치액 1000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대상입니다. 차세대 유니콘으로 기대받는 유망 스타트업의 현주소와 앞으로 비전, 남은 과제를 두루 살펴보면서 자본 시장 목소리도 함께 담아낼 예정입니다.


“생필품을 살 때는 마트나 편의점에, 명품을 구입할 때는 백화점에 갑니다. 중고거래도 비슷해요. 플랫폼마다 역할과 장점이 구분되고 있는 추세죠. 이제 번개장터는 단순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패션·명품에 주력하는 ‘중고 백화점’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재화 대표가 귀띔해준 번개장터 사업 방향은 명확하다. 패션·명품 리커머스 시장을 겨냥한 ‘전국구 중고 백화점’이 최 대표가 지향하는 바다. 이미 그렇게 돼가고 있다. 번개장터 전체 거래액 중 50% 이상이 패션·명품 카테고리에서 나온다. 한 건당 평균 거래 단가는 약 11만원. 지난해 더현대 서울 건당 결제 금액(10만원)을 웃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서부터 성장에 더 가속도가 붙었다. 번개장터 매출은 2019년 120억원에서 2021년 250억원, 지난해에는 341억원까지 증가했다. 이용자가 번개장터에 수수료를 내고 거래하는 ‘유료 거래액(에스크로 기준)’은 2019년 677억원에서 지난해 4858억원으로, 거래 건수도 20만건에서 287만건까지 폭증했다. 2020년 초반 15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번개장터 기업가치는 2022년 기준 4000억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패션’과 ‘명품’으로 선택과 집중

직접 정품 검수 ‘번개케어’ 호평

번개장터 성장에는 선택과 집중이 자리한다. ‘패션’과 ‘명품’에 집중 투자를 이어간 것이 주효했다. 구매 주기가 짧고 배송 난이도가 낮은 데다 가격 보전이 상대적으로 잘되는 분야라는 생각으로 장기 전략을 세웠다. “과거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잘하는 것들을 명확한 색깔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최재화 대표 판단 아래, 그가 취임한 2022년 이후 ‘중고 백화점’ 포지셔닝에 특히 더 주력하고 있다.

2022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번개케어’는 번개장터가 얼마나 명품에 진심인지 보여준다. 번개장터가 직접 정품을 가려낸 후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 번개장터 검증을 거친 제품이 가품일 경우 최대 200% 보상해주는 게 핵심이다. 서울 성수동에 총면적 약 530평 규모 ‘정품 검수 센터’를 열고 이곳에서 전문 인력이 30여개 장비를 활용해 제조 공법, 원단, 각인, 장식, 패키지 등을 검수한다. 정품 검수를 넘어 ‘세탁’과 ‘폴리싱(광택)’까지 해주는 토털케어 서비스다.

검수 비용이 최소 2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하는 ‘유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뜨겁다. 지난해 번개장터 중고 명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84%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번개케어’를 통한 거래액은 160% 늘었다. 가격대가 높을수록 이용률도 높다. 200만원 이상 제품 거래 시 번개케어를 활용한 비중이 약 60%, 500만원 이상일 때는 약 90%에 달했다. 짝퉁 피해를 보느니 일부 돈을 내고서라도 검증된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수요다.

번개장터는 ‘패션’으로 방향성을 더욱 확고히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해 진행됐던 번개장터 플리마켓 행사. (번개장터 제공)
번개장터는 계속해서 패션·명품 카테고리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를 고도화해가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홈 화면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명품 중고거래 서비스를 강화했다. 패션 트렌드를 알려주는 ‘브랜드 랭킹’과 중고 시세를 제공하는 ‘하이엔드 탭’을 새로 선보였다. 데이터와 트렌드를 기반으로 럭셔리 상품 추천과 모델별 탐색 기능도 추가됐다.
“기꺼이 돈 내겠다” 유료 거래 급증

결제·배송 등 ‘중고 스트레스’ 줄인다

중고거래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지만 여전히 중고거래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중고 사기를 비롯해 불편한 배송 방식, 과도한 가격 흥정 등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이만저만 아니다. 번개장터가 최근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중고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는 서비스와 기능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선입금을 유도한 후 물품을 보내지 않거나 ‘벽돌 택배’를 보내는 식의 사기는 중고거래 고질병이다. 번개장터는 자체 에스크로 기반 안전결제 서비스 ‘번개페이’로 일찌감치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구매자 돈을 번개장터가 보관하다가 제품 수령이 확인되면 금액을 입금해 피해를 차단하는 식이다. 수수료 부담이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번개페이 거래액은 전년 대비 35% 늘었다. 현재 번개페이 택배 거래 시 사기 피해 발생률은 0%다.

가격 협상에서 오는 피로감도 짜증 요소 중 하나다. 번개장터가 올해 1월 ‘가격제안 기능’을 새로 도입한 이유도 이를 줄이기 위해서다. 판매자와 채팅 없이 가격을 제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상품당 제안 가능 횟수는 1회다. 판매자는 구매자 제안을 수락하거나 역제안할 수 있다.

배송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번개장터는 업계 최다 배송 연동을 자랑한다. 여러 배송 수단 중 하나를 선택해 번개장터 앱에서 원클릭 예약 가능하다. 편의점 반값택배를 비롯해 대한통운 방문택배, 우체국 택배 등 다양하다.

번개장터 투자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김제욱 부사장은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지점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 거래가 더 쉽고 안전해지도록 지속적으로 환경을 개선한 점”이라며 “스트레스 없는 거래 환경이 장기적으로 플랫폼 충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익성 개선은 과제지만

유료 거래액 급증 ‘청신호’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번개장터가 직면한 과제도 역시 ‘수익성’이다. 번개장터는 2019년 적자전환 이후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영업손실 393억원에서 2022년(348억원)과 지난해(216억원)까지 적자폭을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 수익성 개선이 당면 과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근 들어 번개케어·번개페이 등 유료 거래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다. 2020년 전체 거래액 8%에 불과했던 번개장터 내 유료 거래액을 2022년 20%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기준 유료 거래액은 2020년 대비 3.7배 늘었다. 최재화 대표는 “전체 거래액 중심으로 보던 핵심 지표를 지난해부터 유료 거래액으로 조정하는 등 내실 다지기와 수익성 개선에 전력하고 있다”며 “다소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거래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플랫폼 내 유료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투자사인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전무이자 현재 번개장터 공동대표를 겸임 중인 강승현 대표는 “수익 모델이 확실하다는 점은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번개장터만의 강점”이라며 “번개페이·번개케어 등 다양한 수익 사업 경쟁력이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번개장터는 단순히 안전하고 편리한 ‘중고거래’를 넘어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인 ‘리커머스’ 혁신을 지향한다. 어떤 물건이 한 번 구매로 생명이 다하지 않고 2차, 3차 거래를 통해 충분히 새 생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최재화 대표가 말하는 번개장터 비전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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