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21년 만에 접은 삼성화재…손보사 이탈 이어질까

최동현 2024. 4. 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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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가 올해부터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신규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손보사들의 잇따른 방카슈랑스 이탈로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 이내로 제한하는 '25% 룰'을 지키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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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올해 1월부터 방카슈랑스 신규영업 중단
IFRS17 도입 영향…보장성보험 중요해져
은행권 "25% 룰 개선해야"

삼성화재가 올해부터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신규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2003년 방카슈랑스를 시작한 지 21년의 철수 결정이다.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운영하는 방카슈랑스.

삼성화재, 21년 만에 방카슈랑스 철수

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 1월부터 방카슈랑스 신규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기존에 은행과 방카슈랑스 협약을 맺고 판매한 보험상품에 대한 관리만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사실 힘이 많이 빠진 시장"이라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베트남법인 등 해외 방카슈랑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판매를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를 중단한 건 지난해부터 보험 업계에 도입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사 이익지표의 핵심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을 파는 게 유리하다. 방카슈랑스의 경우 판매채널이 은행이라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보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화재가 은행에 수수료까지 지불해가며 굳이 방카슈랑스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방카슈랑스, 손보사 이탈 가속되나

앞서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 등도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손을 뗐다. 앞으로 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 계열 손보사를 제외하고 점차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손보사의 방카슈랑스 보험료 수입은 2018년 6조2993억원에서 2022년 5조3001억원으로 15.8%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생보사의 보험료 수입은 4조4341억원에서 17조9327억원으로 304% 증가했다.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보험 성격이 추가된 저축성보험의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왔을 당시에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여전히 보험사의 자금 경색을 해소해주는 주요 창구"라며 "고소득층과의 접점을 넓히는 측면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판매채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손보사는 상품설명이 까다로운 보장성보험이 주력 상품이기 때문에 방카슈랑스보다는 상품 이해도가 높은 대면 전속설계사나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더 선호한다. 지난 상반기 기준 전체 보험업계 방카슈랑스 실적(계약건수 기준) 중 손보사 비중은 2%대 수준이다. 은행에서 순수보장성보험을 판매할 수 있지만 적금과 비슷한 구성의 저축성보험 위주로 파는 것도 자칫 불완전판매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25%룰 개선 필요"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에서 이탈하면서 현재 남은주요 손보사는 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정도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영업을 접자 4대 시중은행의 전체 수수료 이익 중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8.55%에서 지난해 6.72%로 1.38%포인트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손보사들의 잇따른 방카슈랑스 이탈로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 이내로 제한하는 '25% 룰'을 지키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25% 룰은 은행의 계열 보험사 밀어주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2003년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 당시엔 규제 비율이 49%였지만 2005년부터 25%로 강화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5% 룰을 비롯해 은행 지점별 보험판매인 2명 제한을 해제하고 현재 막혀있는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저금리 기조가 본격 시작되면 고금리 인기 상품인 저축성보험마저 인기가 식어 방카슈랑스는 거의 개점 휴업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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