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vs철거' 나주 고구려궁 세트장, 전문가들 안전 문제 지적

2024. 4.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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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장 존치·철거 관련 2차 전문가 현장 토론 개최
구조전문가 "지진에 취약…활용 시 전체 보강 필요"
"내진 설계 등 신축 보다 비용 더 필요하다" 의견도

존치·철거 갈림길에 선 나주영상테마파크 고구려궁 세트장이 지진에 취약 등 안전 문제가 존재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드라마 세트장으로 활용 가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내진 설계 등 신축보다 전체적인 보수·보강 비용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일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 2일 나주영상테마파크 청소년 문화센터 유스호스텔 대강당서 나주시 시민권익위원회(위원장 최영태) 주관으로 고구려궁 세트장 존치·철거 관련 전문가 현장 토론이 열렸다.

토론회는 남도의병역사공원 조성사업 2단계 사업 부지인 고구려궁 세트장 존치·철거와 관련된 시민권익위 차원의 정책권고안 결정을 위해 마련됐다.

시민권익위는 앞서 지난 3월 14일 시청사 대회의실에서 고구려궁 세트장 존치·철거 관련 전문가 의견, 시민 여론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었다.

토론 이후 최영태 위원장은 세트장 철거 찬반 입장 양측에서 추천한 전문가 현장 토론을 한 차례 더 갖고 4월 중순까지 정책권고안을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토론엔 세트장 철거 반대 입장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김인수 ㈜삼한에이택 대표(건축공학석사), 나주시 추천의 조철희 한국구조안전연구원 대표(구조공학박사), 노성열 ㈜한국건설 전무(구조공학박사), 최 위원장 추천으로 천득염 전남대학교 건축과 명예교수, 조창근 조선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가 토론 참석자로 참석했다.

또 시민권익위 부위원장, 분과위원장 및 위원, 시민 20여명이 토론을 방청한 후 전문가들과 질의응답을 갖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고구려궁 세트장 현장 답사하고 고구려궁 세트장 상부 목 구조물, 하부 콘크리트 구조물 상태를 점검한 후 토론에 임했다.

최 위원장은 토론 쟁점 사항으로 ‘세트장 용도로 건축된 고구려궁의 구조적 안전성’, ‘고구려궁 건축물 리모델링 소요 비용 및 경제성’, ‘기존 건축물 보존 시 활용 또는 철거 시 부지 활용 방안’ 등을 제시했다.

나주시 추천의 전문가들은 나주영상테마파크 고구려궁 세트장은 드라마 촬영 용도로 건축된 시설물로 박물관이나 기타 전시·집회 시설로 사용하기 위해선 현행 구조 설계 기준에 따른 내진 보강 등 전체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세트장 건축물은 하부 철골조 구조물에 상부 목 구조물이 얹혀있는 구조로 지진 하중을 고려한 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지진에 매우 취약한 건축물이라고 지적했다.

조철희 대표는 “우리나라는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하부와 상부 구조 종류가 상이한 구조물이 어떻게 강절점으로 정착화돼 있느냐가 구조 안전성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구려궁 세트장이 드라마 촬영 목적으론 적절히 지어졌을지 모르나 박물관 또는 타 용도로 사용하게 될 시 지진 하중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 세트장은 당초 설계 과정에서 지진 하중을 고려한 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위원장 추천의 조창근 교수도 지진 하중의 중요성과 더불어 상·하부 구조물 안전성에 대해 유사한 견해를 보였다.

조 교수는 “목 구조물의 경우 좋은 목재를 사용했지만 대들보와 기둥 연결 부분이 간결하게 연결돼있다”며 “지진을 고려했을 때 안전성에 대해선 의심이 든다. 지진에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구조물 자체가 얹어져 있는 상태로 지어졌고 접합부가 강하게 연결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진동에 의한 위험 소지가 크다”고 재차 강조하며 “정밀진단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특히 “하부 구조의 경우 의외로 좀 심각한 부분이 많이 있다. 전체적인 시공 상태가 좋지 않고 콘크리트 양생, 다짐 작업들이 충실히 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콘크리트 강도가 현재 18~21MPa(메가파스칼)로 측정돼있는데 모 구조체 강도가 이 정도면 노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보강이 전혀 불가능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만한 비용을 감안해야 하고 신축이 합당하냐 보강이 합당하냐는 정밀안전진단을 통해서 결론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성열 한국건설 전무는 “보수를 하게 되면 신축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특히 내진은 보강 비용이 엄청나다”며 “반면 신축은 그렇지 않다. 조금 더 쉽고 보강 비용보다는 덜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 추천으로 토론에 참석한 김인수 대표는 “목 기둥 밑에 철골구조가 일렬로 서있어 하중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세트장 목재는 내화 인증 성능을 받았고 본래 한옥은 내진에 강하게 지어진 건물이다”고 반론을 폈다.

이에 조철희 대표는 “내화 성능은 불이 났을 때 중요한 것이지 구조 안전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며 “상부 목 구조물과 하부 철골 기둥 배치는 정적하중이 충분하다는 말이지 지진에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재차 반박했다.

조 대표는 “당시엔 건물 용도가 세트장이었기 때문에 내진 성능을 확보할 필요가 없었고 기준도 없었지만 세트장이 아닌 박물관 또는 부속용도로 사용할 시엔 분명히 내진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드라마세트장으로 존치 시 활용 방안에 대해서 김인수 대표는 “부여궁, 저잣거리 철거 이전엔 활용 방안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 상태론 드라마 촬영장으로서 가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천득염 교수는 “20여년 된 남아있는 건물 흔적에 대한 지역민의 추억, 애정들이 있는 것을 고려해 세트장 일부 또는 단면 보존으로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행정에서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시민권익위는 오는 16일 정기회의를 통해 고구려궁 세트장 존치·철거와 관련된 최종 정책권고안을 결정하고 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책권고안이 강제성을 갖추진 않았으나 시민권익위의 주된 역할이 다수 주민 숙원 및 갈등관리사업, 애로사항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실질적인 해법을 행정에 시정 권고한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권고안은 나주시가 고구려궁 존치·철거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 착공식이 4월 30일로 정해지면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고구려궁 세트장 철거 문제를 더 지체 말고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지역사회 여론과 나주시의 빠른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나주=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김육봉 기자 baek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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